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하는, 너무 많이 아는, 오은영 [원성윤의 人어바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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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원성윤 기자] 한국인은 늘 메시아를 찾는다. 복잡다단한 세상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백마 탄 초인'을 늘 기다린다. 그런 팬덤 심리는 방송에 투영돼 폭발적인 인기로 나타난다.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 오은영 박사가 부부를 상담하고 있다.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 의붓아버지의 아동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다. 심리 상담을 했던 오 박사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제작진이 사과했다. 오 박사도 사과했다. 그는 아버지의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지만, 방송에서 삭제됐다고 해명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그게 아니다. 개인과 가족의 서사를 방송에서 공개해 상담하는 방식이 옳으냐에 대한 문제다.

두 가지 근원적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개인의 아주 은밀한 내면을 방송이라는 무대 위에서 공개하는 것이다. 채널A '금쪽상담소'에 가수 이수영 씨가 나왔다. 자신이 겪은 '공황발작' 증세에 대해 소개했다. 더불어 자신의 기구했던 삶을 구구절절이 풀어냈다. 정신과 상담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그 이야기를 알아야 하는가는 다른 문제다. 인간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엿듣는 관음적 욕구를 방송사가 대신에 풀어주고 있다.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 [사진=MBC]

하지현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4월 서울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방송 상담소는 마치 공개된 장소에서 진행하는 라이브 수술 같아 보여 걱정"이라며 "정신 치료 중 깊은 속내를 드러낸 다음 감당하기 힘들어하며 예고 없이 결석하는 분이 많다. 그래서 정신 치료는 양파 껍질을 위에서부터 한 겹씩 벗기듯 조심스럽게 진행한다"고 심리 상담의 세심한 접근을 주문하고 있다. 실제로 의사는 환자와의 상담에서 얻은 정보를 밖으로 발설해서는 안 되지만 우리는 그런 정보를 방송을 통해 여과 없이 보고 있다.

두 번째는 아동 상담 전문가에서 방송의 요구로 인해 어른 상담가로 종목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오 박사의 프로필을 보면 대체로 특수교육학, 소아청소년정신과, 발달장애아 치료 등으로 특화돼 있다. 물론 정신과 교수도 역임했기에 일반 성인들을 진료하고 상담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 박사의 언변과 명쾌한 솔루션을 대체할 만한 다른 의사를 찾기 어렵다. 각 방송사의 끊임없는 러브콜 경쟁이 쏟아졌다. 그는 아동에서 어른까지 모든 정신과적 사안에 치료법을 내려줄 수 있는 '메시아'가 됐다.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사진=채널A]

과거 강호동이 무릎팍 도사처럼 모든 걸 꿰뚫어 보고, 해결책을 내렸던 것처럼 그의 상담을 들은 게스트들은 하나 같이 "아픈 과거가 씻은 듯 내려갔어요"하고 간증한다. 의학계에선 오 박사의 파급력이 너무 향상돼서 비슷한 상황이 방송에 나오면 오은영식 처방으로 해결하려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상황과 가정 상황 등을 고려해 개인 문진표를 작성하고 종합적 판단을 내려야 하는 정신과의 특성과 동떨어진 진단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강사 설민석 씨 사례가 떠오른다. 설 씨는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했다. 학부 전공이 역사교육이 아니라는 세간의 우려도 있었지만, 노량진과 대치동에서 한국사를 강의한 경력을 바탕으로 능력을 검증받았다. 그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자 여기저기서 방송 섭외가 쏟아졌다. 자신의 전공인 한국사를 넘어 세계사를 비롯해 세계적 석학의 책을 강독하는 프로그램에서 입담을 뽐냈다. 그러다 결국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서 탈이 났다. 역사적 오류를 방송에서 그대로 이야기했다. 시청자들의 지적과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잘못을 인정하고 모든 방송에서 하차해야만 했다.

오 박사는 치열한 삶을 살았다. 연세대 의과대학에서 정신건강의학을 공부했고,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를 했다. 지난해 5월 씨네21 인터뷰에 따르면 방송이 있는 날이면 새벽 4시에 집을 나와 밤늦게까지 '금쪽상담소' 촬영한다고 한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는 11년을 방송했다. 단행본은 16권을 냈다. 세 곳에서 7년 이상 칼럼도 냈다. 오 박사는 너무 많이 하고, 너무 많이 안다. 그렇지만 세상에 모든 걸 다 알고, 모든 사안에 답을 내릴 수 있는 '신'과 같은 인간은 없다. 그게 만고불변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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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윤 기자(better201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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