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빌라 살면 인생 패배자."
지난 27일 오후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 부동산정책 대국민 토론회 직후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나온 반응이다. 정부가 청년·신혼부부의 주거 대안으로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강조하자, 선호도가 낮고 자산가치 상승도 제한적인 주택으로 실수요자를 내모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터져 나왔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토론회에서는 비(比)아파트 공급 확대와 민간임대 활성화를 주요 해법으로 제시됐다. 핵심은 △비아파트 사업자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 △전문 민간임대 사업자 육성 필요성 등이다. 정부 확정안은 아니지만 향후 공급 대책에 반영될 수 있는 전문가의 제안이다.
문제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 같은 방향에 힘을 실으면서 커졌다. 김 장관은 "비아파트 활성화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금융 지원과 기업형 임대 등 공급 주체 다양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심은 대체로 싸늘했다. 정부가 온라인을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실수요자가 원하는 아파트 공급보다 비아파트와 임대주택을 앞세웠다는 반발이 확산했다.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한 이용자는 "대출을 막더니 이제는 빌라를 사라고 부추긴다"며 "빌라를 매수할 바에는 월세로 살겠다"고 했다. 다른 이용자는 "빌라를 살 바에는 월세로 살면서 아파트 매수를 준비해야 한다"고 썼다. "집값을 못 잡겠다면 전월세 시장이라도 안정시키는 게 낫다"는 반응도 나왔다.


불만의 배경에는 비아파트가 아파트를 대신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빌라·오피스텔은 상대적으로 공급 속도가 빠르고 청년·1인 가구의 임대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주차·관리와 생활 편의성, 환금성, 자산가치 측면에서 아파트와 차이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사태를 겪으며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에 대한 불신도 커졌다.
실제 국토연구원 조사에서도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시 선호 유형으로 응답자의 79.7%가 아파트를 꼽았다. 연구진은 주거 품질과 환금성, 자산가치 격차로 비아파트 기피가 커져 공급 확대만으로는 아파트 수요를 돌리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특히 청년층에게 아파트는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자산 형성의 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가 말하는 '주거 사다리'의 출발점으로 빌라와 임대주택을 제시할 경우, 내집마련의 문턱을 낮추기보다 아파트 진입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비아파트 공급 확대가 필요하더라도 이를 아파트 공급의 대체처럼 내세우면 반발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임대주택 공급자 측의 우려도 적지 않았다. 네이버 부동산 카페에서는 각종 세금 부담에 건물 수선비와 임차인 관리 부담까지 겹치면 민간임대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왔다.
다주택 보유를 규제하면서도 여러 주택을 운영하는 전문 임대사업자를 육성하겠다는 정책이 서로 충돌한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스터디'의 한 이용자는 "현실은 세금보다 임차인들로 인한 건물 누수와 감가상각, 수리·보수비 부담이 더 크다"며 "'다주택자 적폐' '지주·건물주 적폐' 소리는 덤"이라고 토로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