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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성합니다"…'개전의 정'인가, '악어의 눈물'인가


[아이뉴스24 김동현 기자] 최근 '음주 뺑소니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트로트 가수 김호중이 항소심 과정에서 반성문 100장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호중처럼 막대한 양은 아닐지라도, 법정에 선 이들이 판사에게 반성문을 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제는 감형을 위해 피고인이 당연히 밟아야 할 절차로 여겨진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에는 살인, 강도와 같은 강력범죄들을 포함한 모든 범죄들의 감경 요소에 '진지한 반성'이 포함돼 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성범죄 피고인 중 71%, 살인죄 피고인 중 56%가 '진지한 반성'을 인정받아 감형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피해자가 아닌 재판부를 향한 반성문 등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을 감경 요소로 반영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범죄자들의 반성과 사죄의 진정성을 왜 피해자가 아닌 제3자인 판사가 받아보고 판단하냐는 것이 주된 지적이다.

다만 형사 재판은 '국가'가 '국가의 법을 어긴 죄인'을 처벌하는 절차다. 국가의 처벌이라 함은, 피해자들에게 공감하고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함이 아니라 안정적인 국가의 존속을 위협하는 이들에게 철퇴를 가함으로써 그들을 올바르게 사회로 복귀시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그렇기에 판사는 피해자의 울부짖음보다 피고인의, 어쩌면 영혼 없는 "반성한다" 한 마디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고려하더라도 '진지한 반성'을 감경 요소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은 여전하다. 이 같은 처벌의 목적이 교묘하게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술한 김호중은 범행 이후 음주 운전은 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잡아떼다가 거짓임이 들통났고 이후 법정서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 판사 앞에서 '눈물 연기'를 보인 뒤, 구치소로 돌아가는 호송차에서 교도관에게 욕설을 퍼부은 10대들도 있다. 거짓 연기의 필수 소품인 반성문 역시 전문 대필 업체가 성행할 정도로 사실상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다.

엄벌주의가 됐건, 교화주의가 됐건, 정당한 처벌을 받으며 그 과정에서 반성을 하는 것이 형사 처벌의 목적이다. 처벌을 받기 전부터 하는 반성이 과연 진실한 반성인가. 그렇다 할지라도 이것이 과연 형사 처벌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을까.

범죄자라는 낙인과 함께 교도소에서 제한당할 자유를 생각하니 그제야 드는 후회를 반성으로 포장한다면, 이것은 '개전의 정(改悛의情)'으로 볼 것이 아니라 가증스러운 '악어의 눈물'로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김동현 기자(rlaehd365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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