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연내 상장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해 온 11번가의 계획이 사실상 불발되면서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인다. 11번가는 상장 시기가 미뤄질 뿐 상장 자체는 계속해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추석 전후로 향후 계획에 대해 공식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11번가의 연내 IPO가 불투명해졌다. 앞서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천억원을 투자받으면서 올해 9월까지 상장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IPO 시한이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연내 상장은 물건너 갔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11번가가 상장 시기를 늦추는 이유는 회사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2018년 투자를 받을 당시 11번가의 기업가치는 2조7천억원으로 평가됐지만 현재는 1조원 안팎까지 떨어졌다.
상장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자 11번가가 상장 대신 매각을 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가시화된 건 없다. 지난 7월 큐텐이 11번가 인수에 관심을 보였으나 인수 금액을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11번가는 연내 상장이라는 투자자와의 약속을 못 지키면서 일정 금액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투자받은 5000억원에 8%의 이자까지 붙여 지급해야 한다. 다만 11번가는 시기적으로 여유가 있고, 투자자와의 협의에 따라 상환금액이 조정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가 상환을 유예하고 11번가 지분을 보유하기로 결정하면 IPO 재추진을 위한 동력이 생긴다.
11번가가 2025년 흑자 전환 목표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신규 투자를 유치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11번가는 지난 6월 오픈마켓 사업에서 흑자 전환을 이뤘다. 또한 오픈마켓 사업 기준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영업손익이 290억원 개선됐다. 11번가의 사업구조는 크게 오픈마켓 사업과 직매입 사업으로 나뉘는데 오픈마켓 사업은 11번가의 입점 판매자 상품을 중개하는 사업으로, 11번가 거래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문제는 '슈팅배송'으로 대표되는 직매입 사업이다. 슈팅배송은 11번가가 직매입한 상품을 택배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익일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직매입 비중을 늘리면서 매출도 증가했지만 영업손실도 함께 커졌다. 11번가 슈팅배송은 지난 12개월 간(2022년 9월~2023년 8월), 직전 같은 기간(2021년 9월~2022년 8월) 대비 결제거래액은 5배(+381%) 증가했고 판매 상품 수량은 3배(+171%), 구매 고객 수는 2배(+92%)로 각각 증가했다. 11번가는 최근 TV와 옥외광고, 버스 래핑, 유튜브 등에서 슈팅배송의 광고 캠페인을 시작하며 적극 홍보에 나섰다.
직매입 사업의 영업손실 확대에도 불구하고 11번가는 오픈마켓 사업의 흑자전환을 발판 삼아 오는 2025년 전체 사업에서 흑자 전환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직매입 특성상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지만 적자 폭이 확대되지 않도록 현재 수준을 잘 유지하되 오픈마켓 수익을 늘려 슈팅배송의 적자를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11번가는 국내 이커머스 중 유일하게 아마존의 해외직구 상품을 판매하는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도 운영하고 있다. 향후 아마존 상품 확장을 통해 이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아마존과 계약에 따라 상세 실적은 밝힐 수 없지만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키즈, 명품, 리퍼, 신선식품 등 버티컬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11번가가 더 이상 저렴한 가격의 상품만 판매하는 곳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이커머스임을 강조하고 있다.
11번가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으로 봤을 때 단시간에 상장에 돌입하는 건 어려워 보이지만 상장하겠다는 목표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며 "모회사인 SK스퀘어가 투자자 및 관계자들과 투자금 상환, 신규 투자 유치를 비롯해 투자자 다양한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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