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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法] 가족이란 미명아래 가려진 피해자의 비명


최근 유명 연예인이 자신의 친형이 대표로 있는 전 소속사로부터 수년간 계약금 및 출연료등 약 100억원 가량을 받지 못한 사연을 공개하며 큰 화제가 되었다. 해당 연예인은 그간 많은 봉사활동 및 기부활동들을 해왔고 이와 동시에 연예 활동 기간 큰 사건 사고 없이 활동 해온 터라 많은 이들은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했고 또 그 안타까움에 비례하여 그가 믿었던 친형의 배신행위에 대해 분노하였다.

연예인의 출연료 등을 그 가족이 관리해준다는 명목아래 이를 무분별하게 소비하거나 무단으로 소유 명의를 이전한 사례들은 기존에도 빈번히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대중들의 분노와 이러한 유형의 재산 범죄를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매번 터져 나왔다. 그러나 우리 법은 이러한 요청에 부응하지 못했다. 형법 제328조 친족상도례 규정 때문이었다.

친족상도례 규정은 처음 우리 형법이 도입된 1953년부터 제정된 것으로, 친족 간 재산범죄에 있어서는 인적관계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하여 그 문제 해결에 국가 공권력은 뒤로 물러나 이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형사 정책적 고려로 도입된 것이다. 이러한 친족상도례 규정은 강도죄와 손괴죄를 제외하고 절도, 사기, 공갈, 횡령 등 재산범죄 전(全)범위에 적용되며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재산범죄는 그 형을 면제하고 ‘그 외의 친족 간’ 재산범죄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 할 수 있는 친고죄로 규정한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예를 들면, 부모 자식 간 관계는 ‘직계혈족’ 이므로 부모 자식 간 재산범죄는 형이 면제되어 처벌할 수 없다. 외삼촌과 조카는 친족 관계로서 재산범죄의 경우 같은 주거에서 일상생활을 함께하는지 여부 다시 말해 동거 여부에 따라 친족상도례의 적용이 달라진다. 동거사실이 인정되면 ‘동거친족 간’ 재산범죄이므로 형이 면제되어 처벌할 수 없고 동거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그 외의 친족 간’ 재산범죄에 해당하여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것이다.

위 유명 연예인의 사례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전 소속사 대표와 전소속사 법인 간 문제로 한정해 보면 친족상도례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겠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를 형과 동생으로 상정했을 경우, 형과 동생은 형제로서 ‘친족’에 해당되고 형과 동생이 동거하지 않는 것은 방송 등을 통해 분명히 확인되었으므로 친족상도례 규정상 ‘그 외의 친족 간’ 범죄에 포섭되어 동생이 형의 범죄를 안날로부터 6월내 고소를 제기해야만 처벌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친족상도례 규정은 충분히 악용할 소지가 있는데 교섭을 핑계로 6월의 고소기간 도과를 노린다던지 혹은 친족 일방이 작위적으로 동거관계를 창출하여 이를 기초로 다른 일방 친족의 재산 빼돌리고 형 면제 판결을 노리는 식의 범죄 가능성은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다.

실제로 지적 장애를 가진 A씨가 피상속인인 아버지의 사망으로 2억 원의 상속재산을 받게 되자 A씨의 작은아버지 부부는 A씨에게 동거를 제안하여 2014. 12. 경부터 함께 살게 되었는데, 작은아버지 부부는 A씨가 땀 흘려 번 월급과 퇴직금을 가로챘음은 물론 금융거래에 대해 무지한 A씨를 이용하여 A명의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매하고 그 명의를 자신들의 아들에게 이전하고 추후 이를 매도하여 시세차익을 남기는 등 4년간 A씨를 철저히 착취했다. 그 당시 A씨에게 남은 것은 1억 원의 빚뿐이었다.

이후 이러한 사실이 부산장애인인권옹호기관에 의해 발각되어 관련기관에 도움을 받아 2019. 12. 작은아버지 가족을 준사기·횡령 혐의로 고소했지만 ‘동거친족’이었다는 이유로 친족상도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작은아버지 부부 범죄행위의 대부분이 기소조차 되지 못했다. 인정된 피해액은 A씨가 작은아버지의 욕설을 견디지 못해 가출한 2018. 1.부터 4.까지 3개월간 빼앗긴 1400만원에 불과했다. 그리고 작년 5월 ‘4년간’ A씨를 착취한 대가로 작은아버지 부부는 ‘징역 4개월’(숙모의 경우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친족상도례를 규정한 형법 제328조 제1항 등에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진행되어 현재 심리 중에 있으며 A씨와 같은 장애인에 한해 친족상도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내용의 장애인 복지법 개정안이 현재 발의된 상태이다.

1953년의 친족 간 유대, 개인 재산의 규모,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2021년의 그것들과는 전혀 다르다. 이 시각에도 가족 간의 재산 분쟁과 법적 다툼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가족의 재산을 사기, 횡령 등 불법적 수단으로 탈취한 자들의 불법성이 남의 재산을 탈취한 자 보다 덜하다 볼 근거도 없다. 위 제시한 사건 속 연예인이나 A씨뿐만 아니라 누구나 친족 간 재산분쟁에 휘말릴 가능성 나아가 재산 범죄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은 1953년 보다 현저히 높다.

한 언론사의 친족상도례 존폐여부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총 3만명이 넘는 참여인의 85%가 친족상도례 폐지에 찬성했다고 한다. 우리 형법이 가족이란 허울을 뒤집어쓴 범죄자를 단죄하기 위해 적어도 A씨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은 문지방을 넘지 않는다’는 고대 로마법 정신은 이제 탈피할 때가 온 것 같다.

/이원우 변호사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원우 변호사는?

충남 인생이모작지원센터 정책자문위원으로 법률사무소 삼흥 구성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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