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황세웅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 간 갈등이 2027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앞두고 격화하고 있다.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가 조합원 가입 자격을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직원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완제품 사업을 맡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조합원의 거취와 집행부 불신임 문제까지 맞물리며 노조 간 갈등이 초기업노조 내부로 번지는 양상이다.
DX 중심의 동행노조는 추가 보상을 요구하며 장외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초기업노조 내부 문제와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초기업, DX 조합원 정리 수순…집행부 갈등도
9일 업계에 따르면 초기업노조는 오는 16~22일 총회를 열고 조합원 가입 자격을 DS부문 근로자로 제한하는 규약 변경안을 표결한다. 이송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에 대한 불신임안도 함께 투표에 부친다. 두 사람은 DX 소속으로 알려졌다.
초기업노조 조합원은 이날 오후 기준 약 5만3300명이다. 이 가운데 DX 소속 조합원은 약 500~1000명으로 추산된다. 규약 변경안이 통과되면 이들 DX 조합원은 사실상 노조에서 빠지게 된다.
노조 내부에서도 반발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내부 게시판에는 DS 중심 노조로 전환할 경우 남아 있는 DX 소속 집행부와 조합원의 거취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묻는 글이 올라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호 위원장의 친인척 업체 거래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전·현직 집행부 사이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노조 안팎에서는 조직 재편과 집행부 불신임 투표가 동시에 진행되는 만큼 내부 갈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2027년 공동교섭 안 한다…DS 요구에 집중
초기업노조가 DS 중심 재편에 나선 배경에는 내년 교섭이 있다. 노조는 이미 2027년에는 동행노조 등과 공동교섭단을 꾸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 달 6일에는 성과급 전사 공통재원 도입과 시스템LSI·파운드리 적자 패널티 개선 등을 내년 교섭 요구안에 넣을지를 조합원 투표로 결정한다. 가결된 안건은 2027년 교섭안에 반영된다.
초기업노조 내부에서는 앞으로 DS의 보상과 근로조건 개선에 교섭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DX 조합원이 일부 남더라도 이들의 요구를 별도로 교섭안에 싣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내년 교섭대표노조를 누가 맡느냐를 둘러싼 노조 간 주도권 경쟁도 한층 거세질 전망이다. 초기업노조가 교섭대표 지위를 확보할 경우 DX 중심 노조의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동행은 이재용 자택으로…DX 추가 보상 요구
동행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이 끝난 뒤에도 DX 직원에 대한 추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DS와 DX 간 성과급 격차를 줄이기 위해 전사 공통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는 18일부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집회를 시작한다. 이후 수원사업장과 서초사옥 등에서도 회사가 요구를 받아들일 때까지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결국 DS는 2027년 임단협에서 추가 보상을 요구해야 하는 반면 DX는 올해 협상 이후에도 추가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노조별 요구가 엇갈리는 만큼 내년 교섭을 앞두고 노노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삼노는 선긋기…"우리와 관계없는 일"
상대적으로 공개 행보를 자제해온 전삼노는 이번 갈등과 거리를 두고 있다.
최근 전삼노 신임 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호석 수원지부장은 다음 주부터 위원장으로 정식 활동을 시작한다.
이 위원장 당선인은 초기업노조 내부 문제에 대해 "본인들과 관계없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삼노를 계속 갈등에 끌어들일 경우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별도의 집회 계획도 없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노조 간 갈등과 초기업노조의 조직 재편에 대해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황세웅 기자(hseewoong8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