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농심이 2000억원을 투자해 신공장 증설에 나선다. 설비부족 탓이 아닌 수출전용 생산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제 투자다. 유럽을 비롯한 해외시장 성장세가 투자에 힘을 싣고 있지만 대규모 증설에 따른 고정비 부담을 상쇄할 만큼 수출물량을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9일 농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라면 생산설비 평균 가동률은 72.4%다. 전체 설비에 아직 여력이 있지만 부산 녹산에 2043억원을 투입해 첫 수출전용 공장을 짓고 있다. 오는 10월말 시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농심이 밝힌 투자목적은 '수출수요 확대에 따른 생산공급 경쟁력 강화'다.
녹산공장 연간 생산능력은 5억개다. 기존 부산공장 6억개, 구미공장 1억개를 합친 수출용 생산능력은 연 7억개다. 녹산공장이 가동되면 연 12억개로 약 71% 늘어난다. 유럽·러시아·중남미 등 해외시장 공략에 필요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생산기반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전체 설비 가동률과 수출용 생산능력 차이가 이번 투자의 핵심이다. 평균 가동률이 72.4%라고 해서 남은 생산여력을 수출제품에 그대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생산라인마다 내수·수출제품 구성과 생산품목, 설비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농심은 기존 부산공장에도 수출용 라인을 증설했지만 추가물량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녹산공장은 국내 전체 생산설비 부족을 해소하기보다 수출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산제약을 줄이기 위한 투자에 가깝다. 내수와 수출제품을 함께 생산하는 기존체제에 수출전용 거점을 추가해 해외수요 변화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해외사업 확대를 중심에 둔 농심의 중장기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농심은 2030년까지 매출 7조3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을 달성하고 해외사업 비중을 60%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관건은 늘어난 생산능력을 얼마나 빠르게 채우느냐다. 생산능력 확대가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 국내 설비에 여력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신규공장이 가동되면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등 고정비 부담이 늘어난다. 수출 전용 설비 필요성과 별개로 회사 전체로는 늘어난 생산기반에 걸맞은 해외매출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신시장 수요증가 속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 녹산공장 초기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비용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해상운임 변동도 수출 채산성을 흔드는 변수다. 녹산공장 가동률을 조기에 얼마나 끌어올리고 안정적인 수출수익을 확보하느냐가 이번 선제투자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유럽시장 성장세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유럽에서 라면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수출확대가 지속될 경우 녹산공장에서 추가되는 생산물량을 흡수하는데도 힘이 실릴 것이란 분석이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럽에서 라면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해외매출이 한단계 확대될 것으로 본다"며 "2분기 유럽향 수출액은 4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8.6%, 전분기 대비 15.8% 증가했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