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한 안개 속 '그대'…선명하게 본다 [지금은 과학]

흐릿한 안개 속 '그대'…선명하게 본다 [지금은 과학]

KAIST 연구팀, 한 번의 촬영으로 복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안개나 불투명한 막 뒤에 가려진 투명한 물체도 한 번의 촬영만으로 원래 모습을 찾아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빛이 심하게 흩어지는 환경에서도 인공지능(AI)과 광학 원리를 이용해 투명한 물체의 모양과 두께, 위치를 동시에 복원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기술은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투명 부품 검사와 바이오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총장 배충식) 바이오및뇌공학과 장무석 교수 연구팀이 두 개의 움직이는 산란층(안개나 불투명한 막처럼 빛을 여러 방향으로 흩뜨리는 층) 사이에 완전히 가려진 위상 물체(일반 카메라로는 잘 보이지 않는데 빛이 지나갈 때 아주 미세한 변화를 일으키는 투명한 물체)를 한 번의 촬영만으로 복원하는 단일 촬영 위상 영상(Single-shot Phase Imaging) 기술을 내놓았다.

안개나 불투명한 막 뒤에 가려진 투명한 물체도 한 번의 촬영만으로 원래 모습을 파악할 수 ㅣ있는 기술이 나왔다. [사진=KAIST]

위상 물체는 유리나 투명 비닐, 살아 있는 세포처럼 일반 카메라로는 주변과 밝기 차이가 거의 없어 잘 보이지 않는 물체다. 빛이 물체를 통과하면서 생기는 아주 미세한 변화(위상)를 분석하면 물체의 형태와 광학적 두께까지 알아낼 수 있다. 위상 영상 기술은 살아 있는 세포를 염색하지 않고 관찰하거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투명 부품을 검사하는 데 활용된다.

문제는 안개 낀 창문 너머를 촬영하면 물체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처럼 물체 앞뒤에 있는 산란층(빛을 여러 방향으로 흩뜨리는 층)이 움직이면 빛의 경로도 계속 바뀌어 물체의 정보를 정확히 얻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기존 기술은 같은 대상을 여러 번 촬영하거나 산란 환경을 미리 측정해야 했다. 많은 학습 데이터를 이용해 인공지능을 훈련시키는 과정도 필요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돋보기로 빛을 모으듯(Focused Illumination, 점조명) 빛을 한곳에 집중시켜 첫 번째 산란층을 통과한 빛이 물체의 정보를 최대한 안정적으로 담도록 했다.

이후 빛이 물체와 산란층을 통과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계산하는 광학 모델과 인공지능(AI)을 결합했다. 일반 AI처럼 수많은 정답 사진을 미리 학습하는 대신 ‘이 빛이 어떤 경로로 거쳐 왔을까’를 물리 법칙에 따라 거꾸로 추적하며 실제 모습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안개 속에서 흐릿하게 찍힌 사진 한 장만 보고 안개를 걷어내듯 원래 모습을 복원하는 것과 같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한 번 촬영한 영상(빛의 세기를 측정)만으로 투명 물체의 모양과 두께는 물론 빛이 얼마나 산란됐는지, 물체가 어디에 있는지까지 동시에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번 기술은 기존 광학 장비로는 검사하기 어려웠던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투명 부품과 광학 소재를 더욱 정밀하게 검사하고 살아 있는 세포를 손상 없이 관찰하는 바이오 영상, 차세대 광학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무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안개나 불투명한 막처럼 빛이 심하게 흐트러지는 환경에서도 한 번의 촬영만으로 투명한 물체의 모양과 위치를 복원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는 더 복잡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기술로 발전시켜 반도체 검사와 바이오 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논문명: Single-shot imaging of phase objects fully enclosed by dynamic scattering layers)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김유선 석사과정과 송국호 박사과정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하고 장무석 교수가 교신저자를 맡았다. 광학 분야 국제학술지 ‘Optica’ 7월 20일 자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