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 경쟁 '어른이보험' 3년 후 보험금·환급금 2배 '부메랑'

절판 경쟁 '어른이보험' 3년 후 보험금·환급금 2배 '부메랑'

보험료 낮고 보장 범위 넓어⋯손보사 손해율 우려
삼성화재 3년간 보험금 6배↑, KB·DB, 2배 이상 증가

부모와 아이 이미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진 [사진=unsplash]

[아이뉴스24 홍지희 기자] 손해보험사가 2023년 경쟁적으로 판매한 무·저해지 어린이보험의 보험금·환급금이 3년 새 2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의 무리한 상품 판매가 시차를 두고 향후 손해율 위험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손보사의 무저해지 어린이보험 보험금·환급금 규모는 2650억원으로 2023년 상반기(1255억원) 대비 111.2% 증가했다.

어린이보험은 태아·어린이를 대상으로 질병·상해를 보장한다. 가입 기간이 긴 장기보험인 데다 해지율도 낮아 보험사들이 선호하는 상품으로 알려져있다. 무·저해지 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 중 해지 시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대신 표준형 보험보다 보험료가 10~40% 저렴한 상품이다.

손보사들은 저출생으로 어린이 인구가 감소하자 어린이보험의 가입 대상을 성인까지 넓히며 고객층 확대에 나섰다. 2018년을 전후해 가입연령을 기존 0~15세에서 30~35세까지 확대했고 뇌졸중·급성심근경색 등 성인에게 필요한 질환 보장도 추가했다.

여기에 보험료 납입기간 중 해지환급금을 없애거나 줄이는 대신 보험료를 낮춘 무·저해지형 상품이 결합되면서 성인 가입자가 늘었다. 어린이보험의 가입 대상과 보장 범위가 성인까지 확대되면서 시장에서는 이들 상품이 '어른이보험'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손보사들의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3년 7월 불완전판매 가능성, 담보 남발, 건전성·손해율 문제를 지적하며 개선에 나섰다. 최대 가입연령이 15세를 초과하는 상품에는 '어린이(자녀)보험' 등 소비자가 어린이 전용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명칭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금감원 규제가 예고되자 손보사들은 ‘어린이 보험으로 성인 질환을 저렴하게 보장하라’, '어린이보험 막차를 타라'며 절판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감독당국의 규제로 지난해 어린이보험의 월납 신계약 규모는 2023년 대비 절반으로 감소했다.

문제는 이미 판매한 어린이보험이 손해율에 미칠 영향이다. 과거 판매한 어린이보험의 보험금·환급금 지급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손익 관리 측면에서 지켜볼 대목이다. 어린이보험은 가입 기간이 긴 장기보험인 만큼 계약자의 연령 상승과 계약 경과에 따라 보험금 지급 규모와 손익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상반기별 손보사의 전체 어린이보험(표준형·무저해지) 보험금·환급금은 2023년 1조2961억원에서 2024년 1조4255억원, 2025년 1조5687억원, 2026년 1조6378억원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지급액은 2023년 상반기보다 26.4% 늘었다.

장기보험 상품 특성상 손해율 위험은 최소 5~10년의 시차를 두고 가시화되는 게 일반적이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어린이보험 신계약을 집중적으로 유치한 손보사의 최근 지속적인 보험금 증가 추세를 두고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5대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KB손보·DB손보·메리츠화재)가 무·저해지 어린이보험의 전체 보험금·환급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5%에 달했다. DB손보(32.1%), 삼성화재(17.8%), 현대해상(16.0%), 메리츠화재(10.3%), KB손해보험(9.5%) 등 순이다.

2023년 대비 올해 상반기 기준 증가 규모는 삼성화재(511.8%), KB손보(184.3%), DB손보(142.7%), 현대해상(58.2%), 메리츠화재(25.2%) 순이었다. 삼성화재의 경우 3년 사이 6배 넘게 증가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새로운 보험회계 기준인 IFRS17에 맞춰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관련 상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고 무·저해지 어린이보험은 고CSM 상품 중 하나"라며 "그 과정에서(계약 규모가 커진데 따라) 보험금·환급금이 늘어난 것으로 보이고 회계 기준에 맞게 계약의 유지율과 손해율을 관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손보사들은 보험금 추세만으로 손해율 위험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금 지급 규모 증가가 반드시 손해율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손보사들은 연령별·담보별 적정 보험료(위험률)와 보장 구조 설정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며 "이미 판매한 부분보다는 앞으로 판매할 상품의 구조를 잘 잡아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희 기자(hjhkk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