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 기자] 배우 하영(본명 안하영)의 증조부 안상호를 둘러싼 친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친일인명사전' 집필에 참여한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 행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하영 논란의 문제는 "역사인식과 성찰 부재"라고 지적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안상호(1874∼1927)는 대한제국 관립일어학교와 도쿄 자혜의원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전문직 의사였지만, 화려한 이력 이면에는 다음과 같은 친일 · 부일 협력 행적이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연구소는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이 곧 '친일 행적이 없음'을 뜻하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며 "해방 60여 년 만에 결실을 맺은 사전 편찬 작업은 당시 축적된 학술 연구 성과와 사료의 한계 속에서 진행되었으며, 인력과 자료 부족으로 인해 판단이 보류된 인물도 다수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안상호는 ▲일제침략의 원흉이자 안중근 의사에게 피살된 이토 히로부미를 추도하기 위해 민간에서 조직한 ‘국민대추도회(대한국민추도회)’ 준비위원에 자발적으로 참여했으며 ▲경성부윤의 자문기구이자 일제 식민통치를 뒷받침한 지방행정 보조기구인경성부 협의회원을 역임했고, 식민지 금융수탈기구인 경성 종로금융조합의 조합장을 지낸 점 ▲ 경성신사의 씨자총대, 내선융화 단체인 대정친목회 평의원, 반일운동 배척을 표방한 동민회 회원 및 평의원 등 내선융화 및 친일단체에서 활동한 점 ▲ '매일신보' 기사에서 "조선 옷은 한 벌도 없고 일본 사람과 똑같다" "조선 사람과 상관이 없다"라며 밝히는 등 일제의 동화정책을 전면적으로 내면화한 대표적 인물이라는 점을 친일·부일 행적의 예로 들었다.

또 논란의 여지가 없는 친일 엘리트의 모임이었던 '대정친목회'는 조선인 유력자와 일제 당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자임했으며 식민통치의 정당성을 홍보하고 민족의 저항 의지를 무력화하는 정신적 · 사회적 협력기구로 기능했는데, 안상호가 이 단체의 평의원(일종의 대의원 격)으로 참여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친일 행위라고 봤다.
연구소는 "이번 논란의 본질은 배우 개인이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조상의 식민지 협력 이력에 대한 최소한의 역사적 성찰 없이 발언하여 대중에게 상처를 준 '역사인식과 성찰 부재의 문제'에 있다"고 꼬집었다.
조상의 과오를 성찰 없이 미화하거나 무비판적으로 소비한 태도에 대한 겸허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단순히 '후손에 대한 연좌제 금지'라는 방어 논리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식민지배 하에서 형성된 전문직 계보와 사회적 자산이 해방 후 청산 없이 어떻게 기득권으로 승계되고 세습되었는지에 대한 구조적 질문과 역사적 성찰로 이어져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김다운 기자(kdw@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