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P 소재도 국내서 확보…K배터리, '탈중국 공급망' 속도

LFP 소재도 국내서 확보…K배터리, '탈중국 공급망' 속도

SK온·삼성SDI, 엘앤에프·포스코퓨처엠과 장기계약
미국 PFE 규제 대응하고 북미 ESS 시장 공략
국내 조달만으로 규제 충족 못 해…원료 이력 관리가 관건

[아이뉴스24 황세웅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핵심 소재를 국내 업체에서 확보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LFP 공급망을 다변화해 미국의 금지외국기관(PFE) 규제에 대응하고 북미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수주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이다. 국내 ESS 입찰에서도 산업·경제 기여도가 주요 평가 요소로 다뤄지면서 국내 생산과 소재 공급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다만 국내 소재업체와 계약했다는 사실만으로 미국의 공급망 규제를 자동으로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 소재에 사용된 원료와 전구체의 출처, 공급기업의 지분·통제 관계까지 확인해야 해 공급망 전반의 추적·증빙 능력이 실제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건물 전경. [사진=각 사]

5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엘앤에프와 포스코퓨처엠 등 국내 소재업체와 잇달아 ESS용 LFP 양극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도 엘앤에프와 대규모 LFP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스코퓨처엠으로부터 양극재와 음극재를 공급받는 등 국내 소재업체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신규 계약은 SK온과 삼성SDI의 ESS용 LFP 양극재에 집중됐다. 국내 배터리업계가 그동안 중국 기업의 비중이 높았던 LFP 소재 공급망을 국내로 넓히기 시작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SK온·삼성SDI, 국산 LFP 양극재 장기계약

SK온은 지난달 17일 엘앤에프와 약 1600억원 규모의 ESS용 LFP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기간은 2026년부터 2028년까지다. 시장 환경과 공급 성과, 고객 수요 등에 따라 추가로 3년간 계약을 연장하는 방안도 협의할 수 있다.

확보한 양극재는 SK온의 ESS용 LFP 배터리 생산에 활용될 예정이다. SK온은 충남 서산공장 일부를 ESS용 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미국에서도 ESS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충청남도 서산에 위치한 SK온 배터리 공장. [사진=SK온]

SK온은 이어 지난달 22일 포스코퓨처엠과 1조742억원 규모의 LFP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었다. 공급 기간은 2027년부터 2029년까지이며 양사 합의에 따라 2년 연장할 수 있다.

두 계약을 합하면 SK온이 최근 국내 소재업체와 체결한 LFP 양극재 공급계약은 약 1조2342억원 규모다. 계약금액은 환율과 원재료 가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삼성SDI도 지난 3월 엘앤에프와 약 1조6000억원 규모의 LFP 양극재 중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2027년부터 3년간 공급받고 이후 3년간 추가 공급받을 수 있는 옵션도 확보했다.

해당 양극재는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삼성SDI와 스텔란티스가 운영하는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의 ESS용 LFP 배터리 생산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포스코퓨처엠은 SK온과의 계약을 계기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에 이어 국내 배터리 3사 모두와 양·음극재 공급 관계를 갖추게 됐다. 다만 회사별 계약 품목과 적용 배터리, 공급 시기는 서로 다르다.

美 PFE 규제 강화…국내 조달만으로는 부족

배터리업계가 국내 소재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가장 직접적인 배경은 미국의 공급망 규제 강화다.

미국 재무부와 국세청이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 관련 세액공제에 적용되는 금지외국기관(PFE) 기준을 담아 발표한 ‘Notice 2026-15’. [사진=미국 국세청]

미국은 배터리와 ESS 관련 세액공제를 적용할 때 중국·러시아·이란·북한 등과 연계된 금지외국기관의 실질적인 지원이나 소재·부품 사용 여부를 따진다. 중국 기업이 세계 공급망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LFP 양극재와 음극재는 특히 공급처 다변화 필요성이 큰 품목이다.

국내 업체에서 소재를 공급받으면 중국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규제에 대응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 미국 현지에서 ESS 배터리를 생산하는 국내 업체에는 안정적인 비중국 소재 공급망 확보가 수주와 세액공제 경쟁력에 직결될 수 있다.

그러나 공급기업의 국적만으로 규제 충족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 양극재를 생산하더라도 원료나 전구체를 중국에서 공급받거나 중국 기업이 생산·기술·지분 구조에 관여하면 규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배터리업체는 원료 채굴부터 정제, 전구체와 양극재 생산에 이르는 공급망 이력을 확인하고 관련 비용과 공급처를 증빙해야 한다. '국내 생산'보다 '규제 기준에 맞는 비중국 공급망' 구축이 핵심인 셈이다.

국내 ESS 수주전도 '산업 기여도' 부각

국내 ESS 시장 확대도 국산 소재 확보를 재촉하고 있다.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공고 일반사항. [사진=한국전력거래]

정부가 추진하는 ESS 중앙계약시장은 가격 외에도 안전성과 산업·경제 기여도 등 비가격 요소를 함께 평가한다. 배터리 셀뿐 아니라 국내 생산과 소재 공급망 구축 여부가 사업 경쟁력과 연결될 수 있는 구조다.

국내 소재업체들도 이에 맞춰 LFP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LFP 양극재 양산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포스코퓨처엠도 기존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라인 일부를 LFP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에서 LFP 양극재를 대규모로 조달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지면 배터리업체는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물류·재고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소재업체도 전기차용 삼원계 양극재에 치우쳤던 제품군을 ESS용 LFP로 넓힐 수 있다.

배터리 3사의 국내 소재 협력은 단순한 공급처 변경보다 미국 규제와 글로벌 ESS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공급망 재편으로 볼 수 있다. 향후 경쟁력은 계약 규모뿐 아니라 원료 단계까지 중국 의존도를 얼마나 낮추고 이를 투명하게 입증할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황세웅 기자(hseewoong8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