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서윤의 리테일씬] 식품의 반란…컵라면·소주의 '엉뚱한 변신'

[구서윤의 리테일씬] 식품의 반란…컵라면·소주의 '엉뚱한 변신'

육개장사발면 수모 화제…예약판매까지 확대
바나나맛우유 용기가 밥그릇·국그릇으로 변신
팩소주는 아이스백팩으로…2만세트 한정판매
먹는 재미 넘어 쓰는 재미…'펀슈머' 소비 확산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컵라면이 수영모자가 되고 팩소주가 등에 메는 가방으로 변신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봐온 바나나맛우유 용기는 밥그릇과 국그릇으로 쪼개집니다.

식품·주류업계가 소비자에게 익숙한 제품 디자인을 수영용품과 식기, 가방 등 이색굿즈로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식품을 활용한 굿즈가 나왔지만 최근에는 실용성뿐 아니라 재미와 의외성을 앞세운 모습입니다.

농심과 배럴이 기획해 선보인 육개장 사발면 수모 [사진=배럴]

◆컵라면부터 바나나맛우유까지…익숙한 제품의 재해석

농심은 수상스포츠 브랜드 배럴과 손잡고 '육개장사발면 수모'를 선보였습니다. 물놀이를 마친 뒤 컵라면을 먹던 여름철 경험을 수영용품으로 옮겨온 겁니다.

배럴은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일까지 인스타그램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 40명에게 수모와 육개장사발면 한 박스를 증정했습니다. 지난 7일 기준 관련 게시물에는 54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당초 이벤트용 한정판이었지만 반응이 뜨겁자 농심과 배럴은 오는 10일부터 16일까지 예약판매에 나설 예정입니다.

농심 관계자는 "여름시즌을 맞아 소비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배럴과 함께 기획했다"며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고 바이럴도 많이 돼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농심의 이색굿즈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2월 선보인 '육개장사발면 도자기 세트'는 뚜껑과 스티로폼 용기 옆면 주름 108개까지 재현해 실제 컵라면과 흡사하게 만들었습니다.

첫 물량 2800세트는 12일만에, 같은해 6월 추가한 4700세트는 열흘만에 모두 팔렸습니다. 두 차례 판매량만 7500세트로 지난 6월에는 세번째 판매도 시작했습니다.

바나나맛우유 도자기 식기세트. [사진=빙그레]

빙그레도 바나나맛우유를 식탁 위로 옮겼습니다. 이도온화와 협업한 식기세트는 바나나맛우유 단지모양을 살렸습니다. 분리하면 밥그릇과 국그릇 등 5종 식기로 조립하면 장식품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와디즈 오픈 알림신청은 20일만에 2만3000건을 넘어섰고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약 1만2000개가 판매됐습니다.

팩소주는 가방이 됐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진로 160㎖ 팩소주 디자인을 확대한 '진로 아이스백팩'을 2만세트 한정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진로 400㎖ 페트 12병과 두꺼비 키링을 함께 구성한 상품으로 빠르게 물량이 소진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진로 아이스백팩. [사진=하이트진로]

◆먹는 것보다 '재미'를 산다…장수 브랜드의 변신

식품업체들이 굳이 그릇과 수영모자, 가방까지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굿즈가 많이 팔린다고 해서 본제품 판매가 곧바로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는데 말이죠.

업계는 이를 재미있는 소비경험을 중시하는 '펀슈머(Funsumer)'를 겨냥한 마케팅 일환으로 보고 있습니다. 제품기능이나 가격뿐 아니라 소비과정에서 얻는 재미와 즐거움까지 구매이유가 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것입니다.

특히 "컵라면이 수영모자가 됐다"는 의외성은 온라인상에서 그 자체로 화젯거리가 됩니다. 소비자가 사진과 후기를 자발적으로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를 알리는 효과도 생깁니다.

장수 브랜드에는 또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소비자가 사는 것은 단순히 그릇 하나, 수영모자 하나가 아닙니다. 어릴 때부터 슈퍼마켓과 편의점에서 보고 먹어온 제품 모양과 그에 얽힌 기억까지 함께 소비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해당제품에 대한 추억이 상대적으로 적은 젊은층에게는 익숙한 브랜드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오래된 브랜드가 '옛날 제품'에 머무르지 않고 지금도 새로운 일을 벌이는 브랜드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오래된 브랜드일수록 소비자에게 익숙한 만큼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며 "특히 젊은 소비자가 브랜드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계속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특이한 굿즈 하나를 내놓는다고 당장 제품판매량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젊은 소비자의 기억 속에 브랜드와 연결되는 새로운 경험을 계속 만들어줘야 살아 있는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이런 굿즈 역시 그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