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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사기꾼들-1] '꽁야게이트'를 아시나요?


 

아이뉴스24는 '인터넷 법률시장'을 표방하는 온라인 법률정보사이트 로마켓과 제휴, [대한민국의 사기꾼들]을 연재합니다.

[대한민국의 사기꾼들]에서는 봉이 김선달도 울고 갈 황당하고 기막힌 사기꾼들의 이야기와 수법이 차례로 소개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사기꾼들]에서 제시되는 사례들은 모두 실제로 발생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들로 사기를 예방하는 반면교사가 될 것입니다. 많은 관심과 애독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 주]


'오일게이트'로 세상이 떠들썩한 요즘, 나불우는 10년 전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어쩜 그렇게 감쪽같이 당할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황당하기 그지없다. 모르긴 해도, 지금 철도청 관계자들도 그 때의 나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기꾼들의 수법이란......

10년이 좀 더 된 어느 여름날 아침, 내 사무실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사장님, 동아목재 한사기 사장님 전화이십니다. 연결할까요?" '동.아.목.재. 한.사.기?' 누군지 번뜻 생각이 나지 않았다. 여하튼 받아야 할 전화인 것 같아 연결하라고 하였다.

"아~ 나사장. 나 한이요. 지난 번 계해 김사장 출판기념식때......"

그러고 보니 생각이 났다. 자기와 같은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대기업간의 아수라장인 휴대폰단말기사업에 뛰어 들어, 굴지의 회사를 일군 계해 김사장 자서전 출판기념식에서 김사장의 소개로 알게 된 인물이다. 인상이 점잖고 인품이 의젓해 척 보기에도 신뢰감이 가는 인물이었다. 게다가, 토목건축학 박사라는 가방끈 아우라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 날 오후 늦게, 한사기가 나의 사무실로 찾아 왔다. "나사장! 사업 한 번 키워보실 생각 없소? 내 좋은 사업이 있어 동업자를 물색하다가 김사장이 나사장을 말 하길래 왔소. 나사장이 워낙 꼼꼼한 사람이라 쉽게 일을 벌이지 않을 거라고 하더구먼. 하지만, 그래가지고는 계속 전자계산기밖에 더 만들겠소? 이제 나이도 있고 연륜도 있는데 좀 크게 키워 볼 때도 된 거 아니요?"

출판기념식에서 처음 보고 지금이 두 번째 상면인데, 아주 아랫사람 대하듯 하대하는 한사기가 어색하지도, 기분 나쁘지도 않았다. 게다가 몇 마디 말을 나누고 나니, 자기의 쫀쫀한 사업 마인드가 부끄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래, 내가 그동안 이 작은 기업에 연연해 우물안에서만 놀았던 감이 없지 않지. 이게 좋은 기회일지 몰라. 이렇게 발이 넓고 가방끈 긴 사람과 같이 동업하여 사업을 확장할 수만 있다면 나도 재벌 못지않은 그룹총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돈만 된다면 사업가가 못 할 것도 없지요. 그런데, 무슨 사업이죠?"

"인도네시아에 있는 대규모 원목개발회사를 인수하는 건데, 정부에서도 관심이 있어 정부차원의 자금융자도 고려하고 있소. 우리나라 나무라는 게 그 국책사업 같은 큰 사업을 수행하기에는 좀 달리잖소. 싼 값에 원목을 사들여 국책사업에 조달하고 비축하자는 거죠. 같이 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여기까지만 일러주겠소."

'뭐 같이 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얼른 조바심이 생겼다. "제가 뭘 하면 되지요?" 벌써 몸이 한사기쪽으로 기울여진다.

"긴한 얘기이니 저녁이나 먹으면서 천천히 합시다." 하면서 한사기가 일어섰다. 나도 얼른 따라 나섰다.

조용한 요정에서 저녁을 먹으며 한사기가 동업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였다. 인도네시아의 꽁야주식회사는 자국내 보르네오, 자바섬 뿐만 아니라 필리핀 등 동남아 등지에 많은 원목임야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 꽁야 내부의 복잡한 사정으로 대주주가 지분매각을 하려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는 것이다. 꽁야의 지분 51%를 사들인다면 국익에 도움이 될 것 같아, 某국책사업의 고문인 때 알게 된 대통령경제담당수석비서관 H에게 이야기 하였더니, 관심을 보이며 정부차원의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고 넌지시 암시를 주었다고 했다. 든든한 뒤를 배경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데, 혼자서는 자금이 조금 달려 동업자를 구하노라고 하였다.

토목사업 전문가인 자기가 보기에는 꽁야만 인수한다면 연간 100만불 이상의 순이익을 남길 수 있다면서, 같이 투자하여 나누어 갖자고 한다. 자기가 수집하여 검토한 자료도 보여 주었다. 꽁야 내부문건이 확실한 자료들과 휘장, 인장이 있는 신뢰성 높은 자료들이었다.

나는 한사기의 사업에 매료되었다. 이 기회가 아니면 우물 밖 구경을 하기 힘들 것 같았다. 인생에 기회는 세 번 온다고 했던가! 옛날 전자계산기 사업에 뛰어들 때 점쟁이가 한 말을 문득 떠 올려본다.

다음 날 아침, 전날의 과음으로 술이 덜 깬 가운데 으샤으샤 무드를 이어받아 한사기와 동업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사업추진비는 절반씩 부담하며, 꽁야 인수자금은 은행과 정부로부터 전부 융자받기로 하였다. 나는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융자를 받아 총 투자비의 1/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맡았고, 나머지는 한사기가 정부자금융자로 조달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사들이는 지분은 딱 절반씩 나누기로 하였다.

전체 자금 1/10과 사업추진비 10억정도만 부으면 그 큰 회사의 공동오너가 될 수 있다니! 정말 꿈만 같았다.

사재를 탈탈 털어 내 몫의 사업추진비 10억을 만들어 우선 한사기에게 주었다. 한사기는 인도네시아와 청와대를 오가며 인수업무를 추진하였고, 업무진행상황과 추진비사용내역을 수시로 보내왔다. 정말 한사기는 빈틈이 없는 사람이었다.

구청직원에게도 굽신거리는 자기와는 달리 높은 사람을 마주 하고서도 당당하였다. 온몸에서 튕겨져 나오는 내공과 진한 농을 해도 천박하지 않은 한사기의 인품과 사교술에 나는 점점 매료되어 갔다.

'이런 사람과 함게 큰일을 하게 되다니, 나는 대단한 행운아야.....' 한사기와 함께하는 장밋빛 미래를 상상하니 정말 구름에라도 탄 기분이었다.

한사기와 함께 푸른기와집에서 근무하는 이도 만났다. H는 보안상 만날 수 없고, 그 비서라는 사람을 함께 만났다. 'H님이 이 사업에 관심이 많으셔서 건설교통부에 책정된 예산의 일부를 무이자로 융자하게 해 놓으셨다'고 말했다. 전해들은 말로만 들어도 그 위엄을 느낄 수 있었다.

꽁야의 실세도 만났다. 럭셔리한 외양을 갖춘 꽁야의 실세는 교양과 위트가 있는 신사로 보였다. 사업에 관한 얘기가 나오면 간간히 일러주면서, 시종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유창한 영어로 즐겁게 지껄이는 한사기를 보며, 한순간이나마 나는 '한사기를 위해 모든 걸 바쳐도 좋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한사기의 일은 일사천리로 굴러가는 것 같았지만 나는 많이 달렸다. 우선, 사업추진비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 회사 돈을 횡령하게 되었고, 그 일로 수표와 어음을 많이 뿌리게 되었다. 또한, 계약금 융자를 위한 담보가 모자랐는데, 한사기가 '청와대 H가 부장직함을 주어 A은행에 파견한 이가 있는데, 계약서만으로 융자를 해 주기로 했다'고 하여, 계약금 2억을 따로 만들어 B의 부동산을 계약하라고 하였다.

이리하여 인도네시아 힐튼호텔에서 예정된 계약식에 겨우 계약금을 맞출 수 있었다. 그 계약식에는 나도 참여해 사인하였다. 정말 그 화려한 계약식도 다 꾸며댄 것이라 생각하니 분노를 넘어 어처구니가 없다.

계약금을 전달함으로써 내 할일은 끝났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부자금융자도 일이 잘 되어가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꽁야 인수건에 너무 심혈을 기울이는 바람에 내 회사 유진상역이 휘청거리는 것을 너무 늦게 감지하였다. 휘청거리는 것도 당연한 게, 꽁야 인수 계약금을 마련하느라 돈을 이리저리 돌려쓰는 바람에, 돌아온 수표를 결제하지 못한 것이다. 수표 하나가 뚤리니 그 다음은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나는 부도수표 남발로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으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검찰조사를 받는 동안 업무상횡령혐의가 추가되었다. 검찰조사 중 한사기와 H와 꽁야 인수건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정치실세가 거론되자 검찰은 당황하여 그 사건도 수사하였다. 하지만, 한사기는 출국한 지 이미 오래였고, H는 꽁야 인수건 같은 건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이게 꿈이여, 생시여?' 도대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지난 5개월동안의 일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내가 한사기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한사기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 요정에서 본 각종 자료들, 대통령경제담당수석비서관 H와 그 비서라는 사람, 꽁야의 실세라는 그 럭셔리한 사람과 패거리들, 인도네시아 힐튼호텔에서의 화려한 계약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2억을 가져간 B도! '이 모든 것들이 다 거짓이었단 말인가?' 믿겨지지가 않았다.

그 후로 한사기의 소식은 모른다. 검찰관계자의 말을 들으면, 한사기는 인도네시아에서 이름뿐인 목재사업가였는데, 나에게 몇십억의 돈을 가져간 뒤 행방이 묘연해졌다고 한다. 한바탕 폭풍 뒤 남은 것은 부정수표단속법위반에 업무상횡령죄로 생긴 호적에 빨간 줄과 빈털터리가 된 나 뿐이었다.

/콘텐츠 제공= '인터넷 법률시장' 로마켓(http://www.lawmark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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