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안 사요" vs "싸서 사요"⋯간편식의 역설

"비싸서 안 사요" vs "싸서 사요"⋯간편식의 역설

비구매 이유 1위 '비싼 가격' 37.9%
구매 이유엔 '비용 절감' 31.8% 꼽혀
1~2인가구 겨냥 식품업계 HMR 확대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소비자들이 가정간편식(HMR)을 사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비싼 가격'이었다. 그런데 간편식을 사는 소비자 10명 중 3명은 정반대로 '직접 요리하는 것보다 돈이 덜 들어서' 제품을 선택했다. 제품 하나의 가격표만 보면 비싸지만 식재료를 따로 구입해 한 끼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까지 따지면 오히려 경제적이라고 보는 '간편식의 역설'이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1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2025년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간편식을 구입하지 않는 이유로 '가격이 비싸서'를 꼽은 비중은 37.9%로 가장 높았다.

반면 간편식을 구입하는 이유로는 '편리성'이 43.1%로 가장 많았고 '재료를 사서 조리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어서'가 31.8%로 뒤를 이었다. '맛·다양성'은 23.6%였다.

이는 같은 간편식을 두고 가격에 대한 상반된 인식이 나타난 셈이다. 완제품 하나의 가격만 보면 직접 만든 음식보다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한 끼에 실제 들어가는 식재료와 남는 재료까지 고려하면 계산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 김치찌개 2인분을 김치 300g과 돼지고기 200g, 두부 150g, 양파 100g, 대파 30g가량을 넣어 만든다고 가정하면 재료비는 대략 8000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고춧가루와 다진 마늘 등 기본 양념 비용까지 더하면 실제 조리비는 이보다 높아질 수 있다.

반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2인분 안팎의 김치찌개 HMR은 제품에 따라 5000~7000원대에서 구입할 수 있다. 식재료를 남김없이 여러 차례 활용하면 직접 조리 비용이 낮아지지만 한두 끼를 위해 재료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는 간편식이 오히려 경제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1~2인 가구에서는 이런 경향이 두드러질 수 있다. 한 끼에 필요한 식재료의 양은 적지만 실제 판매되는 식재료는 일정 포장 단위 이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용하고 남은 식재료를 모두 소비하지 못하면 한 끼에 체감하는 비용도 커진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냉동코너에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간편식 시장 자체도 꾸준히 몸집을 키우고 있다. KREI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은 2015년 이후 연평균 14.1% 성장했다. 간편식을 주로 온라인에서 구매한다는 응답 역시 2021년 9.6%에서 지난해 19.7%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소비자에게 간편식이 비상용 먹거리를 넘어 일상적인 식사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는 모습이다.

식품업체들도 이에 맞춰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를 중심으로 국·탕·찌개와 만두, 볶음밥 등 다양한 간편식을 판매하고 있다. 대상은 '호밍스'를 통해 국·탕류뿐 아니라 곱창전골 등 메인요리와 볶음밥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하림도 '더미식'을 앞세워 즉석밥과 면류에서 국·탕·찌개 등으로 간편식 영역을 넓혀왔다.

결국 간편식을 둘러싼 가격 인식은 '제품 가격'과 '한 끼 비용' 사이에서 엇갈린다. 가격이 구매를 막는 이유이면서 동시에 구매를 이끄는 이유가 되는 셈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 조리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돈을 더 지불하는 제품으로 간편식을 바라보는 시각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필요한 양만 사서 먹을 수 있다는 점도 구매 요인이 되고 있다"며 "한 끼에 실제로 지출하는 비용을 따져 간편식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