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보다 긴 정유 호황…정제마진 40달러대, 하반기 실적 기대감↑

전쟁보다 긴 정유 호황…정제마진 40달러대, 하반기 실적 기대감↑

러시아 정유공장 피격·중국 감산에 제품 공급 부족 지속
증권가 "전쟁 끝나도 재고 회복 시간 필요…하반기 수익성 확대"

[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러시아 정유시설 피격과 중국의 석유제품 생산 감소로 시작된 정제마진 강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름철 석유제품 성수기 수요까지 겹치면서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을 크게 웃돌고 있는 데다, 낮아진 글로벌 재고를 정상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쟁이 완화되더라도 원유 공급 정상화와 석유제품 공급·재고 회복 사이에 시차가 발생할 수 있어 하반기에도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받은 러시아 정유시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이진명·김명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전쟁보다 긴 호황'을 전망하며 "정유 업황 강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높은 정제마진과 개선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정유사들의 이익 확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호황의 핵심은 전쟁의 지속 여부보다 원유와 석유제품 시장이 정상화되는 속도의 차이에 있다는 게 증권가의 판단이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으로 정제해 판매하면서 남는 수익을 뜻한다. 최근에는 높은 석유제품 수요에 러시아 정유시설 가동 차질과 중국 생산 감소가 겹치며 제품 가격이 원유 가격보다 크게 오르면서 정제마진이 확대됐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돌파한 9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에 설치된 모니터에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실제 지난달 미국 정제마진은 배럴당 63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정유업계가 업황 지표로 활용하는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7월 첫째 주 배럴당 32.2달러에서 둘째 주 34.3달러, 셋째 주 43.1달러, 넷째 주 46.1달러, 다섯째 주 49.1달러까지 올랐다.

8월 들어 첫째 주 40.8달러, 둘째 주 40.5달러로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통상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5달러에서 7달러 수준으로 거론되는데 현재 정제마진은 손익분기점의 8배 수준을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AI 생성 이미지로 [사진=챗GPT]

높은 정제마진은 원유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정유사 입장에서는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을 생산할수록 이익을 확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유사들이 원유 구매량을 늘릴 경우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으로 원유 공급 여건이 개선되더라도 국제유가의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낮은 재고 수준도 정유업황 강세가 장기화될 수 있는 주요 근거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7월 미국 휘발유 재고는 201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OECD의 원유 및 석유제품 재고 역시 2014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재고가 이미 낮은 수준까지 내려온 만큼 공급 여건이 개선되더라도 이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결국 원유 공급이 먼저 정상화되더라도 정유시설 복구와 석유제품 공급 확대가 뒤따르기 전까지는 제품 시장의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

이진명·김명주 연구원은 원유 현물시장의 정상화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쟁이 완화되더라도 제품 공급과 재고가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정유업황의 강세가 전쟁 종료와 동시에 꺾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원유 공급 정상화와 정유제품 공급 정상화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면 석유제품의 타이트한 수급이 이어지면서 정제마진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정유사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최근 증권사들은 정제마진 강세와 윤활기유 수익성을 반영해 에쓰오일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삼성증권을 비롯한 주요 증권사들도 3분기 실적 개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제마진 강세가 유가 변동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상반기보다 개선된 수익성을 바탕으로 하반기 이익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