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우주는 약 95%에 이른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물질은 5% 정도이다. 나머지 대부분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구성돼 있다. 암흑물질을 파악할 수 있다면 우주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실마리가 된다.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장현) 연구팀이 은하단의 은하 사이를 떠도는 아주 희미한 별빛이 암흑물질의 분포를 따라간다는 사실을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를 통해 확인했다.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다. 암흑물질은 빛을 내거나 반사하지 않아 망원경으로 직접 볼 수 없다. 강한 중력으로 은하들이 흩어지지 않게 붙잡아 둔다. 바람 자체는 보이지 않아도 흔들리는 나뭇가지로 그 존재를 알 수 있듯 천문학자들은 별과 은하의 움직임과 분포를 통해 암흑물질의 존재와 성질을 추적한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암흑물질 입자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상호작용하는지를 관측적으로 구별할 수 있는가에 있다. 표준 모형인 차가운 암흑물질(CDM, Cold Dark Matter)은 입자끼리 거의 충돌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반면 자기상호작용 암흑물질(SIDM, Self-Interacting Dark Matter) 모형에서는 암흑물질 입자들이 서로 약하게 상호작용하고 산란할 수 있어 암흑물질의 공간 분포가 CDM과 달라질 수 있다.
연구팀은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수행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 일종의 ‘쌍둥이 우주’ 실험을 수행했다. 같은 초기 조건에서 출발하되 한쪽에는 암흑물질 입자가 서로 충돌하지 않는 CDM 모형을, 다른 한쪽에는 입자끼리 상호작용하는 SIDM 모형을 적용했다.
이후 두 가상 우주에서 은하단 두 개가 약 130억년 동안 형성되고 진화하는 과정을 추적했다. 연구팀은 각 은하단에 암흑물질·가스·모든 별·은하·중심은하와 은하단내광까지 총 5개의 분포 지도를 시대별로, 각각의 분포가 암흑물질과 ‘얼마나 유사한지’를 독자 개발한 통계적 방법으로 분석했다.
은하단내광(ICL, Intracluster Light)은 은하들이 스쳐 지나가거나 충돌하는 과정에서 원래 은하로부터 떨어져 나온 별들이 특정 은하에 속하지 않은 채 은하단 안을 떠돌며 만드는 매우 희미한 빛으로 대표적 초극미광 천체다.
그 결과, 은하단 안을 떠돌며 만드는 매우 희미한 빛인 은하단내광이 가스, 별, 은하보다도 암흑물질의 분포를 더 충실하게 따라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은하단내광과 암흑물질 분포가‘닮은 정도’는 암흑물질의 성질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우주에서 관측한 은하단내광의 분포와 암흑물질의 분포가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측정하면 암흑물질의 성질을 구별할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나아가 초극미광 관측이 서로 다른 암흑물질 모형을 실제 우주에서 검증하는 새로운 관측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논문의 제1저자인 유재원 천문연 선임연구원은 “표면밝기 30등급 안팎의 은하단내광을 관측한다면 암흑물질 모형을 실제 우주에서 가려낼 수 있을 것”이라며 “기존의 입자 검출이나 중력렌즈 분석을 대체한다기보다 서로 다른 방법을 독립적으로 교차검증하는 새로운 관측 축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천문연은 은하단내광 같은 초극미광 천체를 관측하기 위해 국내 순수 기술로 K-DRIFT(KASI Deep Rolling Imaging Fast Telescope) 망원경을 개발했다. 올해 본격 관측을 앞두고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K-DRIFT로 관측한 실제 우주의 빛 분포와 다양한 암흑물질 모형으로 구현한 ‘쌍둥이 우주’ 시뮬레이션을 통합 분석해 표준 암흑물질 모형의 유효성을 검증하고 암흑물질의 성질을 밝히기 위한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천문연은 초극미광 관측과 대규모 시뮬레이션, 이론 연구를 하나로 연계한 K-COSMOS(Korea Cosmic Structure & Matter Observatory) 과제의 시작을 앞두고 있다.
해당 과제 책임자인 곽영실 천문연 기초천문연구본부장은 “천문연은 K-DRIFT를 통한 초극미광 관측기술과 대규모 우주 시뮬레이션 연구 역량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며 “이번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초극미광 관측과 대규모 시뮬레이션, 이론 연구를 하나로 묶은 K-COSMOS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장현 천문연 원장은 “암흑물질은 정체가 밝혀지지 않아 전 세계 천문학계가 풀어야 할 대표 난제”라며 “이 도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가진 강점 기술과 역량을 취합한 전략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 천체물리학 저널(The Astrophysical Journal)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