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원 재건축 밭' 목동…대형사, 줄입찰 대신 '옥석가리기'

'9조원 재건축 밭' 목동…대형사, 줄입찰 대신 '옥석가리기'

14개단지 동시추진 공사비만 9조…현장설명회 눈치싸움 치열
8단지-대우·10단지-현대·12단지-GS…곳곳서 단독응찰 유력
초기자금 부담에 원가관리 비상…사업성·속도 따라 '선별수주'

[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수조원대 재건축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는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대형건설사들이 '선별수주'에 나섰다. 현장설명회에는 여러 회사가 참석하지만 실제 입찰에는 한 곳만 나서는 사례가 잇따를 전망이다. 과거처럼 물량확보를 위한 '묻지마 수주'보다 수익성을 고려한 '옥석고르기'가 새로운 수주공식으로 자리잡은 분위기다. 목동 14개단지 사업일정이 겹친데다 공사비와 입찰보증금, 설계비 등 초기 투입비용이 커지면서 입지와 사업성, 수주가능성을 따져 참여단지를 압축하는 전략으로 돌아섰다.

서울 양천구 목동 아파트 전경. 목동 14개 단지에서 재건축 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목동8단지 재건축조합은 이날 오후 3시 시공사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입찰마감일은 다음달 22일이다.

목동8단지 재건축은 서울 양천구 신정동 314번지 일대에 지하 4층~지상최고 49층, 10개동, 1847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예정공사비는 1조1118억9000만원으로 3.3㎡(평)당 965만원 수준이다. 부가가치세는 별도이며 공동도급은 허용하지 않는다.

3.3㎡당 공사비가 1000만원에 육박하는 대형사업이지만 입찰에 적극적인 곳은 사실상 대우건설이 유일하다. 당초 8단지는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맞붙을 가능성이 거론됐다. 그러나 롯데건설이 수주 우선순위를 재조정했고 포스코이앤씨 역시 1·4·14단지 등 다른 사업장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8단지는 상가를 사업구역에서 제외해 분쟁요인을 줄였고 조합내부 찬성률이 높아 사업추진 속도가 빠르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조합은 내년 상반기 사업시행계획인가와 2028년 1분기 관리처분인가를 거쳐 같은해 말 이주에 나설 계획이다.

목동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10단지도 경쟁입찰 성사여부가 불투명하다. 목동10단지 재건축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신탁은 오는 10일 시공사입찰을 마감한다. 해당사업은 기존 2160가구를 최고 40층, 4248가구로 재건축하는 것으로 예정공사비만 2조6135억원에 달한다.

지난 6월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금호건설 △제일건설 △CA이앤씨 등 6개사가 참석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입찰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현대건설이 유일하다.

현대건설은 지난 3월 단지 인근에 '디에이치 목동 라운지'를 열고 수주활동을 시작했다. 참여가 언급됐던 대우건설이 입찰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않으면서 현대건설 단독응찰 가능성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10단지는 컨소시엄 참여를 금지해 단일회사가 2조6000억원 규모 공사를 전담해야 한다. 입찰보증금도 600억원으로 이중 300억원은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대형사업이라는 상징성만 보고 참여를 결정하기에는 초기 현금투입과 원가관리 부담이 작지 않다는 평가다.

앞서 시공사를 선정한 목동6단지도 경쟁입찰이 무산됐다. DL이앤씨가 두차례 단독응찰한 뒤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으며 지난 6월 총회를 거쳐 1조2868억원 규모 사업시공사로 최종 선정됐다.

이같은 흐름은 12·13단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예정 공사비 1조7888억원 규모인 12단지 현장설명회에는 △GS건설 △대우건설 △포스코이앤씨 △IPARK현대산업개발이 참석했다.

이 가운데 GS건설만 글로벌설계사 겐슬러와 협업안을 공개하며 가장 적극적인 수주의사를 드러냈다. 업계에서는 GS건설 단독입찰 가능성을 높게 치고 있다.

공사비가 약 2조3000억원으로 추산되는 13단지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DL이앤씨 △대우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 △제일건설 등이 참여해 분위기를 살폈다.

목동6·8·10·12·13단지의 예정공사비만 합쳐도 9조원을 웃돈다. 향후 7단지를 비롯한 후속사업장까지 시공사선정에 나서면 대형건설사 수주여력도 분산될 수밖에 없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입찰한 곳마다 설계비와 보증금, 인력과 홍보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경쟁에서 탈락하면 지출한 비용 대다수를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다.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증액 갈등이 반복되는 가운데 일반분양가가 예상보다 낮아지면 조합원 분담금 수용력이 떨어져 사업일정이 지연될 위험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목동은 입지와 상징성이 뛰어나지만 14개단지가 비슷한 시기에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건설사가 모두 참여하기는 어렵다"며 "공사비뿐 아니라 조합 의사결정 속도와 사업성, 경쟁구도까지 따져 승산이 높은 단지를 선별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