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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풍경] 가을 곡식처럼 학문이 익어 가던 곳, 돈암서원


김장생 학문과 덕행 기려 건립…한국 14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

[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강렬하게 내리쬐던 햇빛의 기세가 한풀 꺾이자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불어 오는 계절이 왔다. 만물이 익어가는 결실의 계절 가을은 예로부터 독서와 사색, 학문을 탐구하기 좋은 때라고도 했다. 학문을 익히고 전파하며 이를 후대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지켜온 학자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 돈암서원을 찾았다.

◆성리학의 역사적 가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충청남도 논산시 연산면에 위치한 돈암서원은 1634년에 지역 유생들이 기호학파를 대표하는 사계(沙溪)김장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성리학 교육시설이다. 1660년(현종 1년)에 왕이 돈암서원 이라는 현판을 내려 사액서원이 된 후 지역의 공론과 학문을 주도했다.

한국에서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된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의 증거이며 성리학의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가치를 인정 받아 한국의 14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돈암서원 입구에 홈살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이숙종 기자]
돈암서원 입구에 홈살문이 세워져 있다. [사진=이숙종 기자]

돈암서원은 전국 650여 개의 서원 문을 닫으라는 흥선대원군의 서원훼철령에 따라 47개만 남았을때도 명맥을 유지했다. 현재 서원(연산면 임리)은 1880년에 이전한 것으로 원래 약 1.5㎞의 거리에 떨어진 하림리 숲말이라는 곳에 있었는데 저지대였던 탓에 비로 인한 침수 우려돼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고 전해진다.

서원 중앙에 위치한 산앙루 [사진=이숙종 기자]
서원 중앙에 위치한 산앙루 [사진=이숙종 기자]

서원 안으로 들어서기 위해 붉게 칠해진 홍살문(경건한 마음으로 출입하라는 의미)을 지나면 교류와 유식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됐던 산앙루(山仰樓)가 눈길을 끈다. 산앙루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알게 해준다. 들판에 흐드러지게 핀 가을 코스모스가 어느덧 여름을 지나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유생들이 공부하던 강당인 응도당. 보물 제1569호다.  [사진=이숙종 기자]
유생들이 공부하던 강당인 응도당. 보물 제1569호다. [사진=이숙종 기자]

바깥대문인 외삼문을 들어서면 한국의 서원 가운데 가장 큰 강당으로 유생들이 공부하는 응도당이 있다. 앞쪽에는 김장생이 강학활동을 펼쳤던 양성당, 유생들의 기숙사인 동재(東齋)거경재 와 서재(西齋)정의재가 차례로 눈에 들어온다.

이어 시선이 머무는 곳은 문집과 목판 보관소인 경판각, 부친 김계휘가 후학을 양성했던 양회당이다. 서원 뒤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내삼문이 나오는데 전학후묘의 배치에 따라 사당인 숭례사가 위치 해 있다.

◆학문의 고장 논산, 예학의 본산

돈암서원(遯巖書院)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9개의 서원 가운데 유일하게 3대가 공존하는 서원이다. 김장생의 부친은 대사헌을 지낸 황강 김계휘로 김장생의 강학은 부친 김계휘로부터 이어졌다.

김장생이 활동할 무렵은 정여립의 사건과 기축옥사로 동인과 서인의 갈등이 깊었던 시기다. 또 정유재란과 임진왜란은 당대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는데 김장생은 정유재란이 발발하자 군량을 모으라는 선조의 명을 수행했고 ‘근사록석의’, ‘가례집람’ 등을 집필하며 학문을 통한 충의 임무를 다했다.

내삼문은 숭례사에 제항을 지내기 위해 출입하는 문이다. [사진=이숙종 기자]
내삼문은 숭례사에 제항을 지내기 위해 출입하는 문이다. [사진=이숙종 기자]

김장생과 그 아들 김집을 중심으로 한 유학자들의 학문은 충청도 일대에 새로운 학풍을 일으켰다. 사화와 반정으로 긴장의 연속이던 조선 중기 예학으로 나라의 근본을 바로 세우고자 했던 김장생의 곧은 정신은 서원 곳곳에 서려있다.

◆돈암서원 한옥마을 문화예술 볼거리 풍성

푸르른 가을 하늘 온화한 볕을 쬐며 돈암서원 코스모스길을 거닐다 보니 어느 덧 인근 돈암서원 인근의 논산한옥마을까지 발길이 닿았다.

돈암서원 주변길에 코스모스가 피어 있다. [사진=이숙종 기자]
돈암서원 주변길에 코스모스가 피어 있다. [사진=이숙종 기자]

이곳에서는 고즈넉한 가을 밤, 문화행사준비가 한창이다. 바로 논산문화관광재단이 마련한 '논산한옥마을 영화제'와 '논산한옥마을 음악회'다

논산한옥마을영화제는 오는 10월 7~9일 열린다. 영화관람 뿐 아니라 감독과의 대화, 상영작 연계 공연, 주제와 연결된 체험 등 다채로운 행사를 즐길 수 있다. 본 행사에 앞서 9월 한달 간 매주 금요일 열린 사전영화상영회를 통해 이미 큰 호응을 얻었다.

시민들이 논산한옥마을에서 열린 음악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논산시]
시민들이 논산한옥마을에서 열린 음악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논산시]

또 10월 한달간 매주 토요일 4차례의 음악회를 만날 수 있다. ▲10월1일 반도네온 고상지 밴드 ▲10월15일 전통연희단 도드리 ▲10월22일 전통예술단 마당굿 ▲10월29일 더 버건디 재즈밴드 등이다.

지진호 논산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논산한옥마을영화제 관광상품을 통해 관광객들이 논산에 머물며 문화도 향유하고 타 관광지도 함께 둘러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논산=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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