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살 집이 없다"…'실거주' 강화에 월세로 밀리는 세입자들

"전세 살 집이 없다"…'실거주' 강화에 월세로 밀리는 세입자들

서울 전세매물 2년새 24% 감소…평균 전셋값 7억원 돌파
전세 품귀에 월세 수요 몰려…서울 평균 월세 162만원 '최고'
실거주 전환·입주물량 감소 겹쳐…경기권까지 전세난 확산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실거주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서울 전세시장의 공급 부족이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전세 매물이 줄고 가격이 오른 가운데 집주인의 실거주·매각 전환 가능성이 커지면서 세입자들이 월세나 서울 외곽·경기지역으로 밀려나는 모습이다.

22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고 과세체계를 실제 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손질하기로 했다.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매물 모습 [사진=연합뉴스]

비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공제 혜택을 줄이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거주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등록민간임대사업자에 대한 일부 양도세 혜택도 축소된다.

시장에서는 세 부담이 커진 집주인이 임대 대신 직접 거주하거나 주택을 매각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본다. 국토교통부 집계를 보면 서울 등록임대 아파트 가운데 올해 2만4267가구, 2027~2028년 2만1446가구 등 향후 3년간 4만5000여가구가 의무임대기간을 마친다.

문제는 서울 전세시장이 이미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 집계를 보면 지난 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339건으로 2년 전 2만6775건보다 6436건(24.0%) 줄었다.

전셋값도 상승했다.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2227만원으로 2년 전 5억4424만원보다 7803만원 올랐다. KB부동산 조사에서도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7억458만원으로 처음 7억원을 넘어섰다.

대단지에서도 전세 물량을 찾기 어려운 사례가 나오고 있다. 네이버부동산에 등록된 전세 매물은 동대문구 답십리동 '래미안위브'(2652가구)와 구로구 신도림동 '신도림 대림 1·2차'(2298가구)에서 각각 1건에 그쳤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및 빌라 단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외곽지역도 매물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12일 기준 중랑구 전세 매물은 1년 전보다 80.9% 줄었고 △동대문구(-63.9%) △금천구(-63.2%) △노원구(-60.6%) △도봉구(-60.4%)도 60% 안팎 감소했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월셋값도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2만원으로 전월보다 1.7% 상승해 처음 160만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월세가격 누적 상승률도 5.73%에 달했다.

서울에서 밀려난 수요는 경기 주요 지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해 말 이후 광명시와 화성시 동탄구의 아파트 전셋값은 각각 8.11%, 8.03% 올랐고 수원 영통구와 안양 동안구, 용인 기흥구도 6%대 상승률을 보였다. 일부 지역에서는 매물을 직접 확인하기 전에 계약금부터 보내는 이른바 '노룩 계약'도 나타나고 있다.

입주 물량 감소도 전세가격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R114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지난해 3만2370가구에서 올해 1만7210가구로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에는 1만3019가구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등 비아파트 공급을 늘리고 장기 민간임대 활성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다만 신규 주택이 실제 시장에 공급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실거주 전환과 기존 임대주택 매각이 빨라질 경우 당분간 전월세 수급 불균형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다주택자나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대출·세제 규제가 강화되면서 임대 매물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입주 물량까지 부족한 상황에서 실거주 전환이 늘어나면 중저가 시장을 중심으로 '의자뺏기'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