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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의 질문과답] 우주과학의 ‘들러리’와 ‘프런티어’


비전과 철학 빈곤의 나라

우리나라는 오는 6월 누리호 2차발사, 8월 달궤도선 발사 등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리나라는 오는 6월 누리호 2차발사, 8월 달궤도선 발사 등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질문: 10일 윤석열정부가 출범한다. 조직이 갖춰졌다. 이 과정에서 우주과학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아마도 특정 지역에 관련 조직을 만들겠다고 한 게 촉발점인 것 같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답: 어떤 정부든 간에 우주과학 조직이 없을 수는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 조직을 보면 그 지향점이 보이기 마련이다. 인수위는 그것을 준비하는 태스크포스가 아닌가. 윤석열정부의 조직 구성을 보면 우주과학에 대한 철학과 비전이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인수위에서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과학계 인사들이 오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정부의 우주과학 거버넌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 후보시절 ‘정치와 과학의 분리’ ‘과학기술위원회 신설’ ‘우주개척 시대 개막’ 등 굵직한 이슈는 당선되자마자 흐지부지되고 있다.

‘윤석열정부에 우주과학의 비전과 철학이 보이지 않는다’고 못 박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최근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는 일곱 차례에 걸쳐 매일 인수위원회에 ‘우주과학, 이래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

문 박사는 이 편지에서 ▲세계 10대 우주 전문기관 구성 현황 ▲뉴스페이스 시대 범부처 협력 필요성 ▲우주시대 먹거리 ▲화성 개발 의미 ▲우주경제 현주소 등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NASA(항공우주청), 어디로 가는 겁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문 박사의 처절한 외침은 이렇게 정리된다.

“정부 기관을 새로 설치하려면 설립 철학과 비전, 업무영역을 먼저 정의하고 합의한 뒤에 조직구성과 업무분장, 설립 지역을 논의하는 것이 상식이자 우선이다. 관련 전문가와 민의를 수렴하고 반영하는 것은 일반 절차에 속한다. 안타깝게도 ‘한국 NASA’는 이 같은 기본을 무시한 채 지역 문제로 모든 논의가 축퇴되고 말았다.”

문 박사의 ‘릴레이 편지 시위’를 두고 어떤 이는 윤석열정부가 경남 사천에 항공우주청을 신설하겠다고 확정하자 이에 반발해 편지를 쓴 것 아니냐는 눈총을 보내기도 한다. 즉, 경남 사천이 아니라 대전에 유치하기 위한 하나의 몸부림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하는 이들도 있다. 특정 지역을 반대하면서, 또한 특정 지역에 항공우주청을 유치하기 위한 주장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 모든 지적은 문 박사의 생각과 전혀 다른 비판이다. 경남 사천이든, 대전이든 중요한 것은 특정지역 문제가 아니라는 게 문 박사의 강조점이다. 문 박사가 ‘릴레이 편지 시위’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항공우주청이든, 우주처이든, 우주본부이든’ 그 어떤 신설 조직을 떠나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 우주과학에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먼저 논의하고 토론하자는 주장이다. ‘비전과 철학’을 먼저 세우고 구체적 절차가 뒤따라야 한다는 거다.

윤석열정부는 이 모든 과정을 생략하거나 모양새만 냈다.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에서 몇몇 우주전문가를 불러 이야기를 듣는 것에 그쳤다. 몇 번 하지도 않은 간담회에서 나온 이야기조차 윤석열 당선인에게 전달됐는데 무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누리호 1차 발사.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지난해 10월 누리호 1차 발사. [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과학뿐 아니라 과학 전체에서 윤석열정부의 흐름은 원활치 않았다. 인수위에서 과학교육수석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윤석열 당선인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학기술비서관을 두는 것에 머물렀다. 발표된 과학기술비서관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과학기술비서관에 조성경 명지대 교수가 내정됐다.

조 교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 대변인 등을 거쳤던 원전 분야 인물로 꼽힌다. 과학계라기보다는 굳이 따진다면 에너지 분야 인물이다. 기초, 바이오, 우주 등 순수과학계와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이를 두고 과학계에서는 “(수석 신설 의견 무시와 과학기술비서관 인선 등에서) 윤석열정부의 과학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특정 인물을 두고 특정 분야에만 일했던 전문가이기 때문에 앞으로 일이 걱정이라고 하는 것은 선입견과 편견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인수위 시절부터, 윤석열정부 출범을 며칠 앞둔 지금까지 과학계로부터 ‘박수 받고, 이것만큼은 잘했다’는 사안 자체가 하나도 없다는 데 있다. 대부분 ‘실망과 아쉬움’만 가득하다는 게 과학계 진단이다.

우주과학에 있어 지금을 뉴스페이스 시대라고 한다. 관련 예산만 늘린다고 뉴스페이스가 성큼 다가오는 게 아니다. 우주분야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체제에서는 원천적으로 극복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며 “산하기관 난립, 정부예산확대에 이은 예산 선점만을 위한 의제와 논리 개발 등이 그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페이스 시대에 걸맞은 내용을 중심으로 관련 토론회와 간담회 등 수없이 많은 계란(개혁 과제)을 던졌는데 바위(기득권과 관료체제)는 여전히 굳건하고 깨지지 않고 있다고 비유했다.

이렇다 보니 토론회와 공청회는 절차를 위한 형식에 불과했고 여기에 무슨 무슨 관련 위원회를 때마다 만들어 절차적 정당성만을 확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토로했다. 이미 갈 길을 정해 놓고 관련 전문가들을 ‘들러리’로 세웠다는 진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의견과 많은 토론이 있더라도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란 자괴감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시스템 변화와 개혁 없이, 뉴스페이스라고 아무리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떠들어도 우리나라 우주과학은 발전 없는, 제자리걸음에 머물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우주전문가들 사이에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우주과학의 ‘들러리’만 있을 뿐 ‘프런티어(개척자)’가 없다는 절망감이 팽배해 지고 있다. 나아가 전문가인 '프런티어'마저 우리나라 우주과학에만 서면 ‘들러리’로 전락하는 현실에 많은 이들이 절망하고 있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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