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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환의 검색문명 유람기]검색에 포로가 된 콘텐츠 제공업체들


드디어 아이팟 터치를 샀습니다. 참으로 즐거운 물건입니다. 이메일과 웹 브라우저가 제공되니까, 이제는 출장을 갈 때에 무거운 노트북을 가지고가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깁니다. 스토어에서 게임과 지도 등 재미있는 컨텐츠를 내려받았습니다. 무료 컨텐츠도 있고, 한영 사전과 같은 컨텐츠는 4.99$의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컨텐츠가 유통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준 애플에 고마운 느낌을 가지게 됩니다. 스튜디오 형태의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가 고정적인 수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가져보지만, 아직은 활발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아이팟을 대표로 하는 모바일 인터넷 세계는 이제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검색으로 통하고 있다

PC 인터넷 세계는 검색이, 혹은 포털이 컨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포털과 검색엔진이 합쳐진 검색포털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외의 어떠한 검색엔진보다 훨씬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정보를 직접 제공하고 있습니다.

뉴스 검색에서는 국내의 대부분의 신문사의 기사를 거의 실시간으로 종합하여 제공하고 있고, 쇼핑 검색에서도 국내 대부분의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품정보를 가격비교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밖에도 영화, 음악, 사전, 주식정보, 부동산, 소프트웨어, 석박사 논문 등이 검색 포털을 통해서 제공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컨텐츠 업체들이 너무나 영세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포털에서 지불하는 약간의 보상에도 만족하여야 하는 것 같습니다.

수익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

포털에서 뉴스를 검색한 후에 신문사의 페이지로 이동하면 참으로 난감합니다. 매우 복잡하고 현란한 신문기사 페이지가 뜨는데, 검색결과 화면과 너무 동떨어진 모습입니다. 반면에 뉴스를 검색한 후에 포털에서 제공하는 페이지로 이동하면 빠르고 깔끔한 화면으로 구성된 기사를 읽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검색엔진에서 아웃링크(해당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사이트로 이동하는 링크)를 제공하여 컨텐츠 업체를 배려한다고 하지만, 사실 컨텐츠 제공업체가 방문자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좀 어리숙합니다.

뉴스 컨텐츠를 포털에 제공하고 있는 신문사의 전략이 궁금했습니다. 신문사 전산실 출신인 친구의 이야기로는 신문사 자체의 수익이 매우 불안하기 때문에 포털에서 받는 정보료의 유혹을 물리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합니다. 대충 이해가 갑니다. 신문사에 검색 솔루션을 공급해보았던 과거의 경험으로도 신문사는 무료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검색 광고 배송 네트워크를 운영했을 때에도 의외로 신문사와의 제휴가 어렵지 않게 해결되었었습니다. 그만큼 수익원을 갈구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습니다.

수익모델에 집착하게 되면 웹 페이지에 마(魔)가 끼게 됩니다. 여러가지 광고를 시선이 머물만한 곳에 배치하게 되고, 페이지가 온통 삐끼들로 가득차게 됩니다. 광고가 많아지게 되면 웹페이지를 만들어내는 시간도 늦어지고 화면에 뜨는 속도도 늦어지게 됩니다. 꺼~~엄~~뻑 하고 떠오른 화면에서 시선이 멈출 만한 곳은 온통 광고로 채워져있으니 짜증이 납니다. 문제는 속도입니다. 속도가 빠르고 화면이 깔끔하다면 당연하게 사용성이 높아지고, 사용량이 많아져야 수익이 증가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따라야 합니다.

재주는 쇼핑몰이 부리고 돈은 검색이 번다

검색 포털에 있어서 뉴스 만큼이나 중요한 컨텐츠는 아마도 쇼핑일 것 입니다. 포털에서 가격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기 전까지는 가격비교 전문 사이트들이 인기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가격비교 서비스도 검색포털이 장악하였습니다. 뉴스 컨텐츠는 검색포털이 사용료를 지불하고 사오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쇼핑의 경우는 거꾸로입니다. 쇼핑몰에서 광고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쇼핑몰은 검색 뿐아니고 포털의 여러곳에 광고 노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년동안 옥션이 네이버의 첫페이지에 노출되는 비용으로 150억 원 정도를 지불한다고 합니다. 네이버 첫페이지의 3시방향에 있는 쇼핑 정보 5cm * 10 cm의 박스 가격은 1년 임대료가 수백억원입니다. 그러니까 국내에서 가장 비싼 값의 땅입니다.

가격비교 서비스를 통해서 쇼핑몰에 방문하여 물건을 구매하게 되면 쇼핑몰에서는 검색포털에 판매액의 1~2%를 지불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검색 서비스를 삐끼 비즈니스라고도 합니다.

광고 비용으로 옥션과 G마켓 합쳐서 년간 1천억 원이 넘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옥션의 2007년 순이익이 100억 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순이익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검색포털에게 제공하는 관계입니다. 옥션은 2006년 230억 원 순익에서 2007년 100억 원 순이익으로 그리고 2008년은 상반기에 28억 원의 순이익으로 점차 감소하는 상태입니다. G마켓의 경우에도 광고 및 수수료 지출이 2006년에 540억 원에서 2007년에는 920억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아마도 순이익이 0이 될 때까지 광고 비용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도 싶습니다.

인터넷에서 과속은 무죄이다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인터넷을 땅이라고 보면 검색은 길의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지금 모든 길은 검색포털로 통하고 있습니다만,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빠르게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빠르게'라는 단어를 가장 치열하게 경험하는 분야가 검색분야입니다. 검색창에 키워드를 넣으면 200msec 이내에 수억개의 페이지에서 가장 적합한 (?) 문서를 빠르게 찾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1초에 수십억 개의 페이지를 다루는 셈이니까 빠르기는 정말 빠릅니다. '빠르게' 찾기 위해서 컴퓨터 장비도 많이 사용합니다.

보통 찾아야 하는 콘텐츠에 80%~400% 정도를 인덱스로 구축하여야 빠르게 찾을 수 있습니다. '더 빠르게' 찾기 위해서는 컴퓨터의 운영체제를 뜯어 고쳐서 '찾는 기계'로 만들기도 하고, 자주 찾는 것은 '미리 찾기'해두는 방법으로 속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요술을 부리지는 못합니다. 어떠한 컴퓨터로도 1초에 수십억 건의 문서를 일일이 대조해가면서 검색결과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마치 마술과도 같이 인덱스를 미리 만들어두어 조금만 찾아보는 '빠르게 찾는 기술'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키워드 검색이 아닐 수도 있다

뉴스는 뉴스 나름대로의 뉴스 포털을 만들고 그 안에 뉴스를 찾기 좋은 검색 서비스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쇼핑은 쇼핑 나름대로의 쇼핑 포털을 만들고 그 안에 쇼핑을 위해서 잘 구성된 검색 서비스를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10년 전에는 카테고리를 클릭해서 물건을 찾는 방식이 90%이상을 점유하였는데, 최근에는 검색 창에 입력해서 물건을 찾는 비율이 50%를 넘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검색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기는 한데, 그 이유는 두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페이지 로딩 속도가 너무 느려서 급행 열차인 검색을 사용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검색창 자동 완성기능으로 애매한 키워드에 대해서도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쇼핑과 뉴스는 일반적인 키워드 검색과 약간 다른 성향이 있습니다. 뉴스는 새로운 용어가 계속 발생하는 트랜디한 속성의 컨텐츠입니다. 그러므로 찾는다기 보다는 발견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분야입니다. 쇼핑은 새로운 상품이 계속 나오는 트렌디한 속성과 더불어 명칭 부여가 통제되지 않는 분야입니다. 뉴스는 기자들에 의해서 언어적인 오류가 제거된, 상당히 깨끗한 콘텐츠이지만, 쇼핑은 판매자가 직접 상품의 명칭을 제작하기 때문에 통제하기가 어려운 컨텐츠입니다. 이러한 컨텐츠는 키워드 검색과 그다지 궁합이 맞지는 않습니다. 무엇인가 새로운 방식, 예를들면 태그 클라우드 같은 정보 발견 방식이 나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장비가 판을 바꾸어 주기를

아이팟은 건전한 콘텐츠 생태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이팟 app store의 예에서 보면 콘텐츠와 소프트웨어가 잘 조화되어서 상품으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콘텐츠만 딸랑 있는 것은 무료로 밖에는 제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비록 현재의 아이팟은 미미한 시장이지만, 앞으로 나오게될 모바일 장비의 인터넷 환경에서는 콘텐츠가 곰노릇하지 않고 주인장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조영환 모란소프트 대표 column_youngch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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