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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경의 북 레시피]'동과서'-해외비즈니스 준비 위한 필독서


EBS다큐멘터리 동과서-동양인과 서양인은 왜 사고방식이 다를까?

유익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서점에서 발견

TV를 즐겨보는 스타일이 아닌데, 채널을 돌리다보면 EBS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중에 시선을 채널에 고정을 시키는 것들이 종종 있다. 다큐멘터리의 퀼리티가 많이 향상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올 봄에 방영되었던 이 프로그램을 TV로 봤을 때는 프로그램 막바지 부분부터 볼 수 있어서 나중에 인터넷 다시보기로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몇 달이 훌쩍 지난 어느 날, 원어민 사고를 접목해서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우연히 이 책을 보여주셔서 삽시간에 대화의 폭포수가 내리 꽂히기도 했다.

방송이라는 것의 속성상, on Air로 사라지는 게 당연지사인데 이렇게 친절하게 책으로 출간되어서 밥상이 되어주니 첨부터 제대로 읽으면서 이 맛 저 맛을 볼 수 있었다. 자, 그럼 맛 기행을 시작해 볼까?

잠깐! 책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몇 년 전부터 기업환경에서도 ‘글로벌 스탠더드’ 열풍이 불었고 이는 곧 ‘아메리칸 스탠더드’로 동격화 되는 추세였다. 글로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서양’이라는 대상은 반드시 맹목적으로 추종하거나 정복해야 하는 라이벌이라기보다는 맞은편의 무게중심의 한축으로서 균형을 잡아주는 파트너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동과서의 차이를 구분하다보니 이 책에서는 단순히 이분법적이 대조를 많이 활용했다. 분명 이분법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현상이 있겠지만 타문화에 대해 이해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면 매우 매력적인 책이다.

동양, 동사 중심의 언어 vs. 서양, 명사 중심의 언어

예를 들어, 차를 더 마시겠냐고 물을 때 동양에서는 “(차) 더 마실래?”라고 묻지만 서양에서는 "(Would you like to have) more tea?"라고 묻는다. 같은 표현인데도 동양 언어에서는 동사가 표현되고 서양언어에서는 명사로 표현되었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동양에서 동사 중심적인 표현을 쓰는 것은 ‘사람’과 ‘차’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사람’과 ‘차’는 독립된 개체라고 생각되어 ‘차’라는 명사만 가지고 질문을 해도 충분히 언어소통이 된다는 것이다.

살인사건을 해석하는 동서양의 다른 시각

1991년 미국의 아이오와주립대학교에서 중국인 대학원생이 자신의 지도교수를 포함해 여러 명을 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한 동양과 서양의 보도내용이 서로 달랐던 것이다.

서양 언론에서는 사건의 원인이 중국인 학생의 비뚤어진 성격과 정신 건강상의 문제에 있었다고 보도했다. 기본 성격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양의 언론에서는 사건의 원인을 중국인 학생이 처한 상황 탓으로 보도했다. 지도교수와의 불화, 또는 학위취득 실패에 대한 압박감, 그리고 총을 구하기 쉬운 미국의 상황 등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어떤 현상을 바라보는 견해에 있어서도 동양인들은 현상의 원인이 사물을 둘러싼 관계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서양인들은 사물의 속성 자체에서 원인을 찾는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인물위주로 사진찍은 서양인 vs. 배경을 의식하는 동양인

전통적인 초상화들을 들여다보면 서양의 것들은 주로 얼굴에 초점을 맞춘 상반신 위주이지만 동양의 것들은 대부분이 전신을 담고 있으며 그 인물이 처한 맥락을 알기 위해 배경을 함께 그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람이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재미있는 것은, 현대에 와서 대학생들에게 친구사진을 찍어주라고 해도 위와 변함없는 구도라는 것이다. 한편, 여행지에서 동양인들은 배경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사진을 찍는다. 이는 주변 배경에 따라 자신의 모습도 달라 보이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양인들은 인물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배경이 바뀐다고 해서 동양 사람들처럼 자주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지는 않는다.

배려를 미덕으로 vs. 선택할 수 있게

보통 서양인들은 손님이 집에 오면 뭐 마실지를 물어보고 좋아하는 것을 고르라고 물어본다. 이럴 경우, 일본인이 손님이라면 무례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혹은 손님에 대한 배려나 준비가 부족하거나.

반면 동양에서는 손님이 도착하면 집주인이 물어보지 않고 알아서 차를 내온다. 서양이 손님인 경우에는 자신이 마시고 싶은걸 묻지 않고 주인마음대로 주는 응대가 달갑지 않다. 자신의 기호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양쪽 문화의 식탁에서도 잘 나타난다. 서양의 음식은 빵, 샐러드, 채소, 스테이크 고기 등등이 덩어리째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먹는 사람이 개인의 취향에 따라 먹을 수 있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양의 요리는 먹는 사람이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배려하여 잘게 잘라서 나온다. 식탁을 차릴 때도 동양인들은 손님이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준비하기 때문이다.

‘우리’중심의 동양인 vs. ‘나’중심의 서양인

한국 사람들은 ‘우리나라’, ‘우리 집’, ‘우리 학교’와 같이 ‘우리’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이는 동양의 자아는 ‘나’라는 개인에 한정되지 않고 ‘우리’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동양인은 특히 가족과 나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가족이 잘돼야 나라가 잘돼야 나도 잘된다는...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도 양쪽에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동양인들은 일대일로는 깊은 인간관계를 추구하지만 한번 집단을 형성하면 그 집단에 속하지 않는 낯선 사람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태도를 취한다. 서양인은 낯선 사람과 빨리 친해지지만 ‘사생활 침해’의 개념이 확실하기 때문에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타인과 공유하지는 않는다.

동양인들은 서양인들이 선호하는 ‘나’의 행복보다는 ‘우리’의 행복, ‘우리 가족’의 행복에 우선순위를 뒀다. 또한 자신의 이름도 이름보다는 자신의 속한 가문을 나타내는 성이 먼저 나온다. 하지만 모든 출발은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서양인들은 이름을 소개할 때도 자신의 이름, 그 다음에 성이 나온다. 주소를 적을 때도 자신과 가까운 쪽부터 나열해 나간다. XXXX호, XX 빌딩, XX 동, XX 구, 도시 명, 나라 명 순으로...

‘우리’라는 개념은 맥주병의 크기만 봐도 재미있는 차이를 나타낸다. 동양 맥주병의 표준 크기는 여럿이 함께 나눠 마실 수 있는 크기이고 서양의 표준 크기는 한 사람이 한 병씩 마시도록 되어 있는 크기이다. 동양인은 우리, 즉 자신이 속한 집단을 최소단위로 여기지만 서양인은 나, 즉 개인을 최소단위로 여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 생활 곳곳에서 나타난다.

다른 예로는 가옥구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서양의 집들은 담이 발달되어 있지 않아 마당이 외부로 개방되어 있다. 각각의 방은 폐쇄적이지만 오히려 집 전체는 개방적이다. 그러나 동양의 집들은 개인이 아니라 가족이 기본단위이기 때문에 집 자체가 폐쇄적인 공간이며, 개인의 방은 거의 문을 열어놓고 생활할 정도로 개방적이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을...

해외진출을 준비하시는 기업의 경영진들, 해외영업 업무를 맡고 계시는 분들, 외국계 기업 종사자들, 해외인재를 관리하고 있는 국내기업의 인사담당자 분들은 특히나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다. 비즈니스와 파트너, 직원관계에서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어 하는 사람도 포함 된다.

기억에 남는 다큐멘터리 작품들

책 소개하는 코너에서 웬 다큐작품 소개를 하나 궁금해 하시겠지만 다큐에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 개인적인 선호도에 입각하여 몇 작품을 소개하면...

다큐멘터리 방송을 보려면 떠오르는 곳은 주로 외국계 방송사다. BBC나 NHK, Discovery나 National Geographic. 이곳들은 주로 인물, 교육, 역사, 우주, 과학, 생활에 관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다양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많이 제작하는 곳들이다. 특히 NHK의 ‘Miracle Earth’를 보면서는 우주 안에서 지구생명체가 주인공이라는 생각에 꽤 오랫동안 잔상이 남았었다. 최근에는 2008 올림픽 즈음에 NHK의 ’Miracle Body'에서 수영천재 미국의 마이클 팰퍼스를 밀착 취재한 프로그램도 너무 좋았다.

요즘에는 한국방송국에서도 꽤나 흥미 있는 다큐멘터리들을 제작하고 있다. 최근에 또 재미있게 본 것은 SBS의 ‘Vocation Vacation'이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직장인들이 휴가를 내서 자기 돈을 내고 평소 자신이 갖고 싶은 직업의 세계를 체험하는 내용이었다. 한편, 중국, 티베트, 네팔, 인도까지 이어지는 최대 문명 교역로를 탐험한 KBS의 ’차마고도‘도 인상적이었다. 메시지를 내레이션보다는 화면으로 보여주는 기술이 예사롭지 않았다.

/ 이희경 칼럼니스트 column_venture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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