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기후변화 최후의 방어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55도 상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제시한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국제적 약속이 깨진 셈이다.
기후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임계점(Tipping Point)을 넘어섰다는 경고음까지 제시하고 있다. 임계점은 한번 넘어서면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최악의 산불’이 발생해 기후변화의 악영향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0일(현지시간) 이 같은 두 가지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나섰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로스앤젤레스와 벤추라 카운티 일부 지역에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강풍으로 인해 대형 화재가 빠르게 번지면서 극단적 화재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스앤젤레스 등에는 지난 7일 산불이 발생해 빠르게 번졌다. WMO 측은 “최소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고 1만개 이상의 건물이 파괴됐다”며 “17만5000명 이상이 대피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WMO는 ‘강풍+건조+α’를 꼽았다. WMO는 “지난해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우기는 평년보다 길었는데 이때 식물이 크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었다”며 “우기가 끝나고 지금까지 매우 건조한 기간이 이어져 큰 초목이 다 말라버렸다”고 설명했다.
화재가 확산할 수 있는, 이른바 ‘α’로 풍부한 땔감(불쏘시개)을 꼽았다. WMO는 “강한 산타아나 바람과 함께 건조한 환경, 여기에 풍부하게 자란 불쏘시개 등이 결합해 ‘최악의 화재 조건’을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이번 산불을 두고 “더위 증가, 장기 가뭄, 갈증이 심한 대기 등 기후변화는 지난 20년 동안 미국 서부에서 산불 위험과 범위를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이었다”며 “기후 변동성과 기후변화가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관련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2016년 연구를 보면 기후변화로 더 건조해지고 1984년과 2015년 사이에 미국 서부에서 대형 화재가 두 배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NOAA의 지원을 받은 2021년 관련 연구에서도 기후변화가 미국 서부의 화재 발생 빈도 증가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WMO 측은 “화재 관리에는 토지 관리와 예방, 정기적 덤불 제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대피 계획은 생명을 구하는 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WMO가 6개 데이터 세트를 통합 분석한 결과 지난해 지구 평균 표면 온도는 1850~1900년 평균보다 1.55°C(불확실성 한계 ±0.13°C) 높았다고 보도했다. 2024년이 기록상 가장 더운 해라고 설명했다.
앞서 우리나라도 지난해가 1912년 이래 가장 더웠던 해라는 사실을 기상청이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설명한 바 있다.
WMO가 제시한 6개 데이터 세트는 △유럽 중기 기상 예보 센터(ECMWF) △일본 기상청 △미국 항공우주청(NASA) △NOAA △영국 기상청 △이스트앵글리아대 기후 연구부서와 협력해 제공한다.
셀레스테 사울로 WMO 사무총장은 “(지난해 지구평균기온 1.55도 상승은) 파괴적이고 극심한 날씨, 해수면 상승 등을 이끌었다”며 “(이 같은 결과물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록적 온실가스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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