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울리는 '깡통전세' 속출…"보증금 몽땅 날릴 수도"


올 상반기 전체 전세거래 10개 중 2개 전세가율 90% 웃도는 '깡통주택'

[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올해 상반기 서울에서 거래된 신축 빌라(연립·다세대) 전세 거래 중 21.1%가 깡통주택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부동산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전셋값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 경우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몽땅 날릴 처지에 놓이게 된다.

7일 스테이션3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토대로 지난 2021년과 올해 지어진 서울 신축 빌라 전세 거래 3천858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올해 상반기 전체 전세 거래의 21.1%(815건)가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 90%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셋값이 매매가와 같거나 더 높은 경우도 593건에 달했다.

자치구별로는 강서구가 전체 전세 거래 694건 중 370건(53.3%)이 깡통주택으로 집계됐다. 특히, 화곡동은 304건으로 강서구 깡통주택의 82.2%를 차지할 만큼 비율이 높았다.

이어 양천구가 전세 거래 232건 중 48.7%인 113건이 전세가율 9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관악구는 91건 중 44건(48.4%), 구로구 114건 중 42건(36.8%) 등으로 깡통주택 비율이 모두 서울시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서울 주택 단지 전경. [사진=김성진 기자]

다방 관계자는 "깡통주택 기준을 매매가의 80%로 보기도 해 이 점을 고려하면 실제 깡통주택 비율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고, 하반기 금리 인상이 예고돼 이에 따른 거래량 실종과 매매가 하락으로 세입자들이 깡통전세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깡통전세 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집주인이 세금을 내지 않아 떼인 세입자의 임차보증금도 5년간 약 47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집값 조정으로 전세금이 매매가격과 맞먹거나 웃도는 '깡통전세' 위험까지 커진 상황과 맞물려 세입자들의 추가 피해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제출받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미납 세금 공매에 따른 임차보증금 미회수 내역'에 따르면 올해 1~7월 임대인의 세금 미납으로 임대인이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은 122억1천600만원(101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하반기(8~12월) 집계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연간 피해 보증금 93억6천600만원(143건)을 이미 넘어섰다.

캠코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세금 체납으로 인한 주택 공매 의뢰가 늘었다"며 "올해는 수도권에서 신축 빌라, 오피스텔 등 깡통전세로 인해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입자의 피해가 빠른 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은 더 커졌다. 금리 인상, 매수세 위축에 따른 주택 경기 둔화로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격과 맞먹거나 이를 웃도는 '깡통전세'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업계에서는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 위험이 크다고 보는데 지난달 기준 서울 오피스텔 전세가율(KB부동산 기준)은 83.8%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1년 1월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서울에서도 외곽 지역인 서남권과 서북권은 각각 86%, 86.4%로 평균보다 높다.

실제 깡통전세 피해사례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수십 채의 부동산을 소위 '갭투자'를 통해 소유하면서 '깡통전세'로 전세보증금을 받는 등 임차인 17명에게 20억여원을 챙긴 부동산 중개보조원이 검찰에 적발됐다.

지난 1일 수원지검 안산지청 형사4부(부장검사 김일권)는 사기 및 사문서위조·행사 등 혐의로 공인중개사 중개보조원 A(55)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 2012년 10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임차인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부동산 자산가치와 저당권설정 등 권리관계를 속여 9억7천만원 상당의 전세보증금을 비롯해 1억8천만원 상당의 차용금을 받고, 9억원의 은행대출금을 대신 부담하게 하는 등 임차인 17명에게 20억5천만원을 챙겼다.

A씨는 자기 자본 없이 은행대출금과 전세보증금만으로 주택을 취득하는 갭투자로 26채 부동산을 소유, 고령자나 사회초년생인 임차인들이 중개보조원을 신뢰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신축 빌라나 오피스텔의 경우 깡통전세 위험이 가장 크다"며 "부동산을 통해 계약하더라도 계약 시 본인이 직접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을 확인해야 하며 집주인이 동일인지도 꼭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도 필수적으로 가입, 정부 차원에서도 전세금 사고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서온 기자(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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