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더 비싼 선물이면 좋겠지만,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2만원대 실속 곶감으로 준비했어요."(서울 거주 20대 A씨)
"1년에 단 두 번인 명절만큼은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생각으로 60만원짜리 한우세트 예약했어요."(서울 거주 30대 B씨)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 유통시장 전반에 걸쳐 양극화가 심화하며 설 명절을 앞두고 선물세트까지 가성비와 프리미엄의 구분이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설 선물 시장에서 5만원대 이하 가성비 상품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는 가운데, 30만~70만원대 고가 선물세트도 잘 팔리고 있다.
먼저 실속을 앞세운 대형마트에서는 가성비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두드러졌다. 이마트의 경우 사전예약에서 5만원 미만 세트 매출이 전년 설 대비 4.8% 늘었다. 김이나 조미료 등 1만원 이하 상품 매출도 64.5% 뛰었다. 동시에 29만원대 한우세트 매출은 같은 기간 173.9% 증가했다.
홈플러스도 가성비를 고려한 6만원대 이하 중저가 선물세트 상품 수를 전년 대비 10%가량 확대했는데, 사전예약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반대로 60만원대에 사전 판매한 농협한우 프리미엄 세트도 인기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백화점들은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을 선보이며 차별화 전략을 꾀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10만원 미만 선물을 5% 줄이고, 100만원 이상 선물은 5% 늘렸다. 갤러리아백화점도 프리미엄 라인을 확대하고, 중저가 상품은 일부 줄였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이번 설 선물 예약 판매에서 지난 15일까지 100만원 이상 정육 세트 판매량이 지난 설과 비교해 548% 증가했다. 100만원 이상 와인 세트도 같은 기간 130% 신장했다.
롯데마트 보틀벙커에서는 하이엔드 위스키 선물세트 4종을 한정 수량으로 출시했는데, 벤틀리와 협업해 만든 한정판 위스키를 1억2000만원에 내놓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설 선물세트 양극화 심화가 예견된 것이라고 분석한다. 장기적인 불황 국면에서 소득이 갈리며 씀씀이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런 소비 행태에 발맞추기 위해 극단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양극화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업종은 통상 사치재로 불리는 패션·뷰티시장이 꼽힌다. 패션기업은 전반적인 업황 부진을 겪었지만, 지난해 단일 브랜드로 역대급 실적을 내는 SPA 브랜드가 쏟아졌다. 대표적으로 일본제 불매운동 여파로 주춤했던 유니클로는 매출 1조원을 다시 넘겼다.
뷰티시장에서는 다이소와 편의점이 가성비 뷰티를 내세워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다이소 지난해 1~10월 기초화장품, 색조화장품 매출 신장률은 190%에 달할 정도다. 럭셔리 뷰티 확장세도 뚜렷하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하는 미국 럭셔리 메이크업 브랜드 '아워글래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6%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예 싸거나 아예 비싸야 팔리는 시대인 만큼, 신상품을 출시할 때도 '중간 가격은 없다'라는 생각으로 구상하고 있다"며 "가격을 먼저 설정하고 단가를 맞추는 역설계하는 기업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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