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증권사⑨-키움] 은행만큼 버는데⋯포용금융 성적표 '깜깜이'

[공룡 증권사⑨-키움] 은행만큼 버는데⋯포용금융 성적표 '깜깜이'

키움증권 맞춤형 자산형성 지원 '사회초년생 ELB' 운용
수치화 현황·목표치 불명확, 업권 '측정 기준' 정립 필요성
은행 뛰어 넘는 증권업계 '순익'⋯'포용금융' 수준 높여야

증권사들이 증시 활황과 자본시장으로의 '머니무브'를 타고 은행을 위협할 만큼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반기 순이익 2조원 시대를 열었고, 키움증권도 1조원대 순이익을 거두며 리테일 강자의 위상을 굳혔다. 하지만 급성장의 이면에는 신용융자, 위험자산 확대에 따른 변동성도 자리한다. 오너 2·3세의 경영 참여가 본격화하면서 승계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증권사의 성장 동력과 이면의 위험, 승계구도, 포용금융 수준을 짚어본다. [편집자]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이사.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이미지 [사진=챗GPT 제작]

[아이뉴스24 성진우 기자] 증권업권을 향한 '포용금융'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다. 증시 활황에 힘입어 대형 증권사의 이익 규모가 일부 시중은행을 넘어설 정도로 커졌지만 증권업권의 포용금융 성과는 아직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 업권 차원의 공통된 기준이 없는 데다 개별 증권사도 중장기 목표를 체계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개인투자자를 핵심 고객 기반으로 성장해 올해 상반기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둔 키움증권도 예외는 아니다. 사회초년생을 위한 금융상품과 금융취약계층의 접근성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포용금융 전체 실적과 목표를 수치로 확인하기는 힘들다. 대형 증권사에 대한 사회적 역할이 요구되는 만큼 포용금융의 성과도 더욱 투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넘보는 증권사 실적…포용금융 역할도 커져

포용금융은 취약계층 대상 대출 지원 등 은행업 영역에만 국한된 개념은 아니다. 금융소비자가 저축·보험·투자 등 필요한 금융상품과 서비스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까지 포괄한다. 자본시장과 개인의 자산 형성을 연결하는 증권사 역시 포용금융과 맞닿아 있는 셈이다.

그동안 국내 포용금융 정책은 은행권을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 서민·취약계층 대출과 채무조정, 금리 지원 등 은행이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으로 개인 자금이 이동하고 증권사의 이익 규모가 커지면서 증권업권에도 그에 걸맞은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대형 증권사들의 이익은 일부 시중은행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키움증권은 거래대금 증가의 수혜를 입은 증권사 중 하나다. 올 2분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6806억원으로 같은 기간 NH농협은행의 6052억원을 웃돌았다.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뿐 아니라 운용 등 여러 사업 부문의 실적 개선이 이익 증가를 이끌었다.

지난 1년 키움증권 실적 추이. 생성형 인공지능(AI) 활용 제작 그래프 [사진=챗GPT 제작]

특히 키움증권은 온라인 주식거래를 중심으로 개인투자자 기반을 구축해 성장한 증권사다. 시장 거래대금 증가가 브로커리지 수익 확대로 이어지는 사업 특성상 개인투자자와의 접점도 크다. 이에 실적 성장과 함께 금융소비자에게 환원할 수 있는 포용금융의 역할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수익성이 높아진 만큼 증권업권도 포용금융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선 포용금융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포용금융은 대출 공급 뿐만 아니라 자산 형성, 투자 접근성 확대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상품은 있는데 측정 기준 공백⋯금융당국 나서야

키움증권은 포용금융의 한 축으로 금융상품을 통한 자산 형성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다. 올해 발간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대표적인 포용금융 상품으로 '사회초년생 전용 ELB'를 제시했다.

사회초년생 ELB는 혼인기간 7년 이내 신혼부부, 만 29세 이하 청년, 현역 군인이 가입 대상이다. 일반 ELB 대비 높은 수익률을 제공해 사회초년생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기초자산은 삼성전자 보통주이며 만기 보유 시 세전 연 5.0%의 수익을 지급하는 구조다.

금융당국도 상품의 취지를 인정했다. 지난해 초 금융감독원은 사회초년생 전용 ELB를 '상생·협력 금융신상품'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이 제도는 취약계층과의 고통 분담과 이익 나눔 등을 통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금융상품을 발굴하기 위해 마련됐다. ​증권사의 금융투자상품이 우수사례로 선정된 것은 키움증권이 처음이었다.

키움증권의 대표적인 포용금융 상품인'사회초년생 전용 ELB' 세부 내역 [사진=키움증권]

키움증권은 온라인 주식 거래를 기반으로 성장한 만큼 디지털 금융 접근성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신분증 촬영 등 비대면 인증 과정에서 시각 장애인의 편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촬영 솔루션 '노크'가 대표적이다. 가상화폐 정보 제공 서비스 '플래닛'(PlanIT)은 시각 중심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음성 중심으로 전환해 정보 탐색 및 투자 판단도 지원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금융회사 역할이 금융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고객과,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금융의 본질을 활용한 포용금융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키움증권의 포용금융 전체 성과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숫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통해 사회초년생 ELB와 금융접근성 개선 사례는 공개하고 있지만 포용금융 전체를 아우르는 지원 규모나 수혜자 수, 연도별 실적, 향후 확대 목표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사회초년생 ELB의 경우 발행 회차와 입고금액 합계, 평균 청약률 등 일부 성과가 공개돼 있다. 그러나 이는 키움증권이 포용금융으로 분류하는 여러 사업 가운데 하나다. 개별 상품을 넘어 회사 전체의 포용금융이 전년보다 얼마나 확대됐는지, 앞으로 어느 수준까지 늘릴 계획인지 비교할 수 있는 정량 지표는 부족하다.

금융당국의 책임도 크다. 은행권과 달리 증권업권에는 아직 포용금융의 범위와 실적을 측정할 공통 기준이 없다. 공통 기준은 증권사의 포용금융 성과와 실질적인 지원 효과를 측정하는 최소한의 잣대마저 없는 셈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장 모든 금융업권에 포용금융 기준을 은행권 수준으로 만드는 건 쉽지 않다"며 "현재 포용금융에 있어 부족한 부분은 필요할 때마다 직접 업계에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진우 기자(politpeter@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