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도수화 기자] 개인정보보호가 은행 실무부서의 관리 업무에서 이사회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챙겨야 할 경영 리스크로 떠올랐다.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의 권한 강화와 이사회·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이 커지면서 은행들은 법적 의무사항을 넘어 인력·예산 확충과 내부통제 강화까지 대응 범위를 넓히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지난 11일 개정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을 계기로 경영진의 개인정보보호 책임을 점검하고 의무 준수사항 외에도 자체적인 정보보호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개정법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기업의 책임과 제재를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특히 최근 3년 내 고의·중과실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됐거나 1000만명 이상 정보주체에게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CPO의 전문인력·예산 확보 등 권한과 책임도 강화됐다. 법 시행 이후 CPO를 지정·변경·해임하는 경우에는 이사회 의결을 거쳐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은 CEO에게도 부여된다.
은행은 고객의 금융거래 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대규모로 보유하고 있어 정보보호 체계의 중요성이 큰 업권으로 꼽힌다. 특히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과징금 규모가 조단위로도 불어날 수 있는 만큼 내부통제 체계 정비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에서 구체적인 제도 정비에 나선 곳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CPO의 지정·변경·해임을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정했다.
KB국민은행은 현재 개인정보보호와 관리 지침을 개정하고 있다. CPO 지정 시 이사회 의결과 개보위 신고 등을 진행하도록 개편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시행 완료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법상 의무사항 외의 자체 조치도 진행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개인정보 오남용 모니터링 시나리오를 고도화해 상시 대응하고 있다. 외주업체 직원에 대한 정보보호 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CPO 지정 신고를 준비하고 개인정보보호 인력 채용과 예산 확대, 배상책임보험 보장금액 증액 갱신 등을 마쳤다. 위·수탁 업체를 대상으로 실태 및 현장 점검도 강화하고 있다.
영업점의 개인정보 접근 통제도 세분화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객정보나 개인정보 통제 수준을 확대해 영업점 직원의 접근 권한까지 세분화해 통제하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영업점과 부서별 개인정보보호 담당자들을 교육해 현장에서 정보 유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개정안에 맞춰 CPO의 지정·변경·해임 시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정도 정비 중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연계정보(CI) 보호 강화를 위한 안전조치도 선제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은행권에서는 개정법 시행을 계기로 금융회사의 정보보호 역량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전문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AI 분야는 정부가 민간 전문가를 공무원으로 채용해 정부 조직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반면 정보보호나 사이버보안 분야는 민간기업의 실무 전문가를 채용해 배치하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도수화 기자(dos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