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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욱의 바이오 세상]만병의 근원, 비만


비만은 인류 건강 최대의 '공공의 적'

한집 건너 고깃집이 번창하던 ‘갈비공화국’시절의 덕분인지는 몰라도 과도한 영양 섭취와 음주,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이 크게 늘면서 비만으로 인한 만성질환을 앓는 국민이 지난 10년간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최근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07년도 국민건강영양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자 100명 중 무려 36명이 비만이라고 하는데 이 수치는 짐작은 하였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가히 충격적인 수치인 듯 하다. 이로써 우리나라가‘비만선진국’으로 진입을 하게 된 것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전세계에 알린 셈이 되었다.

이번 조사를 위하여 보건복지가족부는 신체질량지수라고 하는 수치를 비만의 기준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신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란 자기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로 카우프지수라고도 한다.

보건복지부가 이번 조사에서 BMI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하였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한국 남자의 평균키 174cm(2006년 통계청 자료)인 남자가 몸무게 76Kg을 넘으면 BMI 25를 웃돌아 비만으로 분류되며 91Kg을 넘으면 BMI 30 이상의 고도비만이 된다. 물론 사람마다 체지방, 근골격 등의 개인차로 단순히 BMI만으로 비만 정도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 있으며 동양인과 서양인과의 차이도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가 고도비만의 잣대로 여기는 BMI 30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하는데 BMI 30 이상을 기준으로 한 미국의 비만 인구는 전체 국민 중 32.2%이라고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미국은 이미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한 바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몇 해 전의 특집기사에서 미국 성인의 60%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으로 분류되고 있는 만큼 비만은 더 이상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미국사회가 안고 있는 ‘전염병’이라고 할 만큼 국가 보건의 무서운 적이라고 묘사하면서 고혈압, 당뇨 등 만성 성인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요 원인인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여야 하며 미국 정부는 이를 위하여 특단의 조치를 취하여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또 타임지는 비만의 원인에 대한 접근보다는 음식물의 섭취조절이 가장 효과적인 비만 치료방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뚱뚱해지지 않으려면 섭취하는 에너지의 양보다 운동과 일상생활을 늘려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을 더 많게 하라는 것이다. 현재 전세계 의학계는 엄청난 연구비를 쏟아 부으면서 비만과 관련된 연구를 다각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식품과 의약품을 포함한 바이오산업계에서도 비만은 가장 뜨거운 이슈의 하나가 되었다.

비만을 ‘다이어트’라고 불리는 식이요법을 통해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비만의 원인이 섭취하는 음식물에도 기인하지만 개개인의 비만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이상에 크게 기인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의 뇌에는 항상 같은 체중을 유지하려는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가 있는데 이 부위에는 배고픔과 관련된 호르몬인 ‘그렐린’ 이외에 비만을 촉진시키려는 호르몬과 이와 관련된 유전자가 다수 발견되고 있다.

비만과 관련된 유전자나 호르몬 구조에 변형이 발생한다면 같은 열량의 식사를 하더라도 정상인보다 쉽게 비만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TGFBI’라고 하는 유전자의 기능이 국내 연구진에 의하여 비만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 유전자의 염기서열에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정상인보다 훨씬 비만한 상태라고 한다. 유전적으로 비만을 치료할 수 없는 이유로는 비만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너무 많고 서로서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데 생명공학의 발달로 10년 후면 비만을 유전자치료 방법으로 완치시킬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최근 늘어만 가는 비만의 원인은 환경변화, 특히 식생활 문화의 변화에 기인한다고 하겠는데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1970년을 기점으로 하는 고도의 경제성장 이후 지방과 탄수화물의 폭발적인 섭취 증가에서 찾을 수 있다. 증가라고 말하기보다는 오히려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는 표현이 적절하리라 본다. 식생활을 통해 쉽고 효율적으로 비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탄수화물의 섭취를 억제하거나 체내 에너지원으로 상대적으로 열량이 높은 지방의 섭취를 크게 줄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하겠다.

최근 전세계 바이오업계는 지방의 섭취를 줄이기 위하여 새로운 식품 소재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999년 2월 일본의 대표적인 생필품 제조회사의 하나인 가오(花王)는 다이어트용 식용유 ‘에코나’를 발매, 엄청난 매출 신장으로 전세계 바이오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 제품은 일반 식용유와 맛과 기능은 똑같으나 인체의 소장(小腸)에서 흡수된 이후 체지방으로 축적되지 않는 성분으로 제조한 것이다. 에코나는 일본에서 발매 첫해에 70억 엔, 5년 만에 300억 엔이라는 기대 이상의 매출실적을 올려 일본인들이 비만 예방에 대하여 관심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처럼 바이오산업계는 비만과의 전쟁을 위하여 새로운 소재의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특히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새로운 기전의 비만치료제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놀(Knoll)사는 뇌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호르몬의 재흡수를 억제시켜 식욕을 억제하는 `리덕틸'이라는 의약품을 발매한 바 있으며 로쉬(Roche)사는 지방분해 효소의 기능을 억제해 체내에서 지방이 소화되지 못하고 그대로 배설토록 하는 `제니칼'이라는 신약을 이미 발매하여 비만으로 고생하는 환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한 연구팀은 몇 년 전 호주의 연구진과 공동으로 한약재로도 사용되는 국내 자생식물의 하나인 황련(黃蓮)에서 주요 성분인 ‘베르베린’이 비만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음을 밝혔는데 지방산의 산화를 촉진시켜 체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방지하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황련은 예로부터 소화불량, 위염, 복통, 구토예방 등에 널리 쓰인 한약재로 부작용도 없어 황련의 성분을 이용하여 새로운 기전의 비만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그 부가가치가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제 비만은 더 이상 남의 나라만의 고민거리가 아닌 듯싶다. 모든 질병의 근원이라고 하는 비만이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한 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성인은 빼고라도 초등학교 어린이 3명 중 1명도 이미 비만 상태라고 한다. 인스턴트식품의 증가, 운동 부족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소아비만이 급증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 나이 또래들이 받고 있는 나름대로의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해소할 수 밖에 없는 환경 탓이라 하겠다.

한편 유엔의 식량농업기구(FAO)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동남아시아에서만 기아와 영양부족으로 고통을 받는 인구가 무려 3억 7천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지구의 한쪽에서는 배고픔과 영양부족으로 힘들어 하고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기름지고 풍족한 음식으로 인하여 비만으로 고생하고 있다고 하니 비만도 양극화가 일어나는 듯 하여 착잡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정성욱인큐비아 대표 column_sungoo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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