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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항구] ㊴신안 흑산면 만재항


바다 한가운데 멀리 떨어진 섬…후박나무 군락지

[아이뉴스24 대성수 기자] 만재도(晩才島)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에 속한 섬으로 목포항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 40여분 거리(약 120km)에 위치한다. 우리나라 최 서남단인 가거도에 도착하기 전 여객선이 들리는 섬이 바로 만재도다.

절해고도인 만큼 지명 또한 바다 한가운데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서 먼데 섬 또는 ‘만대도’라 불린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또한 일설에는 재물을 가득 실은 섬, 해가 지고 나면 물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만재도라 칭했다고 전한다.

현재 35가구, 6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전경 [사진=서해해경청]
현재 35가구, 60여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 만재도 전경 [사진=서해해경청]

현재 35가구 거주하고 있는 만재도는 큰마을과 작은마을로 구성돼 있다. 이 섬의 입대조(入代祖)와 관련, 임씨가 처음 정착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곳 토박이인 임도산(65·만재리)씨는 진(珍)씨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의 근거로 가거도의 평택 임(任)씨가 만재도에 먼저 거주하고 있던 진(珍)씨 집안에 데릴사위로 장가왔으며, 진씨 집안은 만재도에서 가장 좋은 2천평 가량의 밭과 3채로 구성된 진씨 후손의 집 형태, 땔감나무를 위한 산을 가장 넓게 가진 유력가라는 점 등을 들었다.

이 섬의 관문역할을 하는 만재항은 T자 형태를 띠고 있는 섬의 동남쪽 해안에 자리하고 있다. 이곳 항구에서는 목포-만재도-가거도를 연결하는 쾌속선이 하루 1차례 왕복 운항된다.

“지금과 같은 목포 간 직항 쾌속선은 지난해 10월부터 운항됐고, 그 전에는 흑산도와 상·하태도를 경유하는 노선이었습니다.”

만재도 토박이 임도산(65·만재리)씨는 만재도가 행정구역상 진도군에 속할 때는 ‘새마을호’가 진도와 만재도 간을 운항했다고 소개했다.

이 배는 만재도-뱅골도 등을 들려 진도 서거차도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진도로 나갔으며, 가는 길에 진도 관내의 여러 섬에 기항했다고 한다.

“예전에 여객선이 안 다닐 때는 노 젓는 풍선을 타고 목포에 나갔는데 바람 좋으면 하루하고 반나절이 걸렸습니다.”

또 다른 토박이인 이준식(70·만재리)씨는 “주민들이 타고나가는 풍선은 고기잡이배로 이 배가 고기를 팔러나갈 때 얻어 탔거나 가거도에서 뭍으로 나가는 배들을 주로 이용했다”고 회고했다.

목포-만재도-가거도를 연결하는 쾌속선, 하루 1차례 왕복 운항하고 있다. [사진=서해해경청]
목포-만재도-가거도를 연결하는 쾌속선, 하루 1차례 왕복 운항하고 있다. [사진=서해해경청]

현재 만재도에는 35가구, 6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섬들과 달리 경작할 땅이 많지 않고 식수 또한 해수담수시설을 통해 얻는 등 정주여건은 좋은 편이 아니다.

“만재도는 바람이 심해 태풍이 한번 불면 빗물이 바닷물에 많이 섞이게 됩니다. 마치 밭에 소금물을 뿌리는 것과 같아서 채소가 다 시들어요. 그래서 옛날에는 김장도 못했습니다.”

고순례(70·만재리 작은마을)씨는 “만재도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농사는 물론 채소 재배도 어렵다”며 “예전에 김치는 소금과 젓갈에 마늘을 조금 넣은 물김치가 대부분이었고, 김치에 고춧가루는 부자들만 사다 넣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또 “먹을 것이 귀해 예전 보릿고개 철에는 풀이나 ‘항갈쿠(엉겅퀴)’, ‘돈두풀’ 등에 모 좁쌀 한줌을 넣어 끓여 먹었다”며 “콩이 비싸 메주도 콩 한 되에 보리 서너 되를 섞어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만재도 주민들은 돌축대를 쌓아 태풍과 함께 몰아치는 파도에 대비하고 있다 [사진=서해해경청]
만재도 주민들은 돌축대를 쌓아 태풍과 함께 몰아치는 파도에 대비하고 있다 [사진=서해해경청]

하지만 먹을 것은 귀해도 1990년대 이전까지 물만은 크게 부족하지 않은 곳이 만재도였다고 한다. 만재도에는 산 정상과 해안가 숲에 2개의 ‘당’이 있었고, 해안가 숲 할머니당 아래에는 마을 주민 모두가 마시는 공동 샘이 1990년대 무렵까지 있었다고 한다.

만재도 주민들은 “할머니 당 아래의 해안가 마을 샘은 가뭄에도 물이 마르지 않고 물맛이 아주 좋았으며,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했다”고 기억했다.

이 샘의 위쪽 산에는 할아버지 당이 자리했다고 한다.

최규환(71·만재리)씨는 “할머니 당이 있는 샘 위쪽 숲과 할아버지 당이 있는 산 정상 주변을 마을에서 신성시했다”며 “예전에는 이들 당 주변에만 후박나무가 있었는데 이 나무껍질이 약재로 쓰이면서 섬 전체에 식재돼 현재와 같은 후박나무 섬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만재도는 1960년대 무렵까지 구정에 할머니 당과 할아버지 당에서 마을 제사를 지냈으며, 당제의 마지막 순서로 해변에서 용왕제를 모시고 마을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했다고 한다.

신안군의 여러 섬들과 마찬가지로 만재도에도 상주를 위로하기 위한 ‘밤다리’ 풍속이 있었으며, 바다와 관련해 상을 당하면 망자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씻김굿이 주로 행해졌다고 한다.

아침안개에 덮여있는 할머니당 숲 전경, 현재 만재도 주민들은 해수담수시설을 통해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지만 담수시설의 필터가 좀 오래되면 물에 짠맛이 나 다수의 주민들은 생수를 사다 식수로 마신다고 한다. [사진=서해해경청]
아침안개에 덮여있는 할머니당 숲 전경, 현재 만재도 주민들은 해수담수시설을 통해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지만 담수시설의 필터가 좀 오래되면 물에 짠맛이 나 다수의 주민들은 생수를 사다 식수로 마신다고 한다. [사진=서해해경청]

절해고도인 만재도 또한 해양경찰이 주민생명보호의 보루역할을 하고 있다. 만재도 보건진료소장은 “닥터 헬기 등의 호출은 심장질환 환자 등으로 국한돼 있어, 기상악화나 여객선이 끊기면 해양경찰을 부르고 있다”며 고마워 했다.

/신안=대성수 기자(ds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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