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예보 노조 "지방이전 강행 시 법적 대응 검토"

금감원·예보 노조 "지방이전 강행 시 법적 대응 검토"

청와대 앞 공동 기자회견 뒤 대통령실에 의견서 전달
예보 서울 출장 70.8%·금감원 직원 69.7% 이직 의향
부분 이전도 거부…파업·금융노조 연대 가능성 열어둬

[아이뉴스24 임우섭 기자]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이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대상에서 두 기관을 제외해달라고 대통령실에 공식 요구했다. 이전이 강행될 경우 파업과 법적 대응 등 대응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24일 금감원 노조와 예보 노조는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안전망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훼손할 수 있는 일방적인 지방이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뒤에는 관련 의견서를 대통령실 경청통합수석실에 전달했다.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금융감독원 노동조합과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이 지방이전 저지를 위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임우섭 기자]

양 노조는 금감원과 예보가 금융회사 부실과 금융시장 위기에 직접 대응하는 기관인 만큼 금융회사와 유관기관이 집중된 서울을 떠날 경우 검사·조사와 위기 대응에 비효율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보 노조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예보가 보호하는 예금은 3322조원으로, 이 가운데 은행 예금은 2128조원 수준이다. 2022년 이후 금융회사 검사·조사, 유관기관 협업 등을 위한 국내 출장 2만5497건 가운데 서울 출장은 1만8053건으로 70.8%를 차지했다.

김영헌 예보 노조위원장은 "금융안정의 생명은 연결과 신뢰, 그리고 사람"이라며 "금융회사와 중앙은행, 감독기관, 정부 부처, 국회, 예금자와 동시에 접촉하며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실제 금융회사 부실이 발생하면 비대면 대응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예보 노조 측은 "저축은행 사태가 발생하면 금감원과 예보가 경영관리인을 파견해 본점을 포함한 현장에서 직접 경영관리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금감원 노조는 지방이전이 전문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앞세웠다. 구성원 153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지방이전 시 이직·퇴사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69.7%였다. 40세 미만은 80.4%, 변호사는 85.5%, 회계사는 78.9%로 나타났다.

김상우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조선소가 넓은 바다 곁에 있어야 하고 공항이 하늘길이 열린 곳에 있어야 하듯 국가 핵심 인프라는 기능이 잘 작동할 수 있는 현장에 있어야 한다"며 "금융회사를 밀착해 감시·감독해야 하는 금감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노조는 검사·감독 기능만 서울에 남기고 일부 인력을 지방으로 옮기는 절충안에도 선을 그었다. 금감원 노조 측은 "수용하지 않는다"며 "양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전을 강행할 경우 대응 방식도 확대될 수 있다. 개별 총파업 가능성과 관련해 노조 측은 "상황에 따라 법률 검토와 법적 대응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 달 4일 예정된 금융노조 총파업과의 연대 가능성도 남겨뒀다. 노조 측은 "아직 연대 요청은 없지만 요청이 오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급단체 가입도 아직 구체화된 단계는 아니지만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이전 논의 과정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도 나왔다. 노조 측은 "개별 기관이 어느 지역으로 이전할지 정부 차원에서 알려진 바가 없고 여러 소문만 무성한 상황"이라며 향후 노정 협의와 이전 논의 경과에 따라 공동 대응 방식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무역보험공사 노조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연대 의사를 밝혔다. 박홍철 무보 노조위원장은 "기관의 고유한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지방이전은 금융시장 생태계를 흔들 수 있다"며 무보 역시 지방이전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임우섭 기자(coldpla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