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추석 이후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서울 전세시장의 매물 부족이 이어질 전망이다. 신규 아파트 입주가 줄어든 상황에서 기존 세입자들이 이사 대신 재계약을 선택하면서 시장에 새로 나오는 전셋집까지 감소하고 있어서다. 10월 입주물량은 다시 늘어나지만 특정 대단지에 공급이 집중돼 서울 전역의 수급 불안을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9월 전국 아파트 입주예정물량은 1만4174가구로 전월보다 약 30% 줄었다. 2021년 4월 이후 5년5개월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서울도 같은 기간 5512가구에서 3438가구로 38% 감소했다.

문제는 줄어든 공급마저 특정 지역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서울 입주물량의 약 89%인 3064가구가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방배' 한 곳에서 나온다. 이 단지를 제외하면 이달 서울에서 입주하는 물량은 374가구에 그친다. 신규 입주가 전월세 매물을 늘리는 효과가 방배동과 인근 지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신규 공급이 줄어든 가운데 기존 주택의 매물 회전도 둔화하고 있다. 아실 집계를 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2만3697건으로 1년 전보다 13.3% 감소했다. 최근 들어 매물 수가 일부 회복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시장에 나와 있는 전셋집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태다.
집주인이 내놓는 매물이 줄어든 데다 세입자 역시 기존 집에 머무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8월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가운데 갱신계약 비중은 58.9%로 1년 전 43.7%에서 15.2%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전체 흐름도 비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하면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8만480건 가운데 4만1145건, 51.1%가 갱신계약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결국 서울 전세시장은 신규입주 감소와 재계약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면서 매물순환이 느려지는 모습이다. 재계약은 기존 임차인에게는 이사 비용을 줄이는 선택이지만 해당 주택이 신규 매물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새집을 구해야 하는 세입자 선택지는 오히려 좁아질 수 있다.
이 같은 수급 차이는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9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한 주 전보다 0.17% 올랐지만 지역별 흐름은 엇갈렸다. 신규 입주 영향이 있는 서초구와 강남구는 각각 0.26%, 0.17% 하락한 반면 노원구는 0.45%, 중랑구 0.40%, 동대문구는 0.34% 상승했다.
입주 물량이 집중된 지역에서는 가격 조정이 나타나는 반면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상승 압력이 이어지는 셈이다.
추석이 지나면 입주물량 자체는 늘어난다. 직방 집계 기준 10월 전국 입주예정물량은 1만6567가구로 9월보다 65% 증가한다. 수도권 7924가구, 지방 8643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다만 서울에서는 공급 증가 효과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 10월 예정된 3302가구 가운데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메디알레'가 2451가구로 약 74%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9월 디에이치방배에 이어 10월에도 한 곳의 대단지가 서울 입주물량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공급 효과가 일부 생활권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전세 물량이 부족하다고 월세가 뚜렷한 대안이 되는 것도 아니다. 8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전월보다 1.8% 올랐고 7월 이후 월세 매물은 월평균 약 1만7000가구로 최근 3년 평균보다 12.5% 적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로 이동할 경우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추석 이후 전세시장에선 입주물량의 단순한 증감보다 실제 시장에 나오는 매물이 얼마나 늘어나는지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규 공급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 데다 재계약 증가로 기존 주택의 매물 회전까지 느려진 상황에서는 서울 전역의 수급이 동시에 개선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10월 입주 증가로 일부 지역의 수급은 개선될 수 있지만 신규 공급이 특정 대단지에 집중되고 기존 세입자의 재계약 비중까지 높아진 상황에서는 공급이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많지 않아도 전셋값 상승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