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메모리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화웨이의 가격 인하 요구를 거절하며 협상력을 높인 데 이어, 애플도 중국 내 공급망 다변화 차원에서 CXMT 메모리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화웨이는 최근 CXMT에 D램 가격 인하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했던 화웨이가 자국 메모리 업체와의 가격 협상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 것이다.
애플 역시 중국에서 판매하는 일부 제품에 CXMT 메모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중국 시장용 제품의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CXMT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이를 견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공급 구조가 변화하면서 CXMT가 성장 기회를 얻고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수익성이 높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생산을 집중하면서 모바일 D램 공급 여력이 줄었고, 이에 따라 모바일 메모리 가격이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CXMT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CXMT의 협상력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CXMT는 더 이상 저가 전략만으로 시장을 공략하지 않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판매되는 CXMT 기반 메모리 모듈 가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제품과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공급이 빠듯한 상황에서 CXMT 역시 가격을 크게 낮춰 판매할 이유가 없지 않냐"며 "후발 주자가 크기 좋은 시장 환경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기업 가치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CXMT는 최근 중국 반도체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마쳤으며, 시가총액 기준 중국 반도체 기업 1위에 올랐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중국 D램 생산능력이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허페이와 상하이, 베이징을 중심으로 신규 생산라인이 가동되고, 오는 2028년 이후에는 초대형 생산기지까지 추가되면서 공급 확대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도 CXMT 성장의 배경으로 꼽힌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D램 생산라인에서 중국산 반도체 장비 채택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공장은 노광장비를 제외한 대부분 공정에 중국산 장비를 적용하고 있으며, 생산능력 확대와 함께 중국 장비업체들의 성장도 예상된다.
다만 고부가 메모리 시장에서는 여전히 기술 격차가 존재한다. 업계는 HBM과 서버용 D램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선두 업체와 CXMT 간 격차가 상당하다고 평가한다.
중국이 HBM3와 HBM3E, 3D D램 개발을 추진하며 추격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당분간은 모바일 D램을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업계에서는 CXMT 상장이 단순한 기업공개를 넘어 중국 반도체 자립 전략이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메모리뿐 아니라 장비·소재·부품·팹리스까지 이어지는 '차이나 포 차이나(China for China)' 반도체 공급망 구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