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효빈 기자] "적자를 버틸 수 있는 대기업에 맞대응하면 마진을 포기해야 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가입자를 잃는 선택만 남는다."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알뜰폰 2.0,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정책 세미나에서는 이통3사 계열 알뜰폰 사업자와 금융권 등 대기업의 시장 공세로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생존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중소 알뜰폰 업계가 문제 삼은 건 대기업 계열사들이 자본력을 앞세워 벌이고 있는 현금성 혜택 경쟁이다. 이통3사 알뜰폰 자회사들은 가입자 유치를 위해 쿠팡캐시와 네이버페이 등 현금성 경품을 제공해 왔다. 일부 상품은 혜택을 반영할 경우 소비자가 부담하는 통신비가 사실상 0원이거나 마이너스가 되는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현행 제도상 이통사의 알뜰폰 자회사는 중소 독립계 사업자 보호를 위해 도매대가 이하로 요금제를 판매하지 못한다. 하지만 현금성 경품을 별도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규제를 우회하는 프로모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중소 사업자들의 주장이다. 방미통위가 관련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단기간 진행되는 '게릴라성 프로모션'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경태 의원(국민의힘)도 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조 의원은 "한 이통사의 알뜰폰 자회사는 1만원대 LTE 요금제에 최대 54만2750원의 경품을 지급하고 있다"며 "정부가 영세 독립형 알뜰폰 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이통사 계열회사의 사업 등록 시 '도매대가 이하 요금 판매'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이들 계열회사는 '경품 제공'을 통해 이를 버젓이 우회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까지 알뜰폰 시장 경쟁에 가세하면서 중소 사업자들의 위기감은 더 커지고 있다. 최근 우리은행은 급여이체 등 금융거래 실적에 따라 12개월간 통신비를 0원 수준으로 낮출 수 있는 혜택을 내걸고 가입자 확보에 나섰다.
중소 사업자들도 가입자를 지키기 위해 저가 프로모션으로 맞서고 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되는 구조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대기업의 공격적인 프로모션에 대응하면 마진을 포기해야 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가입자가 이탈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집중도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날 'MNO 계열 알뜰폰과 공정경쟁'을 주제로 발표한 방효창 경실련 정책위원장은 "알뜰폰 사업자 59곳 중 8.5%에 해당하는 이통3사의 알뜰폰 자회사 5곳이 전체 알뜰폰 시장 고객 약 47%를 차지하고 있다"며 시장 불균형을 지적했다.
이어 "이통3사의 알뜰폰 자회사들이 요금보다 더 큰 현금성 경품을 앞세워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따라갈 수 없는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며 공정한 가격경쟁이 맞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도형 프리텔레콤 전무는 현재 상황을 '규칙은 있으나 작동하지 않는 규제의 공백'이라고 표현했다. 김 전무는 "애초에 통신 자회사들의 알뜰폰 등록조건은 대기업 출혈경쟁으로부터 독립 사업자들을 보호하고 통신3사의 지배력이 알뜰폰 시장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데에 있다"며 "적자를 버틸 수 있는 대기업에 맞대응하면 마진을 포기해야 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가입자는 잃는 선택만 남는다"고 말했다.
/서효빈 기자(x40805@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