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뉴노멀: 바뀌는 산업 안전③] "당신의 여름도 이들만큼 뜨겁나요?"

[폭염 뉴노멀: 바뀌는 산업 안전③] "당신의 여름도 이들만큼 뜨겁나요?"

1500도 쇳물 옆 철강업계·복사열에 노출된 조선업계 노동자들
체감 온도 별 작업 기준 세분화·휴게시간 늘리고 쉼터·냉방 확충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바깥 기온은 35도를 가리키지만 이 숫자만으로는 현장의 더위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1500도가 넘는 쇳물이 흐르는 고로 옆에 서면 얼굴은 순식간에 달아오르고, 안전 모 속 머리카락까지 땀에 젖는다.

조선소 도크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늘 한 점 없는 도크 위 철판은 한낮 뙤약볕까지 그대로 흡수해 달아오르고, 용접 불꽃이 튀는 선박 내부 밀폐 공간은 환기가 안 돼 후텁지근한 열기가 그대로 고인다.

폭염 속에 전남 광양시 광양제철소 근로자가 고온의 쇳물이 담겨 있는 용광로를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폭염 기간에는 제철소 특성 상 현장에 나가 점검을 하는 것 만으로도 쉽지 않습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특히 설비를 수리할 때는 고로나 압연기 인근처럼 복사열이 강한 곳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 느끼는 더위가 상당하다는 설명이다.

철강업은 구조적으로 고열원을 다루는 업종이다. 쇳물의 온도는 1500도를 넘나들고, 이를 가공하는 압연 공정에서도 빨갛게 달아오른 슬래브가 쉴 새 없이 지나간다. 고온 설비가 밀집해 있어 여름철 작업 환경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냉방이 사실상 불가능한 고로·압연기 인근에서는 대기 기온이 크게 오르지 않아도 복사열만으로 체감온도가 기상청 발표치를 훌쩍 웃도는 위험 수준까지 치솟는다.

방열복을 입고 몇 분만 서 있어도 옷 안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그럼에도 보수 작업은 정해진 조업 스케줄 안에 끝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현장 직원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작업 속도를 늦추지 못한 채 고군분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사진=HD현대중공업]

"도크 위는 그늘이 거의 없다 보니 야외작업을 하면 땀으로 온몸이 젖습니다."

조선업 역시 폭염에 취약한 업종이다. 선박 건조는 대형 도크와 야외 작업장에서 이뤄지는 만큼 여름철 뙤약볕을 그대로 받는다. 특히 두꺼운 철판으로 만들어진 선체 표면과 갑판은 햇빛에 달궈지면 그 자체가 열원으로 작용한다.

또 용접이나 도장 작업이 이뤄지는 선박 내부의 밀폐 공간은 환기가 어려워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이는 경우가 많고 작업자들이 착용하는 보호구 등은 체온 배출을 막아 체감 더위를 한층 가중시킨다.

좁은 화물창이나 이중선체 내부에서 작업하다 보면 바깥보다 몇 도는 더 후텁지근한 공기 속에서 몇 시간씩 버텨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폭염 속에서 작업자들이 고온 환경과 사투를 벌이면서 철강·조선업계도 온열질환 예방과 작업자 보호를 위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강업계, 작업 기준 세분화하고 현장 대응 강화

사진은 포항제철소 3후판공장. [사진=연합뉴스]

철강업계에서는 폭염에 따른 작업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작업시간과 휴식 기준을 세분화하고 현장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온열질환자 제로화를 목표로 폭염 단계에 따라 공정 및 작업시간 기준을 세분화해 운영한다. 체감온도가 31도 이상이면 5~20분의 추가 휴식시간을 부여하고, 35도를 넘으면 옥외 작업을 중지하거나 작업 시간을 조정한다. 체감온도가 38도를 넘어서면 온열질환 고위험 작업 자체를 중단한다.

고열 작업 현장에서는 고위험 작업 리스트를 만들어 예방수칙을 직책자급까지 전파하는 등 부서별로 세밀한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광양제철소는 지난 7월 휴게물품 신청부터 승인, 배송 안내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교육·점검과 현장지원 두 축으로 폭염 대응을 운영한다. 혹서기 안전수칙과 온열질환 예방법, 응급처치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고위험 폭염작업을 제한하고 매일 작업자의 체온과 혈압, 음주 여부까지 확인하는 일일건강확인제도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현장지원 차원에서는 냉장고와 혈압계, 자동심장충격기(AED), 충전기 등을 갖춘 이동형 휴게시설 '안전쉼터버스'를 배치해 작업자들이 몸을 식힐 수 있도록 했고, 의료진이 직접 현장을 찾는 '찾아가는 보건서비스'와 6~8월 온열질환 예방 안전캠페인도 이어가고 있다.

폭염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달 29일 오전 전남광주 광양시 광양제철소 근로자가 고온의 쇳물이 담겨 있는 용광로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업계도 휴식시간 확대…쉼터·냉방시설 확충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제공]

조선업계 역시 여름휴가 이후 8월 내내 이어질 무더위에 대비해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폭염 시 작업자 휴식시간을 확대 운영한다. 7~9월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오전·오후 휴식시간을 기존 10분에서 20분으로 늘린다. 점심시간도 혹서기인 7월 10일부터 8월 31일까지 30분 연장하고, 그 외 기간에도 기온이 28도를 넘으면 20분을 추가로 부여한다.

현장·선상·이동식 버스를 포함해 270여 개의 휴게시설을 운영하는 데 더해 간이 쉼터와 그늘막, 몽골텐트 등을 설치해 작업자들이 가까운 곳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했다.

한화오션은 올해 2월 노사 공동으로 '온열질환 예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조선업계 최초로 체감온도와 관계없이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오전·오후 각각 10분씩 고정 휴게시간을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

기온이 28도를 넘으면 점심시간을 30분 연장하고, 31.5도를 넘으면 1시간 늘리는 방식도 적용한다. 이와 함께 쿨링포그와 냉방버스 등을 운영하며 현장 작업자들의 폭염 노출을 줄이고 있다.

철강과 조선은 생산 과정에서 고열 설비와 대형 구조물을 다루는 특성상 여름철 폭염에 특히 취약하다. 단순히 기온을 낮추는 것을 넘어 작업시간 조정과 휴식 확대, 냉방·휴게시설 확충 등 현장 특성에 맞춘 대응이 중요하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