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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해묵은 '깜깜이 분조위' 논쟁…새 정부에선 해결될까


시민단체 "분조위원 공개해야" vs 금감원 "명확한 규정 필요"

[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해묵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공개 논란이 새 정부에서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감원은 강제력이 없는 만큼 분조위 명단과 과정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며 맞서왔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금융소비자 보호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법의 개정을 통한 해법이 제시될지 금융업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정부는 연내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금감원의 분쟁조정 제도를 개편할 계획이다. 소비자단체 소속 위원 비중을 늘리고 분조위원 선정 공정성을 제고하는 것이 골자다.

금감원 본원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금감원 본원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 "분조위원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외이사 겸직 금지해야"

이에 소비자단체가 이 과정에서 분조위원을 공개하고, 사외이사 겸임 등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분조위는 금융 소비자가 금융기관을 상대로 제기하는 분쟁을 조정하는 기구다. 분조위는 금감원 내부에서 2명, 소비자단체에서 4명, 금융계에서 4명, 법조계에서 10명, 학계에서 14명, 의료계에서 1명을 포함해 총 35명 이내로 구성돼있다. 현재 금감원 내부에선 김은경 소비자보호처장과 김영주 부원장보가 참여하고 있다.

분조위원 선정 기준에는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 ▲한국소비자원 또는 소비자단체의 임원 또는 15년 이상 경력 있는 자 ▲금융회사 및 유관기관·단체에서 15년 이상 근무 경력이 있는 자▲금융 또는 소비자 분야에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 ▲전문의의 자격이 있는 의사 ▲기타 분쟁의 조정과 관련하여 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자로 금융기관이나 소비자단체의 추천을 받아 금감원장이 결정한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명단. [사진=독자 제공]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위원 명단. [사진=독자 제공]

하지만 35명의 분조위원이 어떤 기준과 사유로 추천됐는지 베일에 가려져 있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단 지적이다. 제재심의위원회(제제심)는 위원이 공개돼있고, 공시를 통해 제재가 이뤄지는 과정까지 공개하고 있지만, 분조위는 위원 선정부터 분조위 과정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의환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실장은 "금감원 분조위는 철저히 비밀리에 운영돼 대표사례로 선정된 소비자 외에는 어떻게 결정이 됐는지, 누가 논의를 하는 지 등을 알 수가 없다 보니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겠나?"라면서 "위원 명단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분조위에 다수에 금융사 사외이사들이 포진된 것도 금융소비자단체는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사 사외이사인 분조위원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판단 대신 금융사에 편향된 입장을 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특정 금융회사와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사안에 따라 자신이 속한 금융사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입장을, 타 금융사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낼 수 있단 것이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사 추천을 받은 분조위원의 경우 사외이사가 납득이 가지만, 그 외 사외이사가 분조위원으로 올라와있다는 것은건 제척 조항이 있다고 해도 이해충돌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나섰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분조위원의 사외이사 겸임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 "최근 내각 구성에서도 이해충돌 문제가 자유롭지 못했던 것처럼, 이해충돌 문제가 따르는 만큼 금감원 분조위 내 사외이사 현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 "분조위는 중재하는 역할"…관련 규정에도 공개 의무는 없어

반대로 공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당국 출신의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금감원 분조위가 베일에 가려져 있고 금감원장의 전결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우려하는 것처럼 한쪽으로 치우치는 부작용이 많진 않다"면서 공개 여부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재심은 행정처분으로 법적 강제력이 따르나, 분쟁조정은 금감원이 민원인과 금융사 사이에서 중재자로서 권고하는 것으로 법적 강제력이 없는 만큼 무작정 받아들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분조위는 금감원이 중간에서 중재하는 역할에 그치는 만큼 법적 강제력이 없어, 분조위원들을 공개하거나 과정을 공시할 수가 없다"면서 "법적 의무가 있다면 따르겠으나 현재 분조위는 제재심과 달리 법적 구속력이 없어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조위는 금융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중재하는 역할로 존재할 뿐이며, 금융사도 거부할 권리가 있고 실제로도 거부하는 금융사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또 "사외이사 겸직도 문제 될 것이 없다"면서 "제척 조항이 있어 해당 금융사 분조위 때는 제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분쟁조정세칙'에 따르면 금감원은 분조위 내용을 공표할 의무가 없다. 필요할 경우 공표할 수 있으나 의무가 아니다.

'금융분쟁조정세칙' 제6장 보칙 제32조에 공표와 관련해 "원장은 공익 또는 금융소비자 등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분쟁조정업무와 관련된 내용을 공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금감원이 분조위와 관련한 정보제공을 강요할 수도 없다. 제32조의3조항에선 "누구든지 감독원 담당 직원에게 분쟁조정 신청사건에 대한 처리를 종용하거나 관련 법령 등에 근거하지 아니하고 정보 등의 제공을 요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세칙을 개정하기 위해선 상위 법령인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개정이 필요하다. 금소법이 개정되려면 개정안이 발의되고,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에 정부는 연내 분조위원 선정과정에서 공정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에는 개편방안을 담은 금소법 개정안을 도입할 계획이다.

◆ "공개되면 로비 압력 등 부작용 낳을 수 있어 신중해야"

다만 전문가들은 분조위원이 공개될 경우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과 관련된 한 대학교수는 "분조위원 명단이 공개될 경우 특정 사안에 대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로비는 물론 압력을 받을 수 있는 우려가 있는 만큼 공개하는 것이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어 "사외이사는 회사 경영진에 속하지도 않고, 대주주와도 관련이 없는 외부 인사로 구성해 오히려 독단적인 경영 등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하는데, 그런 사외이사가 특정 금융사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다고 여기는 것은 사외이사제도를 불신하거나 부정하는 잘못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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