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들이 늘고 있는데 대규모 이주수요까지 몰리면 일대 전세시장 상황이 더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되죠. 은마아파트는 임차인이 60~70%에 육박하는데 자녀가 있는 경우 본격적으로 이주가 시작하면 갈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일찌감치 다른 집을 알아보는 세입자들아 많아요."(강남구 대치동 K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전월세시장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출규제와 세제개편을 거치며 임대차 매물이 줄어든 상황에서 4424가구 규모 은마아파트가 내년 상반기 이주를 추진하면서다.
전체 가구의 약 70%인 3100가구 세입자와 실거주하는 조합원 등 4000여가구가 움직일 경우 대치동을 넘어 도곡·개포·역삼 등 학군지까지 전세난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8일 찾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에는 재건축 사업시행계획인가 완료를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단지 건너편으로는 대치동 학원가가 이어졌다.
재건축사업이 속도를 내면서 인근 중개업계 관심은 주민들의 이주방향에 쏠리고 있다. 자녀 학교와 학원 때문에 생활권을 쉽게 벗어나기 어려운 학군지 특성상 대규모 이주가 시작되면 대치동뿐 아니라 도곡·개포·역삼 등 인접 지역 전월세시장으로 수요가 번질 수 있어서다.
은마는 지난 7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고 관리처분계획 수립과 이주절차를 준비하고 있다. 조합은 2027년 상반기 이주개시를 목표로 세입자 계약만료일과 희망 이주시기, 이주 예정지역 등을 파악중이다.
전체 4424가구 가운데 약 3100가구가 세입자로 추산된다. 여기에 실거주 조합원도 재건축기간 거처를 옮겨야 하는 만큼 실제 이동 규모는 세입자수보다 훨씬 크다.
특히 학교와 학원을 옮기기 어려운 학령기 가구일수록 기존 생활권안에서 새집을 찾으려는 수요가 강하다. 이 때문에 은마 이주가 본격화할 경우 대치동 일대 전월세 수급 불균형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이주를 염두에 둔 움직임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은마아파트에서 5년간 거주하고 있는 주부 A씨는 "현재 아들이 중학교 2학년으로 앞으로 3~4년은 더 거주해야 해서 지금 '이주기간내 조건 없이 나간다'는 특약으로 재계약을 할지 아니면 이주할지 고민이다"면서 "다만 시장 전반적으로 전세수요가 많아서 가격이 너무 올라 걱정이 많아"고 토로했다.
여기에 최근 집주인들이 실거주로 돌아서는 경우도 있다.
대치동 인근 D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향후 세입자 퇴거 문제를 우려해 새 전세계약을 맺기보다 집을 비워두려는 임대인도 있고 정부의 실거주 강화 기조를 계기로 그동안 임대를 놓던 집주인 가운데 직접 들어와 살지를 문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면서 "앞으로 일대 전세 물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을 받아낼 매물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5일 대치동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622건으로 1년전 1096건보다 43.2% 감소했다.
같은기간 서울 전체 전월세매물이 14.0%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감소폭이 3배를 웃돈다. 지난달에도 대치동 전세매물이 한달새 약 18% 줄어드는 등 매물부족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은마 전용 76㎡ 전세 호가는 4억~6억원대, 전용 84㎡는 5억~7억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길 건너 대치미도 전용 84㎡는 1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고 같은 면적 대치삼성, 대치아이파크는 13억~14억원 수준으로 비슷한 면적 아파트로 옮기려면 보증금을 크게 높여야 한다.
신축급 단지로 눈을 돌리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난달 20억2500만원에, 대치SK뷰 전용 84㎡는 이달 14일 20억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K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보증금을 감당하기 힘든 가구는 대치동 학원가 인근 빌라나 소형 주택, 반전세·월세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에 실거주 조합원 등 수요까지 합하면 약 4300가구 이주가 예고돼 내년 상반기까지는 일대 전셋값이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학원가 주변 다세대주택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세매물은 드물고 월세 위주로 물건이 나오면서 기존 예산을 유지한 채 이주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게 현지 중개업계 설명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동시에 이뤄지면 인근 전월세시장에는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주 수요가 한꺼번에 늘면 인근 지역의 전셋값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어 정비사업 이주 시기를 적절히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