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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금리 올리지 마"…당국 경고에 당황한 은행, 저축은행은 '방긋'


대출 금리 상승 우려·은행권 쏠림 심화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예금 금리 인상 자제를 권고하면서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은행권에선 은행채 발행이 막힌 상황에서 예금 금리마저 못 올리게 하면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은행권과 금리 경쟁 부감이 커졌던 만큼 필요한 조치라고 환영하고 있다.

23일 금융감독원 관계자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은행권에 예금 금리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의 협조를 구했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수신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은행권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예금 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리면서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자금이 은행에 몰려 2금융권이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 ATM기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은행 ATM기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10월 정기예금 잔액은 931조6천억원으로 전월 대비 56조2천억원 증가했다.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도 847조2천293억원으로 전월 대비 5.6%(47조4천152억원) 증가했다.

주식시장 자금도 은행이 빨아들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조5천864억원 전년 동월 대비 35.46% 줄었다. 일평균 코스피 거래대금은 올해 1월 11조2천827억원으로 시작해 5월 9조5천588억원, 6월 8조9천91억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같은 기간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187조5천억원 증가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적금 금리가 5% 이상으로 오른 가운데 은행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금리 경쟁에 나선 탓이다. 은행의 자금 조달 창구는 크게 은행채 발행과 저원가성 수신으로 나뉜다. 수시입출금 예금 등의 저원가성 수신이 빠르게 이탈하고,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도 막으면서 예·적금 상품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실제 정기예금이 56조2천억원 증가하는 동안 저원가성 수신인 수시입출금식예금은 44조2천억원 줄었다. 기준금리 상승으로 정기예금 금리가 상승하자 수시입출금에서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이동한 것이다.

은행의 조달 비용이 늘면서 대출 금리도 빠르게 상승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신규 취급액 코픽스는 지난달 3.98%로 전달 대비 0.58%포인트(p) 올랐다. 인상률로만 보면 17.05% 올랐다. 이후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8%를 넘어섰다.

하지만 은행 입장에선 현재 예·적금이 유일한 조달 창구여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원가성 수신이 이탈하며 은행채를 발행했는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은행채 발행을 못하게 하니 고금리 수신인 예·적금 금리를 올려 조달확보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예금 금리를 올렸던 건 채권 발행이 안 되니까 예금으로라도 조달을 하겠다는 것인데, 예금 금리도 못 올리게 하고, 채권도 발행 못하게 한다"라며 "자본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인데, 은행도 기업에 지원하려면 조달을 해야 하는데, 도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저축은행 업계에선 은행권의 금리 경쟁 그늘에서 이제야 벗어난다는 분위기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 금리가 5% 이상으로 올랐는데, 똑같이 5%면 저축은행과 은행 중 어디를 가겠느냐"면서 "은행이 금리를 많이 올려서 저축은행으로썬 금리 인상 부담이 커진 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은행 따라 언제까지 금리를 올릴 수 있겠냐, 금리를 올릴수록 부담이 커지는 데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며 "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유동자금이 은행으로 이동하고 있어 저축은행 자금이 빠져나간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라고 전했다.

현재 은행권의 예·적금 금리는 5% 이상, 저축은행은 7% 가까이 오른 상태다. 부산은행의 '더(The) 특판 정기예금'은 5.40%의 금리를, 웰컴저축은행의 '첫거래우대 정기적금'은 연 최고 6.5%의 금리를 제공한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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