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전력도매가격(SMP)과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이 가파르게 뛰고 있지만 국내 화학업계는 아직 생산량을 줄이거나 제품가격을 올리는 등 뚜렷한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SMP와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 상승률이 화학사의 실제 에너지 비용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나프타와 파라자일렌(PX), 프로필렌 등 원재료 가격과 제품 시황까지 수익성을 좌우하는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일단 영향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6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육지 기준 SMP 평균가격은 kWh당 165.13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25일 154.24원보다 7.1%, 전년 같은 시점인 122.47원보다 34.8% 올랐다. SMP가 165원대를 기록한 것은 2023년 4월 이후 처음이다.
발전용 천연가스 가격 상승폭은 더 크다. 한국가스공사가 9월 일반발전사업자에 적용하는 천연가스 요금은 GJ당 2만4806.69원으로 전월보다 9.2% 올랐다. 올해 1월 1만6323원과 비교하면 52.0% 상승했다.
다만 이들 지표의 상승률이 화학업체의 에너지 비용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 SMP는 발전사가 생산한 전력을 거래하는 도매가격으로 산업체가 실제 부담하는 전기요금과는 차이가 있다.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 역시 발전사업자에 적용되는 가격인 만큼 화학사가 실제 사용하는 가스 가격과 동일하지 않다.
그럼에도 두 지표의 동반 상승은 국내 에너지 가격의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에너지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화학업계에는 부담 요인이지만 당장 생산량이나 제품가격을 조정할 정도의 직접적인 충격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화학업계가 당장 움직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수익성을 결정하는 변수가 에너지 비용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재료 가격과 제품 판매가격, 글로벌 수급, 공장 가동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태광산업은 현재 에너지 가격 상승과 관련해 생산이나 가동계획 등에 특별한 영향을 받지 않고 있으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PTA와 AN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부문은 전체 반기 매출의 약 82%를 차지한다.
태광산업의 비용 구조를 보면 에너지 가격 외의 부담도 만만치 않다. 올해 상반기 PX 평균 매입가격은 톤당 1085달러로 지난해 연간 평균 834달러보다 약 30% 올랐다. 프로필렌 역시 1059달러로 지난해 792달러보다 약 34% 상승했다.
상반기 PX 매입액만 4569억원, 프로필렌은 2150억원에 달한다. 회사는 PX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중동 지정학적 분쟁에 따른 유가·원료 가격 상승을, 프로필렌은 나프타·프로판 원료 수급 제한 등을 꼽았다.
결국 에너지 가격 상승도 부담이지만 수천억원 규모로 투입되는 원재료 가격과 제품 판매가격 등 다른 변수가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얘기다.

동성케미컬도 현재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특별한 영향은 없으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수도광열비와 전력비는 55억1487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5억9747만원보다 소폭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원재료와 소모품 사용액은 1107억7968만원에서 1306억7435만원으로 약 18% 증가했다.
동성케미컬은 폴리우레탄 수지와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 유기과산화물, 기능성용제 등을 생산한다. 상반기 화학부문 매출은 6974억원 수준이며 주요 원재료 매입액은 3816억원이다.
제품값 올리기도 어렵다…장기화 땐 원가 부담
원가가 오른다고 제품가격을 곧바로 올리기도 어렵다. 화학제품 가격은 개별 기업의 비용뿐 아니라 글로벌 수급과 수요, 경쟁사 가격 등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공급과잉과 수요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에너지 비용이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가격을 인상하기 쉽지 않다.
DL케미칼 역시 현재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가동이나 가격정책에 특별한 변화는 없으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하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화학산업은 생산공정 특성상 대규모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만큼 전력과 가스 가격 상승 압력이 실제 에너지 비용으로 이어지고 누적될 경우 제조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들도 중장기적인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다. 태광산업은 반기보고서에서 제조업이 공정 특성상 대규모 전력을 상시 소비하는 산업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에 재생에너지 도입을 통해 전력 자립도를 높이고 외부 전력시장 가격 변동 위험을 줄여 제조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현재는 기술적 구현 가능성과 중장기 수익성을 검증하는 초기 단계다.
결국 화학업계가 지금 당장 움직이지 않는 것은 에너지 가격 상승의 부담이 없어서가 아니다. SMP와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의 상승이 기업의 실제 비용에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가 아닌 데다 원재료 가격과 제품 시황 등 수익성을 좌우하는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생산량이나 제품가격을 섣불리 조정하기보다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실제 제조원가와 수익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를 지켜보겠다는 게 화학업계의 분위기다.
/홍성효 기자(shhong082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