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인공지능(AI)이 똑똑해질수록 반도체는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처리해야 한다. 문제는 메모리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AI 시대 메모리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기술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FMS(Future of Memory and Storage) 2026'에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zHBM'과 'HBM5', 400단 이상 'V10 BV-낸드(V-NAND)', 차세대 낸드 구조인 'zNAND-O' 등을 선보였다.

AI 칩 성능 높이는 'zHBM'…메모리를 더 가까이
가장 눈길을 끈 것은 zHBM이다.
지금까지는 AI 가속기와 HBM을 나란히 배치했다면, zHBM은 AI 가속기 위에 메모리를 직접 쌓는 구조다. 데이터 이동이 줄어 처리 속도는 빨라지고 전력 소모와 발열은 낮아진다.
쉽게 말해 AI가 필요한 데이터를 찾기 위해 멀리 오갈 필요가 없도록 만든 것이다. AI 모델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엔비디아와 AMD, 구글 등 차세대 AI 반도체에 적용될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zHBM이 HBM5보다 최대 8배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메모리와 AI 가속기 사이에 고객이 원하는 기능(IP)을 추가할 수 있어 AI 반도체에 맞춘 맞춤형 설계도 가능하다.
이진엽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제품·기술 총괄 부사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AI 시대에는 메모리와 컴퓨트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함께 설계돼야 한다"며 차세대 메모리 구조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HBM5도 함께 공개했다. HBM5는 기존 HBM4E보다 성능을 두 배 높이고 열 저항은 20% 낮춘 제품이다. 새로운 열 관리 기술인 '열 경로 블록(HPB)'을 적용해 발열을 줄이고 안정성을 높였다.

AI가 계산하면 낸드는 저장…400단 기술로 경쟁력 강화
삼성전자는 HBM뿐 아니라 낸드 기술도 대폭 강화했다.
HBM이 AI가 계산하는 메모리라면, 낸드는 AI가 학습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이다. AI 서비스가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바뀔수록 저장장치의 역할도 함께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400단 이상 'V10 BV-낸드'를 공개했다. 셀과 회로를 따로 만든 뒤 웨이퍼 본딩(Bonding) 기술로 붙이는 방식이다. 같은 크기에서도 더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고 성능과 전력효율도 높일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차세대 낸드 기술인 'zNAND-O'도 처음 공개했다. D램의 속도와 낸드의 저장 용량을 함께 노린 기술이다. AI PC와 AI 스마트폰, AI 로봇 등 기기 안에서 AI를 실행하는 온디바이스 AI와 AI 서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전망이다.
외신들도 이번 발표에서 낸드 기술에 주목했다. 로이터는 "AI 시장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낸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삼성의 400단 BV-낸드 공개는 AI 시대 저장장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