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균주 전쟁'이 가져온 희비…메디톡스, 안개속에 갇힌 부진

'9년 균주 전쟁'이 가져온 희비…메디톡스, 안개속에 갇힌 부진

국내 시장 3위 추락…'국산 1호' 구겨진 자존심
미·중 핵심 시장 진출 가장 늦어…대웅제약 '나보타' 글로벌 안착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균주 전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액을 기존의 10배인 5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면서다.

이들이 9년간 법적 분쟁을 이어오는 사이 시장의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가장 먼저 해외로 눈을 돌렸던 메디톡스는 부진한 성과로 기업가치가 급락했지만,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성공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안착시켰다.

대웅제약·메디톡스 CI.

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웅제약의 나보타 매출액은 155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153억원보다 34.6% 늘었다.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올해 상반기 나보타의 수출액은 136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983억원보다 3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내수는 10.7% 성장한 188억원을 기록했다.

나보타(미국 상품명 주보, Jeuveau)는 현재 미국 미용 보툴리눔 톡신 시장에서 14%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2위까지 올라섰다. 나보타는 미국 외에도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브라질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국산 1호' 메디톡스…어느새 국내 시장 3위로 추락

반면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제품군은 힘을 못쓰고 있다. 메디톡스는 2024년부터 휴젤, 대웅제약에 이어 보툴리눔 톡신 시장 점유율 3위에 머물러있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제품과 필러를 합쳐 올해 상반기 매출이 1131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1091억원에 비해 39억원, 3.6% 증가하는데 그쳤다. 주요 제품의 전체 매출 규모가 나보타 단일 품목보다 적다.

메디톡스는 국내 보툴리눔 균주의 원조를 자처하며 대웅제약과 소송을 진행 중인데, 정작 시장에서의 왕좌는 내준 셈이다.

지난 2017년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균주 및 제조공정을 도용당했다며 대웅제약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 법원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3년 2월 1심에서 대웅제약에 400억원을 지급하고 관련 균주를 인도하라는 취지의 일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두 회사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3위 기업의 하락?…뚫지 못하는 '빅 마켓' 한계

메디톡스는 2018년 주가가 80만원을 넘어서며 코스닥 시가총액 3위까지 올라섰었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6만원선까지 하락했다.

이같은 추락의 배경은 결국 내수도, 수출도 쉽지 않은 상황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단일 품목 매출액은 75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684억원보다 11.0%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343억원, 1·2분기 단순 합계 기준)보다 24.5% 증가한 427억원으로, 성장세에 비해 절대적인 규모는 적은 편이다. 내수는 332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41억원보다 9억원, 2.6% 소폭 감소하며 제자리 수준이다.

메디톡스는 보툴리눔 톡신 제품 매출이 상반기 전체 매출(1294억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향후 매출 활로 확대가 시급하다.

특히 경쟁사인 휴젤과 대웅제약이 미국 시장에 진출한 것은 메디톡스에겐 뼈아픈 부분이다. 최근 계열사 뉴메코가 파나마 의약품관리국(DNFD)으로부터 '뉴럭스'라는 제품명으로 품목허가를 획득하는 등 중남미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은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24년 FDA에 MT10109L의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을 제출했다가 특정 검증시험 보고서와 같은 서류 미비로 사전심사 단계에서 접수조차 되지 못했다.

메디톡스는 비동물성 액상형 보툴리눔 톡신 제제 'MT10109L'을 앞세워 미국 시장을 다시 두드릴 계획이다.

미국을 대체할 중국 시장 진출도 요원하다. 메디톡스는 2018년 보툴리눔 톡신 메디톡신의 중국 진출을 위한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가 2023년 10월 자진 철회했다. 이후 뉴메코를 통한 중국 진출을 위해 뉴럭스의 임상 3상을 진행하며 품목허가 등록 절차를 준비 중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미국 진출을 위해 준비하는 단계로 진행 중에 있다"며 "중국 진출을 위해서는 현재 임상 3상을 추진하고 있어 오는 2028년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