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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상생안 두고 한기정 공정위원장 "첫걸음 뗀 게 중요"


국내은행 LTV 담합 의혹 재심사 두고 “조사 부실한 것 아냐”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배달앱 상생협의체를 운영해 수수료 인하 등을 끌어냈다. 결혼준비대행업체의 일명 ‘스·드·메’ 관련 불공정약관을 시정했다. 제일건설의 ‘벌 떼 입찰’에 대해 9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27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공정위 주요성과 등을 설명했다.

배달앱 상생협의체를 통한 상생안 마련에 눈길이 쏠렸다. 한 위원장은 “배달앱 상생협의체를 약 4개월 동안 운영하고 12차례 회의를 진행한 끝에 지난 14일 수수료 인하를 포함해 입점업계 측 4가지 요구사항에 대한 상생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입점업계 측은 △수수료 등 부담 완화 방안 마련 △영수증 내 입점업체 부담항목(중개‧결제수수료와 배달비) 표기 △최혜대우요구 중단 △배달기사 위치정보 공유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일부에서 수수료 인하 수준이 부족하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공익위원들은 영세 음식점주의 어려움이 절박한 현실을 고려했을 때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우선 첫걸음을 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상생안에 동의했다고 한 위원장은 설명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정종오 기자]

한 위원장은 “이번에 마련된 상생안이 원활히 이행되는 지 여부를 지속해 모니터링할 계획”이라며 “상생안 마련과 별개로 배달앱 관련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신속히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차례 평행선을 달린 끝에 극적으로 도출된 최종 방안은 거래액 기준 상위 35% 입점업체에는 중개수수료 7.8%·배달비 2400~3400원, 상위 35~80%에 대해서는 중개수수료 6.8%·배달비 2100~3100원을 차등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나머지 80~100%에 대해서는 중개수수료 2.0%·배달비 1900~2900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전통시장 배달 서비스에 대해선 중개이용료와 배달비를 받지 않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합의된 내용은 내년 초부터 3년 동안 시행된다.

문제는 이 상생안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일부 입접업체들이 “중요한 진전”이라며 상생안을 환영하는데 다른 쪽에선 “허울뿐인 상생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 ‘배달앱 vs 입점업체’의 갈등 구도가 이젠 ‘입접업체 vs 입접업체’로 의견이 갈리고 있다.

국내 은행의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과 관련해 재심사 결정을 내린 바 있는데 한 위원장은 이에 대해 “심의 과정에서 새롭게 제기된 주장에 대해 추가 사실 확인이 필요했다”며 “조사 자체가 부실하거나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결혼·주거·여가·쇼핑 등 민생 밀접 분야 사건처리에 있어 상당한 결실을 맺었다고 한 위원장은 강조했다.

공정위는 18개 결혼준비대행업체의 일명 ‘스·드·메’ 관련 불공정약관을 시정했다. 예비부부들이 가장 크게 불편을 호소해 왔던 ‘추가금 부담’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결혼서비스 가격정보를 계약 전에 충분히 제공토록 지원하고, 추가비용 요구 제한 등을 담은 ‘결혼준비대행업 표준약관’을 제정하는 등의 제도보완 방안도 발표했다고 전했다.

국민 주거 안정과 밀접한 아파트 건설시장에서 제일건설이 이른바 ‘벌떼입찰’을 통해 총수 일가에게 일감을 몰아준 행위를 제재한 것도 한 성과라고 전했다. 제일건설은 이 같은 행위로 과징금 97억원을 지난 10월 부과받은 바 있다.

이 밖에도 여행·숙박 등 여가 생활과 관련해 글로벌 숙박예약플랫폼(OTA)인 ‘부킹닷컴’이 무료로 공항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거짓 광고한 행위를 제재한 바 있다.

6개 캠핑장·자연휴양림 예약 플랫폼의 불공정약관 조항 121개를 시정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예약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시설 훼손 등 책임을 일률적으로 전가하거나, 취소·환불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국민의 캠핑장 예약과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알리·테무 등 C커머스의 부당한 개인정보 수집·활용 등 불공정약관 조항 47개를 시정해 연중 최대 쇼핑기간(11~12월)을 앞두고 해외직구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도 했다.

외식업종의 필수품목 관련 불공정행위 사건도 신속히 처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가맹 필수품목 문제를 올해 주요 법위반 감시 분야로 삼았다. 그 결과 햄버거·치킨·피자 등 국민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업종과 관련된 13건의 사건을 조사한 바 있다.

주로 빨대·주방세제·물티슈 등과 같은 일반 공산품을 가맹본부로부터 비싼 가격에 구매하도록 강제했는지에 대한 사안이다. 현재 1건은 제재를 완료했고(파파존스, 과징금 14억8000만원), 햄버거·치킨·피자 등 관련 남은 12건도 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위반이 확인되는 경우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한 위원장은 약속했다.

가맹사업은 약 35만 소상공인의 생계와 직결된 분야이기 때문에 공정위는 앞으로도 제도보완과 시장감시 등 양 측면의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공정위는 지난해 10월부터 1년여 동안 총 22개 과제의 규제개선 방안에 대해 합의를 끌어냈는데 주로 국민 부담이나 불편을 야기하거나 선택권을 제한하는 규제, 공공조달시장 등에서 우수 중소기업 등의 시장진입을 가로막고 있는 진입규제 등”이라며 “구체적 내용은 12월 중 국무총리 주재 관계장관 회의를 거쳐 확정·발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AI 정책보고서’도 곧 발간될 예정이다. AI 산업을 대표하는 ‘생성형 AI 시장’에 대한 경쟁·소비자 이슈 분석 결과와 함께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방향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 위원장은 전했다.

여기에 공정위는 중소기업·소상공인·소비자에게 경기회복의 온기가 골고루 퍼져나가도록 ‘양극화 해소’를 위해 해야 할 과제들을 적극 발굴해 내년도 업무계획에 포함·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상품권 상생안 논의와 관련해 한 위원장은 “3가지 쟁점인 수수료, 정산 시기, 유효기간이 지난 경우 환급 비율 문제 등을 심도있게 논의하고 있다”며 “가시적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기정 위원장은 “앞으로도 공정위는 민생 안정 관련 업무를 차질없이 추진해 국민께서 그 성과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며 “역동 경제를 뒷받침하고 미래·신산업에 대응하기 위한 시장연구, 경쟁 활성화 방안 마련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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