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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파운드리 주도권은 CDMO에서 시작한다


[허두영의 테크비즈리뷰] 바이오 파운드리 시장이 열린다 ③

‘비즈니스리뷰’(Business Review)는 미국 하버드 대학이 잘 한다. ‘테크놀러지리뷰’(Technology Review)는 MIT가 유명하다. 비즈니스는 테크놀러지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런데, 테크는 어렵고 비즈니스는 복잡하다. ‘테크놀러지비즈니스리뷰’(Technology Business Review. TBR)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뉴스24가 새롭게 연재하는 ‘테크비즈리뷰’는 개별 기술이나 제품부터 특정 산업은 물론, 국가 정책이나 세계적인 흐름까지 테크비즈니스의 차원에서 ‘다시 보려는’(Re-View) 시도다. 첫 시리즈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바이오파운드리', 즉 '합성생물학' 기반 산업에 대해 6회에 걸쳐 조망한다. [편집자주]
정부가 미국 제약사 모더나사와 직접 계약한 코로나19 백신 107만1천회분이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운송 관계자들이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2021.9.25. [사진=뉴시스]
정부가 미국 제약사 모더나사와 직접 계약한 코로나19 백신 107만1천회분이 2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 운송 관계자들이 하역 작업을 하고 있다. 2021.9.25. [사진=뉴시스]

혁신의 방아쇠를 ‘불쑥’ 잡아당긴 것은 코로나19다. 서서히 부풀던 바이오 파운드리 시장에서 코로나19는 충분한 생산능력을 확보하는 공급체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혹독하게 체험하게 만들어 주었다.

최근 갑자기 ‘바이오 파운드리’라는 용어가 자주 회자되는 이유다. 몇 년 사이에 바이오 파운드리의 위상이 적어도 반도체 파운드리만큼이나 높아졌다. 적어도 의약 분야에서는 위상이 더 높을지도 모른다. 바이오 파운드리 전략을 농업이나 환경, 에너지 같은 분야보다 의약 분야에서 먼저 조망해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들어 신약 개발경쟁이 뜨거워졌지만, 정작 시장에 새로 나오는 신약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밑바닥부터 쓸어 담는 쓰레그물(저인망)식 개발방식이 효율의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반면, 코로나19 백신 시장을 선점한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화이자, 얀센, 노바백스는 세계적인 ‘코로나19 악몽’ 기간에 과연 얼마나 벌었을까? 수익률은 얼마나 높을까?

예를 들어, 코로나19 백신으로 신데렐라로 등장한 모더나는 역사가 10년 조금 넘는 신생기업이다. 2010년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mRNA를 기반으로 하는 연구팀이 뛰쳐나와 만든 벤처다. 생산기반 시설이 있을 리 없다.

코로나19에서 mRNA의 가능성을 먼저 읽은 모더나는 재빠르게 바이오 파운드리 기업 깅코(Gingko)와 협력해서 코로나19 백신을 대량 생산해냈다. 평균 8년 넘게 걸리던 백신 개발을 1년만에 진행한 것이다.

호시탐탐 혁신으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새로운 바이오의약 기업들이 굳이 ‘빅파마’(Big Pharm)의 쓰레그물식 개발전략을 따라 할 리는 없다. 바이오의약산업에서 갈라지는 새로운 가치사슬의 빈틈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계약기반 비즈니스모델’(Contract Based Business Model)이다.

계약기반 비즈니스모델은 바이오의약품 공정에 따라 갈라진다. 연구개발→제조→임상대행으로 이어지는 기술 중심의 가치사슬에서 어느 공정에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나눠지는 것이다.

연구개발에 초점을 두고 세포주 생산공정이나 제형을 개발해 주면 CDO(Contract Development Organization. 위탁연구개발)이고, 제조공정에 초점을 두면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위탁제조생산)이다. 험난한 임상시험을 대신해 주면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임상시험수탁)이다.

얼핏 보면 CMO가 바이오 파운드리처럼 보이지만, ‘바이오’의 고유 특성 때문에 새로운 가치사슬이 갈라져 나왔다. ‘D’(Development. 개발)의 영역이다. 반도체 파운드리가 틀(거푸집)에 넣는 소재에 전자회로를 구겨 넣었다면, 바이오 파운드리는 생물소재를 가둬 넣어야 한다. 원하는 목적에 따라 생물소재에 공학적인 개념을 도입하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의 영역이다.

그래서 CMO에 ‘D’가 끼어든 CDMO(Contract Development and Manufacturing Organization. 위탁개발생산)가 등장했다. ‘R’(Research. 연구)까지는 엄두를 못 내도, ‘D’(Development. 개발)의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다. 지난 50~60년간 제조업과 정보통신산업을 발전시킨 경험에서 한국이 압도적인 강점을 찾아낸 영역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사진=아이뉴스24 DB]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사진=아이뉴스24 DB]

우리나라에서 이 틈새를 가장 먼저 발견하고 선뜻 덤벼든 기업이 셀트리온이다. 선두주자의 활약을 충분히 확인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강의 반도체 파운드리 경험을 무기로, 바이오 파운드리에 작심하고 뛰어들었다.

뒤이어 SK, 롯데, CJ, GC녹십자 그룹이 바이오 사업경험을 앞세워 전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지놈앤컴퍼니, 메디포스트, 헬릭스미스 같은 중견 바이오벤처도 빠른 발걸음으로 CDMO 시장에 속속 명함을 내밀고 있다.

정부의 바이오 파운드리 계획은 그토록 부르짖는 ‘혁신성장’에서 과연 어떤 이니시어티브(Initiative)를 제시할 수 있을까?

/허두영 ㈜메드업 대표 huhh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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