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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산책 - 29] 실전 투자 전략 (9) - 단계별로 살펴보는 실패한 투자가 (investor) 의 심리 상태


 

월스트리트 증권 시장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해 4월부터 시작된 하락 장세가 올 상반기를 계기로 반등세로 돌아

설 것이란 전망이 강했으나 7월초에 접어들면서도 상승은커녕 오히려 더

떨어질 조짐이다.

지난 주 칼럼을 읽은 분들은 과연 이런 지루한 하락 장세에서 무턱대고 주

식을 보유 하고 가야만 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실은 이

런 약세 장이 계속되면 그동안 "나만은 흔들리지 않고 장기 보유로 간

다"고 자부하던 분들도 결국 무너지면서 다 털고 나오는 경우도 많다. 반

면 증권 투자를 새로 시작하려는 분들도 "지금은 주식할 때가 아니야"라

며 거들떠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 98년말에서 2000년초까지 '광란의 상승 장세'를 경험한 투자

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2001년 하반기 초 현재 주가는 엄청나게 평가 절하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주당 200달러 이상을 치던 주식이 겨우 10달러대

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많으며, 100달러대를 달리던 주식이 1달러에도 못

미치는 쓰레기 주식으로 전락한 경우도 있다.

현재 폭락한 가격이 바로 제값이라는 평가를 받을만한 기업도 있지만, 반

면 인터넷 주가 버블 붕괴에 따라 이에 별 관계도 없는 실적 좋은 회사들

이 동반 하락한 경우도 많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말은 소위 '진흙 속에서 진주 찾기' 는 바로 지금이 적기라는 것이

다. 눈을 크게 뜨고 10년 정도 앞을 내다 보자. 그리고 10년 후 세상이

어떻게 변하고 있을지를 연구해 보자. 그 다음에 그런 변화된 미래 사회에

서 자리매김할만한 후보 기업을 뽑아 보자. 그리고 현재 그 기업의 실적

상태를 분석해 보자.

지금 같은 약세 시장에서도 회사가 수익을 내고 있다면 눈 딱 감고 사들여

가기를 바란다. 경기 침체 시기에도 돈을 버는 회사라면, 경기가 좋아질

때는 훨씬 더 돈 벌 가능성이 있는 업체이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런 기본적인 공식을 어기는 것이 바로 일반 투

자가들이다. 그들은 주식이 폭발 상승을 하는 장에서는 주식 투자를 하지

않으면 무슨 낙오된 사람처럼 취급을 하고, 반면 장기 침체로 접어 드는

현재와 같은 월스트리트 장에서는 주식을 하고 있으면 무슨 바보 취급을 한

다. 이런 발상은 기본적인 전략의 부재에도 원인이 있지만, 인간 심리 자

체가 그럴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장기 투자가 (investor) 들이 겪는 실패한 투자 심리 상태를 단계별로

알아 본다. 구체적인 투자 사례 속에서 벌어지는 투자가들의 내면 상태

를 생각해 봄으로써 성공을 꿈꾸는 중장기 투자가들이 마음 속에 가져야할

심리 상태를 반추해 보는 것이다.

1. 설렘, 흥분, 초조

주식 투자하는 사람들이 맨 처음 갖게 되는 심리 상태이다. 주식의 '주'자

도 모르던 사람들은 보통 주식 시장이 달아 오르기 시작하면 '나도 한번

주식 해 볼까?' 하는 설레는 마음에 그동안 모아둔 목돈을 들고 증권 회사

로 달려 간다.

구좌를 개설하고, 투자 원금을 예치하자마자, 그동안 한번도 쳐다 본 적

이 없던 경제 신문, 인터넷 증권 정보를 탐독하게 된다. 신문이나 인터넷

정보 사이트에서 증권 분석가들이 '금주의 추천 종목' 이라고 선정한 기사

를 무척이나 열심히 읽는다. 그 다음에는 증권사 객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기업 주식들을 살펴 본다. 그리고는 마침내 한 종목을 선정한

다. 그 후 그 주식의 주가 차트를 살펴 본다. 그 회사와 관련된 뉴스란 뉴

스는 다 찾아 보게 된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신문을 보고, 주가 차트를 보고, 인터넷 정보 사

이트를 둘러 보고 하는 일은 사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다. 그냥 자신

이 '주식의 귀재일지 모른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일일 뿐이다. 그럼에

도 불구하고 이런 현상을 도대체 막을 수 없는 것은 투자가 스스로 설레임

의 상태에서 나아가 이제는 흥분의 심리 상태로 들어 가 있기 때문이다.

흥분한 상태란 객관적인 판단이 흐려지는 상태를 말한다.

이런 초보 투자가들은 다른 사람들의 조언이 귀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이

미 많이 올랐으니 조금 기다리면 분명 조금 떨어지고 그때가서 사도 늦지않

다는 조언을 해 보았자 소용이 없다.

구좌에 돈이 입금되는 순간 이미 가슴이 근질근질해지기 시작했던 상태이

다. 지금 주식을 매입해 두지 않으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주식이 멀리 달

아날 것 같은 초조함이 생긴다. 또 지금 사면 바로 1주일 내로 이익을 낼

것 같은 흥분감에 자신이 지금까지 한번도 주식 투자를 해 본 경험이 없다

는 사실도 망각한다.

보통 증권 투자가들은 증권 구좌에 돈을 입금시킨 후 보통 1주일 이내에

모든 현금을 주식 매입에 다 써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특히 입금이

되는 당일에 한푼 남겨 두지 않고 주식을 다 사 버리는 경우도 태반이다.

심한 경우는 투자 원금을 자신이 사고자 하는 주식의 현재 가격으로 나눈

후 이에 해당하는 주식 수를 그대로 주문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마디

로 거래 수수료 빼고는 모두 주식을 산다는 말이다.

이렇게 성급하게 주문을 내는 일이 발생하는 것은 투자 원금이 입금되는 순

간 바로 위와 같은 심리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한푼도 남겨 두지 않고

주식 주문을 다 체결시키고 난 후 그는 무척 흥분한 상태이다. 내일이면

주식이 바로 오를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이제 그에게는 하루만 지나면 오

늘 매입한 주식과 관련한 특종 기사가 터져 나오고 주가가 천정부지로 올

라 갈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는 듯 하다. 주식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

이 평생 제일 행복한 날이 바로 이날이다.

2. 허탈, 불평

다음날 조간 뉴스에는 불행히도 (?) 어제 기대하였던 관련 특종 기사는 없

다. 무척 허탈해 진다. 자신이 이 주식을 매입했음에 불구하고 그 주식

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토록 믿고서 전액 매입했던 주식이 조금씩 미저미적거리다 갑자

기 내리막길로 접어 드는 것을 보면 이제는 약간 불평이 생긴다. 도대체

누가 이렇게 좋은 주식을 사지 않고 팔려고 내놓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

문이다.

오늘 손해본 것이 얼마인지를 계산기로 두드려 본다. "얼마 안 잃었다"고

하는 안도감과 "이제 하락을 여기서 멈추고 오르겠지, 누가 고른 주식인

데" 라는 희망이 다시 뒤섞인다.

장 마감할 때까지 하락 구면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다가 막판에 약

간 고개를 쳐 든다. 그러면 투자가는 "막판에 조금 고개 쳐든 것을 보니

내일은 오를 것" 이라는 재확신을 가지고 그날 장을 마감한다. 물론 어젯

밤과 같은 흥분 상태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 울상도 아니다. 그저 조

금 허탈하지만 아직은 강한 기대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3. 좌절, 짜증, 기도

다음날 아침 다시 주가 차트를 열어 본다. 주식은 여전히 올라갈 생각을

않고 그저 머뭇머뭇거리다 다시 고개를 아래로 향한다.

아! '못믿을 건 동네 처녀 마음' 이라고 내가 그토록 열심히 지켜 본 (물

론, 단 며칠동안 살펴 본 것에 불과히지만) 주식이 나를 배신하고 떨어지

기 시작할 때 그 좌절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게다가 나를 비웃듯 다른 주식이 '오늘의 스타' 종목으로 10% 씩 떠오르

기 시작하면 짜증이 치민다. "남들은 다 잘 오르는데 이 주식은 왜 이 모

양이지..." 하는 의심의 싹이 싹튼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도 마지막 한 방

법은 있다. 기도를 하자.

"하나님, 부처님, 천지신명님. 이 주식 꼭 오르게 해 주셔서 손해만은

건지게 해 주십시오"

그러나 내 기도는 아무도 들어 주지를 않는다. 옆에서도 이제는 한몫 거

든다. "거 뭐랬냐. 너무 올랐으니 사지 말라고 할 때 듣지."

결국 한 며칠도 못가 손해만 보고서는 다 털고 나온다. 그렇게 다 손절매

하고 나오면서 하는 말은 보통 "이번은 처음이니까 수업료 낸 셈 치자".

그리고는 시장에서 인기를 끈다는 다른 주식을 처음 주식 살 때와 똑같은

마음으로 다 사버린다. 구좌에 현금이 하루도 채 남아 있을 새가 없다.

어제와 오늘이 다른 것은 주식 종목이 바뀌었다는 것뿐이다.

4. 분노, 혼돈, 공포

그동안 보유하고 난 주식을 다 팔고 엄청 손해를 보았으며, 시장에서 인기

를 끌던 주식에 멋도 모르고 손을 댄 바로 그 다음날 아침, 그 동안 가지

고 있던 주식이 머뭇머뭇거리며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속으로 "거 봐

라. 잘 팔았지. 다른 주식들은 잘 오르는데 저것만 그래"

어제까지 그토록 애지중지하며 아껴 주던 주식을 이제는 무슨 복수의 대상

이라도 된 것 마냥 저주를 퍼붓는다. 무슨 나쁜 뉴스가 나올 모양이라도

보이면 통쾌하다는 듯이 웃는다.

그런데 갑자기 그 주식이 전일 내가 팔았던 가격 이상으로 오르기 시작한

다. 그때는 "내가 가지고 있을 때는 전혀 오르지 않던 것이 이제 왜 오르

나" 하는 배신감과 "일시적인 현상이겠지" 하고 자위해 보기도 한다. 그러

다가 그전에 자신이 매입하였던 가격 이상으로 치고 올라 가기 시작하면 이

제는 분노감이 극에 달한다.

반면 어제 새로 매입한 주식은 그동안의 시장 인기가 이제 다 반영이 되었

는지 다시 시들해 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하락의 길로 가면서 이제는

극도의 혼돈 상태에 빠진다. "내가 전에 골랐던 주식이 맞았던 것인가..."

그러다가 조금 더 시간이 흐르면 마침내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새

로 매입했던 인기주를 다시 확 팔아 버리고는 그전에 자신이 선택했던 주식

을 전액 재매입한다. 당연히 지난번 매입 때보다 주식 수가 현저히 줄어

들었다.

그리고는...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똑같은 단계가 연속적으로 반복되면서 투자가

는 '흥분 -> 허탈 -> 좌절 -> 분노 -> 혼돈' 의 상태에서 이제는 마지막

단계인 '공포' 상태로 빠지게 된다.

주식은 쳐다 보기도 싫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른

다", "나는 주식하고는 인연이 안되는 것 같다", 등등의 변명만 하고서

는 시장에서 사라져 간다.

◆ 월스트리트는 실패한 투자가들의 정신 병동 (?)

실패한 투자가들이 겪는 심리적 변화가 위와 같다. 성공한 투자가와 실패

한 투자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런 심리적 안정감의 문제이다. 주식

투자를 시작할 때나 아니면 베테랑이 되었을 때나, 변함없이 안정적인 마

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극도의 흥분감이나 기대감을 없애고, 손실이 났을

때도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증권 시장에서 이처럼 안정적인 심리적 상태를 유지할

방법은 거의 불가능하다. 월스트리트를 '실패한 투자가들의 정신 병동' 이

라고 빗대어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다.

증권 투자 자체를 느긋하게 즐길 수만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투자 상태가

없을 것이다. 한가지 방법을 제안한다면 "역시 기대감이 그리 크지 않으

면 좌절감도 그리 크지 않다"는 진리이다.

투자의 목표를 너무 성급하고 크게 정하지 말고, 그저 은행 이자보다 높

은 정도의 수익이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부딪히다 보면 오히려 생각지도

않던 큰 중장기 수익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괘변이 통하는 것이 바로 우리

가 지금 공략하고자 하는 월스트리트 증권 시장이다.

평탄한 심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주식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정신 수련

이라도 받아야 할 모양이다.

/뉴욕=티케이 김 통신원

href=mailto:nybull@consultant.com>nybull@consulta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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