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A씨는 최근 한파가 찾아온다는 소식에 어그(양털) 부츠를 구매했다. 어그 부츠는 여성들만 신는다는 인식이 강해 구매를 고민했지만, 오히려 주변에서 패션 감각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나 들었다.
패션업계에서 성별의 경계를 허무는 '젠더리스(genderless)'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도구로 사용되는 추세다. 불황에 빠진 패션기업들은 특정 성별 구분을 없앤 '토탈브랜드'를 만드는 등 매출 증대 기회로 삼는 분위기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일 커머스 에이블리가 운영하는 남성 패션 플랫폼 4910(사구일공) 지난해 4분기(10~12월) 양털부츠 브랜드 어그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1배 증가했다. 겨울철 방한용 신발을 찾던 남성들이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어그부츠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남성층이 주 고객이던 제품이 여성으로부터 인기를 사례도 늘고 있다. LF가 운영하는 '히스(His) 헤지스'에서 판매하는 '캐너비 발마칸 코트'는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히스 헤지스는 명칭처럼 남성 카테고리에 포함된 브랜드인데, 지난해 여성 고객 매출이 30% 넘게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남녀 옷을 규정하는 기준이 더욱 희미해질 것으로 보고 젠더리스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성적인 디자인을 강화하거나 상품에서 성별 구분을 지우고 사이즈로만 구분하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LF가 전개하는 브랜드 '던스트'는 젠더리스를 추구하고, 포멀 웨어(Formal Wear)와 캐주얼 웨어(Casual Wear)의 경계를 넘나드는 컬렉션을 매 시즌 선보이고 있다. LF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같은 옷이라도 XS, S 사이즈는 여성이, L, XL 사이즈는 남성이 구매하는 등 성별을 따로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성 상품군으로 꾸렸던 LF의 '이자벨마랑'은 점포를 남녀 복합 매장으로 재단장하고 있다. 현재 23개 매장 중 절반이 넘는 곳이 분위기를 바꿨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여성복 브랜드 '디 애퍼처'도 유니섹스 라인을 확대했다. 남성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은 스웨터, 아우터 등 제품의 사이즈를 늘려 출시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패션사업부 조직의 성별 구분을 없앴다. 지난해부터 남성패션팀, 여성패션팀을 폐지하고 '트렌드팀', '클래시팀', '유스팀', '액티브팀'으로 개편했다. 또 지난달에는 더현대서울에 글로벌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과 프라다의 남성 단독 매장을 열었다. 루이비통의 가방·주얼리·액세서리 등 모든 남성 제품을 판매한다.
업계 관계자는 "셀럽들이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코디를 선보이며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도 시선을 바꾸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 스펙트럼을 넓힐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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