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보이스피싱 배상책임?⋯통신사가 불법 감청하란 얘기"

통신업계 "보이스피싱 배상책임?⋯통신사가 불법 감청하란 얘기"

금융권 책임 분담론 정면 반박⋯"통신은 범죄 원인 아닌 전달 경로"

[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통신업계가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한 통신사의 무과실 배상책임 분담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금융거래를 직접 통제할 권한이 없고 통화 내용도 임의로 확인할 수 없는 통신사에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 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사진=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30일 입장자료를 내고 "통신은 보이스피싱의 원인이 아닌 정보 전달의 경로일 뿐"이라며 "금융거래 범죄 과정을 인지·판별할 수 없는 통신사에 무과실 책임을 부여하는 것은 인과관계 원칙을 벗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보이스피싱 등 전기통신금융사기가 발생할 경우 금융회사에 과실이 없더라도 피해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배상하도록 하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금융권에서는 보이스피싱 예방에 금융사뿐 아니라 통신사와 수사기관 등이 함께 참여하는 만큼 금융사에만 배상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이에 통신업계가 통신사와 금융회사는 법적 권한과 역할 자체가 다르다며 선을 그은 것이다.

"통신사는 통로일 뿐…통화 확인하면 불법 감청"

KTOA는 금융회사는 자금 흐름과 거래 승인에 직접 개입할 수 있지만 통신사는 계좌정보나 거래내역에 접근할 권한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따라 금융사는 고객 자산 보호와 거래 안정성 확보 의무를 지고 자금 흐름을 통제하거나 거래를 승인하는 권한을 갖는다. 반면 통신사의 법적 역할은 안정적인 통신서비스 제공과 통신비밀 보호에 맞춰져 있다는 설명이다.

KTOA는 "통신사에 대한 무과실 배상책임 주장은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을 위해 통신사가 통화내용을 들여다보는 불법 감청과 검열을 강요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통신사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쓰였다는 이유만으로 피해 배상책임까지 져야 한다면 동일한 논리로 스마트폰 제조사나 인터넷·SNS 플랫폼 사업자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KTOA는 이를 "렌터카가 범죄에 이용됐다고 렌터카 업체나 도로관리기관에 피해금액을 배상하라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해외도 무과실 책임 없어…보이스피싱 범죄 예방 협력 지속"

해외 사례도 근거로 제시했다. KTOA에 따르면, 영국은 2024년 10월부터 피해자가 범죄자에게 속아 직접 송금한 APP 사기 피해에 대한 배상의무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배상책임은 금융기관에만 부과한다.

송금은행과 수취은행이 피해액을 50대50으로 분담하며 통신사는 배상주체에서 제외된다. 통신사에는 보이스피싱 예방을 위한 기술적 조치 강화 역할이 부여돼 있다.

통신사 배상책임 사례로 거론되는 싱가포르 역시 국내에서 논의되는 무과실 책임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싱가포르 공동책임제도(SRF)는 문자메시지를 활용한 특정 피싱 사기에 한해 적용된다.

금융회사가 예방 의무를 어기면 금융사가 우선 전액 배상하고, 금융사는 의무를 다했지만 통신사가 정해진 기술적 의무를 위반했을 경우에만 통신사가 책임을 부담한다. 양측 모두 의무를 이행했다면 배상책임이 없다.

현재 통신사들은 발신번호 사전등록과 국제전화 번호 변작 차단, 악성 URL 필터링, AI 기반 보이스피싱 탐지, 범죄 이용회선 이용정지, 휴대폰 개통 시 안면인증 등을 시행하고 있다.

KTOA는 "통신 비밀 보장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지켜나가는 한편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을 위한 기술적 조치와 정부·금융권과의 범죄 예방 및 수사를 위한 협력과 공조는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