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韓·日 뭉치면 세계 4위 경제권"⋯경제공동체 재차 제안

최태원 "韓·日 뭉치면 세계 4위 경제권"⋯경제공동체 재차 제안

약 6조달러 경제권 구축해 교섭력 확대⋯"국제 규칙 만드는 과정 참여"
에너지 공동구매·송전망 연결 제안⋯AI·반도체·금융 협력도 강조

[아이뉴스24 황세웅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어 약 6조달러(약 8100조원) 규모의 세계 4위 경제권을 형성해야 한다며 '한일 경제공동체'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에너지 공동구매를 통해 비용을 낮추고 인공지능(AI)과 반도체, 금융 등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 양국의 국제사회 발언권을 키우자는 구상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대한상공회의소]

8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최 회장은 인터뷰에서 보호주의 확산과 미중 대립으로 글로벌 공급망과 시장이 분단되는 상황에서는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일이 하나로 뭉치면 약 6조 달러 규모, 세계 4위의 경제권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국이 경제적으로 결합하면 교섭력과 발언권을 높여 기존 국제 질서를 따르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국제 규칙을 만드는 과정에도 참여할 기반을 갖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제공동체가 필요한 또 다른 이유로는 비용 절감을 들었다. 한국과 일본 모두 저출산·고령화로 시장 성장과 사회적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양국 시장을 연결하고 인프라와 서비스를 공동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본적인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를 육성할 수 있다고 봤다.

가장 먼저 협력할 분야로는 에너지를 꼽았다. 한국과 일본이 에너지 구매부터 비축, 사용까지 공동으로 설계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의 HBM 확대 모형. [사진=권서아 기자]

최 회장은 "비용을 3∼5%라도 절감할 수 있다면 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양국 송전망을 연결해 전력을 서로 주고받고 가스 파이프라인까지 잇는 방안도 제시했다.

인적 이동의 장벽도 낮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럽연합(EU)의 솅겐협정처럼 한국과 일본 국민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솅겐협정은 가입국 사이에서 여권 검사 등 국경 통과 절차를 원칙적으로 없애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제도다.

민간 분야에서는 금융과 AI, 헬스케어 등을 협력 대상으로 제시했다. 양국 금융회사가 AI나 젊은 세대를 대상으로 한 공동 펀드를 만들거나 한국과 일본에서 함께 적용되는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방안이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에 짓는 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AI 분야에서는 SK가 NTT와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 기업을 포함한 여러 파트너와 투자·협력 체계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한일을 단순한 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 관계로 봤다. AI 확산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SK하이닉스의 국내 투자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최 회장은 "전 세계에서 반도체 공장을 지을 수 있는 토지와 전력, 인재, 산업 생태계를 갖춘 지역을 검토하고 있다"며 "어디를 우선시하고,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지 조만간 결론이 날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의 한일 경제공동체 구상은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2002년 서울대 공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면서 관련 생각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HBM4E 웨이퍼에 남긴 서명. "플리즈, 메이크 모어!"(부탁이야, 더 많이 만들어줘) [사진=황세웅 기자]

이후 SK의 일본 투자를 확대했고 약 6~7년 전부터 일본 경제단체들과 회합과 논의를 이어오며 구체화를 추진해왔다고 밝혔다.

한국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국도 가입해야 한다"고 밝히며 한국이 협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회장은 다음 달 12일 첫 방송 하는 EBS의 글로벌 지식 강연 프로그램 '위대한 수업' 시즌6에 강연자로 참여해 강단에 설 예정이다.

/황세웅 기자(hseewoong8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