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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리미노이드(241회) …제8장 메시아의 눈물 (42)


 

“각하께서 부를 겁니다.”

“거짓말. 여자가 생긴 모양이지?”

“아닙니다. 난 대학시절 이후 여자를 만난 적이 없습니다. 혹자는 내게 이렇게 묻더군요. 호모냐고요.”

나이튼의 말에 훌리가 미친 듯이 깔깔 웃었다. 나이튼이 억지로 미소를 내보이며 훌리를 유심히 살폈다. 훌리가 웃음을 딱 멈추고 나이튼에게 다가와 손가락으로 그의 입술을 애무하며 말했다.

“나 당신 그 말투가 싫어. 그냥 편하게 말해. 예전처럼.”

“쉽지 않을 겁니다.”

“싫다고 했잖아.”

“이미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만큼 세월이 흐른 겁니다.”

“나 다시 그때로 돌아갈래.”

“무슨 뜻인지 잘 압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생각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그 말도 거두었다가, 때가 되면 다시 꺼내십시오. 오늘은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나이튼은 젖은 입술로 척척 휘감겨 오는 훌리를 정중하게 떼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훌리는 정신없이 뒤따라 쫓아가서 등뒤로 매달리며 나이튼이 방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교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어서야 집에 돌아온 바이스톤은 어안이 벙벙했다. 할퀼 듯이 달려들 것이라고 예상했던 훌리가 첫날밤의 신부처럼 다소곳하게 맞이하는 것이 아닌가. 나이튼이 말한 대로였다. 바이스톤은 문득 기분이 나빠졌다. 오전 각료회의가 끝나자 나이튼은 바이스톤의 집무실에 들려서 모든 것이 잘 해결되었다면서 당분간 부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줄 것을 권유했었다.

“무카이는?”

“제 집에 있습니다. 언제든 즐기실 수 있습니다.”

“훌리가 가만있어?”

“퍽 상심하신 모양입니다만, 각하를 사랑하므로 용서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잘했군.”

그때까지만 해도 나이튼이 고맙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훌리는 완전히 다른 여자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새벽 무카이 사건은 아예 잊은 듯 했다.

“당신이 허락하며 친정에 좀 다녀와야겠어요. 허락해 주실 거죠?”

“무스펠하임에?”

바이스톤은 식사를 하다가 말고 훌리를 올려다보았다.

“엄마가 보고 싶어요.”

“당신이 원한다면.”

“라돈도 데려갈 거예요.”

바이스톤은 움찔했다. 아들까지 데려가겠다는 것이 영 찜찜했다. 그러나 훌리를 말릴 수는 없었다.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가 없었다.

나이튼은 다음 날 아침 일찍, 또 다시 바이스톤 성주의 호출을 받고 부랴부랴 달려나갔다. 그 자리에는 경비대장인 워어트가 먼저 와 있었다. 집무실 분위기가 어제와는 사뭇 달랐다.

“자네가 최근에 양아들을 입적했다고 하던데.”

바이스톤이 싸늘하게 물었다.

“아닙니다.”

나이튼이 부정했다.

“그럼 내 귀를 찢어 내든 자네 입을 찢어 내든 둘 중 하나로군. 난 분명히 그렇게 들었고, 자넨 분명히 아니라고 발뺌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무슨 말씀이신…지….”

나이튼은 고개를 갸웃했다. 바이스톤이 쩝쩝 입맛을 다시며 나이튼을 째려보았다. 그런 뒤에 워어트 경비대장에게 손짓을 했다. 왼쪽 귀밑에 큰 무사마귀가 있는 워어트가 한 걸음 나서서 나이튼 수석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조심스럽게 물었다고는 해도 따지고 보면 그것은 심문이었다.

“며칠 전에 디스랜드에서 죄수를 두 명을 데려오지 않았습니까?”

“죄수요?”

“제가 무카이를 수석관저에 데려다 주고 나오던 길에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대체 무슨 말이오?”

나이튼은 시치미를 뗐다.

/이대영 중앙대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animor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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